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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Jun 04. 2022

2022. 5. 28 토

오전에 집중해서 7월의 크로아티아 일정 계획을 끝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자그레브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숙소와  교통편이 모두 결정되었다. 잠시 카페에서 시벨리우스를 들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어 시간 동안 부퍼탈 일기를 쓰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콜체스터의 캐슬 파크를 떠오르게 하는 공원을 걸어 올라가 카페 테라스에서 바닐라 케이크를 먹었고 스위트 맘보를 관람했다.  수많은 조각품들이 울창한  구석구석에 널려 있는 발트프리든에서 산책을 했다. 해가 비치면서도 선선한 날씨가 너무 좋았던 탓에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계속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프렉탈 같은 수백만 개의 잎사귀들이 빛을 투과시키며 반짝거렸고 거대한 애벌레 같은 바위들에서는 윤기가 났다. 내가 작년 하우스  발트제에서 봤던 토니 크랙 전시의  가지 인상들과 그의 드로잉들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기도 전에 엄마는 이미 돌로  거대한 회오리바람의 가장자리에서 여러 얼굴들의, 혹은 어떤  얼굴의 수없이 재발하는 프로필을 금방 알아보았다. 재밌는 사실은 우리가 파빌리온에서 내가 대략    아그네스 교회에서 봤던 바로  거대한 세면대와 소변기 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없는 이유로 일종의 낙원을 떠올렸고 어쨌든 엄마에게 약간 아는 체하며  기묘한 도자기들을 소개해   있어 좋았다. 피나의 공연에 대해서는 글로 쓰는 것이 사족처럼 느껴진다. 그것도 무모한. 중간에 조금 눈물이 났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이게 바로 그녀의 작품들의 특징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은 지성적이고 분석적인 차원이 아닌  이면의 어딘가에서 언제나 우리 심장 속으로 곧바로 파고든다. 본성에서 본성으로 연결 기관 없이 바로 이어지는  같다.  소통이 아마도 그녀가 춤과 몸을 통해 시도했던 것이고 그런 이유에서 더더욱  현상을 다시 말속에 가두는 것은 터부이다. 어스름한 기차역에서 호텔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던  엄마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양팔을 하늘로 향한  홀로 불렀던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작은 새가 당신이 젊었을  자주 듣던 노래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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