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의 피아노 소품을 들으며 밤 산책을 하는 중에 문득 내가 여기 쓰는 쪽글들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종종 그 음악이 별로 독창적이지는 않다거나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단순하고 때때로 반복적인 (누군가는 파생적이라고 비하할) 쓰기가 내게는 정겹고 인간적으로 들린다. 가끔씩 히스테리컬한 전개를 들으면 시시때때로 바뀌는 내 기분 같아 웃음이 난다. 그런 유쾌한 반짝거림이 있는 문장을 쓸 수 있다면 한 번 읽고 잊힌다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모든 글이 고차원적이라면 읽기의 즐거움이 사라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