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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영화 음악의 거장을 평가하다: 한스 짐머

2020-12-31 09:45:56

한스 짐머: 캐리비안의 해적, 글레디에이터, 더 록, 분노의 역류, 셜록 홈즈,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인셉션, 인터스텔라, 기억나는 대로만 열거해도 이 정도이다. 

외에도 더 많을 것이다. 

그의 작업 방식은 다르다. 그가 작업한 모든 곡들이 그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는, 이른 바 한스 짐머 사단이라는 팀에서 공동 작업한 것이라고 봐야 옳다. 

한스 짐머 사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곡을 만드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명이 아이디어를 낸 것 중, 괜찮은 멜로디나 진행 중 몇 개를 뽑아서, 그를 토대로 살을 붙여 나가는 식일 것이다. 

그 작업을 총괄하고, 편집하는 것에 한스 짐머가 책임을 지는 것이지, 모든 곡을 직접 작업하지는 않는다. 

한 명의 아티스트가 작곡에 대해 총괄하고, 녹음까지 관여하는 기존 방식과 다른 것이다. 

이를 통해서 곡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듬는 과정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음악적으로 서로 교류할 수 있고, 더 질 좋은 컨텐츠 생산, 전문 음악가를 양성하는 좋은 형태이기는 하지만, 짐머 스스로가 악전적 지식 뿐 아니라, 기획과 멤버 지휘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그만한 자본력도 있어야 한다. 

그를 영화 음악가이기도 하지만, 기획사의 대표, 프로듀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의 악풍은 독일인 특유의 절제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국민정서가 저변에 흐르고 있다. 

군더더기가 없고, 곡을 화려하게 하는 장식을 배제한다. 

적재적소의 필요한 소리만이 그의 작품에 남을 수 있다. 

어찌 들으면, 한스 짐머의 음악은 뚜렷한 개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의 철학인 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음악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에 녹여 내야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는 영화라는 몸에 딱 맞게 음악을 맞추는 재단사 같다. 

멜로디 메이커라 보기도 어렵고, 영화 속에 녹여 내서, 영화와 따로 떼서 듣기에도 뭔가 어색하지만, 그래도 대중들을 은근히 매료시키는 작품성이 그의 강점이다. 


개인적으로 박진감있는 더 록과 바흐 풍의 심오함이 느껴 지는 다크 나이트의 OST를 최고로 들고 싶다. 

현대의 전자 악기도 사용하지만, 그의 주된 편곡은 오케스트라이다. 

그 것도 규칙적인 박자를 유지하고, 모범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OST가 발매되고, 그의 이름을 딴 공연까지 성황리이다. 

기존의 틀을 깨는 천재라 보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틀 안에서도 충분히 명곡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현대인의 정서를 잘 파고든다. 

그와 작업하는 영화 제작자가 한스 짐머라는 명 음악가를 만나서 흥행을 했든, 한스 짐머가 영화 제작자를 잘 만나서 음악이 흥행을 했든, 확실한 것은, 한스 짐머가 만나는 거의 대부분의 영화는 흥행을 했고, OST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가가 대가를 알아 보지 않고서는 이런 우연의 일치는 없다. 


그런 탓에, 그의 공연에는 온갖 흥행작들로만 즐비하다. 

관객이 쉴 틈이 없다. 

영화 음악가가 자신의 이름을 딴 독립적인 공연을 하기는 극히 어렵다. 

가수나 밴드는 앨범 한 장만 내도 그 게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 음악가는 웬만한 작품활동을 해서는 자신의 셋 리스트를 만들 수가 없다. 

그만한 흥행성과 경륜을 인정받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가 모든 곡을 직접 작업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직은 그래도 젊다는 이유로, 혹은 여타 다른 영화 음악가의 위상을 못 따라 간다는 이유로 거장이라 부르길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들의 식견에 따른 의견을 충분히 존중한다. 

하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 대중들이 모르는 작품이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곡의 제목은 모르지만, 메인 테마를 들려 주면, “아! 나 이 곡 들어 봤어요!”, 대부분 그의 곡을 안다. 

향후에도 그가 앞으로 정상급 감독과 함께 손댈 때마다 명작을 만들어 낸다면, 앞으로 그를 거장이라고 부르길 주저하는 이들이 줄어 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과거의 행보를 비춰 봤을 적에, 그가 한 눈을 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항상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만장일치로 거장이라 불릴 때가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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