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재배치했고 다시 기하학적이 되었다. 무기력증에 승리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의욕 저하를 떨쳐버리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기하학이다. 며칠간 어수선한 정신으로 자기 집속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낯선 이처럼 살았다. 지지대가 휘어 축 늘어진 위에는 빗물이 고이고 밑단은 질척거리는 진흙 속에 처박혀 있는 천막 같다고 느끼면서. 그런데 그 천막이 오늘 다시 꼿꼿하고 팽팽해진 것이다.
침대 발치에 있던 수납 의자를 화장실 앞 복도로 옮기고 소파를 직각으로 돌려 침대에 붙였다. 이제 식탁에서 작업할 때 답답하던 시야가 트였고 동선 측면에서도 훨씬 유동적이다. 다음 주 배송될 열 켤레 용 신발대는 빨래 통과 수납 의자 사이에 딱 맞게 들어갈 것이다. 이 결정이 더욱 논리적인 이유는 수납 의자가 수건과 휴지, 마스크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책상은 독서용으로 다시 벽 쪽으로 붙였고 책들이 쌓여 있는 벤치는 그 옆 구석에 그대로 뒀다. 일인용 녹색 소파를 식탁과 램프 옆으로 꺼낸 것이 특별히 마음에 든다. 이것을 통해 이제 하나의 여유로운 직사각형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이렇게 자세히 적어둘 가치가 있을 만큼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