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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영화 음악의 거장을 평가하다: 엔니오 모리꼬네

2020-12-31 09:45:26

엔니오 모리꼬네: 엔니오 모리꼬네를 영화 음악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다양한 영화 작품에 곡을 제공한 것은 많으니, 그런 시선 또한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 스스로 영화 음악이란 카테고리 안에 안주한 음악가가 아니었고, 그러기에는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너무 넓다. 

그는 얼마든지 영화 음악이란 영역이 아니어도, 좋은 곡을 써 낼 수 있는 훌륭한 작곡 능력을 갖췄다. 

모리꼬네의 업적이라고 한다면, 영화 속에 삽입되는 음악이 단순한 영화 속 양념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곡으로 써도 훌륭한 작품성으로 끌어 올렸다는 데 있다. 

오늘 날, 영화를 주제로 OST가 따로 모아서 발매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영화 음악이라는 독립된 장르군을 형성하게 된 것도, 모리꼬네의 뛰어난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무대에서 턱시도 차림으로 지휘를 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클래식 지휘자의 모습이지만, 그는 클래식을 위시한 다채로운 표현을 하는 음악가이다. 

영화 속 영상과 장면에 어울리는 곡이라면, 그는 클래식을 버리고, 얼마든지 다양한 장르, 다양한 악기를 집어 넣을 수 있다. 

음악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도가 그만치 넓다. 


그의 대표작들은 많다. 

너무나도 유명한 서부극 시리즈, 석양의 무법자, 치 마이, 마이 네임 이즈 노바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시네마 파라다이소, 그 외에도 여기서 열거를 다 못 할 정도로 많다. 

어찌 보면, 영화 삽입곡이 영화보다 더 유명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겠다. 

감독에게는 조금 섭섭하겠지만 말이다. 


그는 대중들이 좋아 할 만 한 곡을 썼으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치 않게 곡을 꾸준히 써 낸다는 것은, 그의 기본기, 그릇이 큰 음악가임을 알 수 있다. 

대중성을 좇다간 싸구려가 되기 십상이고, 순수한 작품성을 추구하다가는, 대중들이 난해해 한다. 

모리꼬네는 이러한 배합 능력이 매우 뛰어 나다. 

모리꼬네의 음악은 예술적 가치가 있으면서도,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다채로움 속에서도 항상 일관된 것은, 그가 이태리 출신의 음악가라는 점이다. 

클래식하면 떠 오르는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즉 게르만 족이었다. 

하지만, 모리꼬네가 태어난 이태리 또한 독일, 오스트리아 못지 않은 클래식 음악의 강국이다. 

르네상스가 이태리에서 부흥했고, 카톨릭의 총 본산인 로마는 교회 음악의 메카였다. 

이러한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 받은 모리꼬네는, 그 스스로도 감출 수 없는 이태리 적 화려한 감성은 매 작품마다 꽃을 피웠다. 

오늘 날, 많은 대중 음악가, 영화 음악가들이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주저 없이 꼽는 1 순위가 엔니오 모리꼬네이다. 

영화는 이 시대의 문화를 이루는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이다. 

그 영화 속 빼 놓을 수 없는 많은 삽입곡들 속에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꽃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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