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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Aug 09. 2022

2022. 8. 8 월

남은 치킨을 먹으며 오피스를   시간 점심을 제외하고 여덟 시까지 집중해서 일했다. 확실한 목표와 아이디어가 있어 약간의 ‘건강한스트레스를 동반해 순조롭게 해치웠다. 지난주는 별다른 이유 없이 계속 태만했는데 농땡이를 피우면서도  시간이 별로 즐겁지는 않았다. 그런 찝찝함이 계속 쌓인 탓인지 어제는 종일 기분이 불쾌했고 더욱 극심하게 아무것도 손댈  없었다.  자신을 흔들어 깨우기 위해 산책을 나갔을  (그런 산책은 코바흐 이후로 오랜만이다) 걸으면서 생각한 것은 암스테르담에서  튤립 화병의 작은 깔때기 같은 구멍들에 꽂을 꽃들을 꺾어 엄마의 모자 속에 운반하던 것과 산책을 나오기 직전까지 허투루 흘려보낸 다섯 시간 혹은 그보다   시간 동안 내가 제정신이었다면 했을  있을 일들의 목록이었다.  부탁으로 K 짧은 곡을 쳐서 보내줬는데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만 있다면  행복할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역시 산책을 하기 위해 일을 마친  장을 봤고 간만에 사람다운 식사도 차려 먹었다.  샤워를  뒤에 일층에 내려가 삼십  정도 책을 읽었다. 기분전환을 위한 새로운 시도였는데  오래 읽지 못한 이유는 누군가 빌어먹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시끄러운 음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에는 축구를 보는 사람들과 당구를 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말소리라 그다지 방해되지 않았다. 앞으로 종종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외로운 것일 수도 있다.

내일부터 삼 일간은 회사에 가서 일할 것이다. 지난주에도 그렇게 말해놓고 결국 집에서 안 나갔고 얀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번 주는 진짜로 실천에 옮길 것이다. 그러면 집에 오는 길에 부흐발트에 들러 바움쿠헨을 살 수 있다. 내일의 계획은 퇴근 후 사진 작업을 좀 하고 자기 전에 영화를 보는 것이다. 성화에 못 이겨 몇 장을 보여줬을 때 K는 이 대단한 ‘사진집’을 몇 권이나 만들 것인지, 크라우드 펀딩 같은 것으로 해볼 생각은 없는지, 한국에서 인쇄할 거라면 언제 다녀올 것인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고 한껏 들떠서 첫 권은 자기가 예약했다는 둥 하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유치하지만 그것은 힘이 됐고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찰리 카우프만의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볼 생각이다. 혹은 아노말리사를 또 보거나. 그 이상한 영화는 나를 아마 더 우울하게 만들겠지만 동시에 차분하게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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