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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오디오 문화 1: 하이 파이 마케팅

2020-12-31 10:02:53


통상적으로 오디오 기기는 비쌀수록 좋다는 통념이 지배적인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금액과 성능이 꼭 정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고, 일정 금액 이상의 고가에서는 큰 금액 차이임에도 실제 청감에서는 그에 비례하는 성능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거나 미비하다. 


도리어, 저렴한 기기가 더 좋은 평을 받기도 한다. 


오디오 시장이 그만큼 시장 질서가 정리돼 있지 않고, 제조사의 금액 책정도 소위 말해 엿장수 마음대로인 것이다.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내세우거나, 특정 유명 제작자, 프리미엄 이미지의 원산지를 앞세워 고가 정책을 고수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게 먹힌다는 것이다. 


하이파이 시장이 부호들의 사치적 취향이라는 영역을 잘 파고든 것이다. 




사실, 차도 아니고, 집도 아닌, 억대의 하이파이 장비를 살 정도의 부호라면, 그들에게는 아무리 비싼 기기도 가격은 의미가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얼만큼 좋은 소리를 내느냐 내지는, 얼만큼 그들의 환상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느냐는 점에 주안을 둔다. 


특이하면서도 화려한 외관의 스피커나 진공관 앰프,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무게와 리스닝 룸을 장악하는 듯 한 압도적인 크기의 스피커 한 조는, 듣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부호의 만족감과 과시용으로는 그만이다.


고상하게 오케스트라를 틀어 놓으면서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좋고, 웅장한 대저택에 온 손님에게 자기 과시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도대체 오디오 기기를 이 정도로 리스닝 룸까지 마련해서 돈을 들였다면, 그는 얼마나 돈이 많을 사람일까? 


애초부터 그들에게는 이 장비들의 카탈로그에 인쇄된 내용, 어떠한 테크놀로지와 과학적 원리로 좋은 소리를 뽑아 내는 지, 이 장비들이 그만한 돈값을 하는 소리인 지에 대한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꼼꼼하게 카탈로그를 살펴 보고, 질문도 하고, 직접 청음을 해서 사는 실속파들도 많다. 


하지만, 그 정도 재력을 가진 이들이 그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쓸 정도의 여유는 없을 뿐더러, 봐도 모른다. 


그저, 비싸면 좋은 줄 믿고 사는 것일 뿐이다. 


어쨌건, 이 두 부류는 다른 동기로 고가 장비를 구매하지만, 가격에 대해 합리적 결정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좋기는 한데, 거품이 심하다.”는 한 목소리로 일치한다. 


자세히 들여다 보자.




고작 깨알 같은 차이로 적게는, “적게는”이라고 했다. 


수백 만원의 차이부터, 수천 만원의 차이가 난다. 


자사의 브랜드 파워가 막강한 제조사는 어차피 견고한 수요층의 맹목성을 십분 활용해서 과감한 금액 책정을 한다. 


어차피, 자사 브랜드와 동급의 다른 제조사들도 마찬가지이고, 이러한 관행에 익숙하지 않느냐면서 반문하듯이 말이다. 


어차피 다른 선택지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토끼몰이 식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3등급과 2등급의 금액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허나, 2등급과 1등급의 가격 차이는 매우 현저하다. 


성능도 별반 차이가 없다. 


단, 1등급에는 ‘프리미엄’이나, ‘울티메이트’, 따위의 꼬리표가 장식으로 붙어 있다. 


성능은 2등급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말이다. 


합리적인 소비자 층은 2등급 제품에 현명한 타협을 보지만, 부호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1등급이면 무조건 사고 본다. 


성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느니, 좋은 매칭이 어떠느니, 묻지도 않는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구매자들은 이러한 형태를 잘 안다. 


하지만, 이러한 오디오 시장의 관행이 계속 지속되는 것은 왜일까? 


그래도 사 가는 구매층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조건 제조사, 판매자만 탓한 문제가 아니다. 


만일, 이러한 시장 구조가 불만이라면, 2, 3등급 구매자가 1등급 구매자를 설득해야 한다. 


“불합리한 가격 구조이며, 1등급 구매자인 당신도 그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현명한 소비 의식이 이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는다. 


거품이 심한 1등급을 사지 말고, 다른 브랜드나 2등급을 사 주길 청한다.”고, 이해시켜야 한다. 


거품이 있어도 사 주니까, 계속 그렇게 책정하지 않느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1등급 구매자를 놔 둬라. 


이러한 형태도 인정하고 존재하도록 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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