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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Jul 31. 2022

2022. 7. 30 토

방을 재배치했고 다시 기하학적이 되었다. 무기력증에 승리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의욕 저하를 떨쳐버리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기하학이다. 며칠간 어수선한 정신으로 자기 집속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낯선 이처럼 살았다. 지지대가 휘어 축 늘어진 위에는 빗물이 고이고 밑단은 질척거리는 진흙 속에 처박혀 있는 천막 같다고 느끼면서. 그런데 그 천막이 오늘 다시 꼿꼿하고 팽팽해진 것이다.

침대 발치에 있던 수납 의자를 화장실  복도로 옮기고 소파를 직각으로 돌려 침대에 붙였다. 이제 식탁에서 작업할  답답하던 시야가 트였고 동선 측면에서도 훨씬 유동적이다. 다음  배송될  켤레  신발대는 빨래 통과 수납 의자 사이에  맞게 들어갈 것이다.  결정이 더욱 논리적인 이유는 수납 의자가 수건과 휴지, 마스크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책상은 독서용으로 다시  쪽으로 붙였고 책들이 쌓여 있는 벤치는   구석에 그대로 뒀다. 일인용 녹색 소파를 식탁과 램프 옆으로 꺼낸 것이 특별히 마음에 든다. 이것을 통해 이제 하나의 여유로운 직사각형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향은 이렇게 자세히 적어둘 가치가 있을 만큼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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