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Jul 11. 2023

PC-FI 1

2020-12-31 08:58:44

피씨와 디지털 음원 시장이 나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피씨 파이가 하나의 오디오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일일히 CD와 바이닐을 모으고, 하나씩 꺼내서 듣는 것도 번잡스러운 일이 되어 간다. 

피씨 파이를 구축한 자는 간편하게 몇 번의 클릭 만으로도 음악을 즐긴다. 

아직까지 CD와 바이닐, 심지어 릴 투 릴 테이프를 수집하는 애호가들이 있지만, 그들이 완전히 사라 질 거라 보기 어렵고, 소수의 그룹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들은 유형의 매체가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것을 넘어, 개인의 소장 가치, 차후의 역사적 가치, 그에 따른 금전적 시세 상승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어렵게 애착을 가지며 모은 앨범을 모아 놓은 장식장을 보면, 단순한 음악 감상에서 느낄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거기다, 집에 온 손님에게 좌라락 늘어 서 있는 장식장을 자랑하는 것은 덤이다. 

시대적으로 발매된 음반은 한정돼 있고, 그에 따라 가치는 올라, 중고 음반 장터에 서서히 시세가 오르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랄 수 있겠다. 

이러한 재미에 들린 사람들은, 모은 음반이 아까워서라도 기어코 수집을 포기하는 일이란 불가하다 하겠다. 

아직까지 이러한 소장을 고수하는 자들이 적지 않아 소수 그룹이라 볼 수는 없겠지만, 점점 추세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다. 

음반을 소장하지 않는 피씨 파이의 장점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첫 째로, 아까 얘기했던, 음반을 일일히 모으기 위해 여러 중고 음반 사이트를 접속하거나, 중고 음반 매장을 발품팔 시간과 노고가 아예 줄어 든다. 

순수하게 음악 감상 차원에 초점을 두고, 음반의 소장 가치는 염두해 두지 않는 애호가들은 그래도 그나마 수월하게 음반을 수집하는 편이다. 

조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재발매 반이던, 옛날 초판이던, 신경쓰지 않는다. 

도리어, 비슷한 값이면 컨디션이 더 나은 재발매 반을 고를 지 모르겠다. 

정말 욕심이 많은 애호가들은, 초판이냐, 재생에 문제는 없는가, 자켓의 상태는 어떤가, 심지어 어느 국가에서 발매된 음반인 지까지도 따진다. 

내가 찾고자 하는 앨범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 이런 조건까지 갖춘다 쳐도, 판매자 입장에서 상태 좋은 이런 앨범을 정직한 가격 주고 팔 리는 없다. 

가격에서 또 걸린다. 

그들은 음악을 듣는 시간보다, 어쩌면 앨범을 구하러 다니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음악의 참된 본질이 무엇인 지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어쨌건, 피씨 파이는 이러한 시간 낭비와 집착에서 해방시켜 준다. 


둘 째, 아날로그 음반, 바이닐이나 릴 투 릴의 경우에는 재생할 수록 조금씩 수명이 줄어 든다. 

릴 투 릴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바이닐은 턴 테이블의 바늘의 수명 또한 한정돼 있다. 

CD는 그보다 현저히 낫지만, 그래도 렌즈의 수명이 한계가 있다. 

플레이어의 마모야 그렇다 치더라도, 앨범의 소장 가치를 중요시하는 애호가 입장에서는, 이또한 심경이 편치 않다. 

행여나 앨범 표면에 손상이 가거나 늘어 나서, 음악이 변형돼서 듣는다 생각해 봐라. 

같은 음반을 또 다시 구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하거나, 그냥 그 상태대로 들어야 한다. 

피씨 파이는 이러한 심적인 부담감, 은근히 드는 소모 비용에서 자유롭다. 

언제 들어도 원본 그대로이다. 

아무리 듣는다 해서, 테이프가 늘어 나거나, CD 표면이 상처가 나는 경우는 없다.


셋 째, 음반을 구입하는 비용이 절감되고, 집의 공간을 차지하는 일이 사라 진다. 

물론, 음원을 다운 로드받거나, 스트리밍으로 정기 결제하는 비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앨범을 구입하는 비용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넓지 않은 집인 경우, 가뜩이나 스피커와 오디오 시스템으로 한 자리 차지했는데, 거기다 앨범 장식장까지 마련해야 한다. 

소장하는 재미는 없지만, 피씨 파이는 이러한 실용적인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 가능하다. 

아무리 대용량 음원을 많이 모은다 해도, 수십 테라 하드 디스크는 전화 번호부 한 권 부피도 안 된다. 

심지어, 유튜브는 용량을 아예 차지 안 할 뿐더러, 광고의 번거로움만 감수하면, 비용은 아예 제로이다.


넷 째, 피씨로 업무를 보거나, 일상적으로 가까이 하는 애호가의 경우, 재생과 선곡의 편리함은 이루 말을 다 못 한다. 

오로지 피씨 앞에 앉아서 곡 재생은 물론, 음량 조절, 다음 곡을 미리 선곡해 놓을 수도 있고, 한 앨범을 무작위로 섞어서 들을 수 있다. 

이는, 한 앨범을 순서대로 오래 듣다 보면, 식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플레이어의 스킨과 개인의 기호에 맞게 다양하게 설정하므로써, 재생 동안의 앨범 표지, 앨범의 발매일과 정보, 음원의 정보 등, 유형의 앨범 자켓이 없는 허전함을 대신할 수 있다. 

앨범 속 한 곡을 듣기 위해 일일히 턴 테이블을 올리고, 교체하고, 번거롭게 장식장과 플레이어를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간편한가.

매거진의 이전글 PC-FI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