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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오디오 문화 2: 골드문트 사태의 고가 오디오 회의론

2020-12-31 10:18:57

억대를 호가하는 오디오 기기의 성능을 인정하고, 아깝지 않게 구매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과장, 거품, 허영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보는 회의론자들도 존재한다. 

오디오 시장의 복잡성을 악용해, 비쌀 수록 좋을 거란 기대심리를 심어서 가격거품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TV는 인치가 크고, 들어가는 부품이 얼마나 고가이고, 좋은 성능인 지, 가시적으로 비교 가능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있지만, 오디오는 그런 객관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사용된 목재나, 부품, 제작자의 명성과 신뢰도를 참작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품질을 가격에 반영한 것인 지의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구매자가 직접 청취를 해서 소리에 납득이 간다면 문제될 건 없다. 

그러나, 천차만별의 제품과 가격 차이 속에서 그 성능의 우열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애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억대의 장비가 수천만 원의 장비, 심지어, 수백 만원의 장비와 체감상 별 차이를 느낄 수 없거나, 도리어 더 낫다면? 

이러한 이유로 초고가 시장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저, 포장지만 비싼 평범한 스피커, 앰프 따위가 아닌가?


  

실례적인 사례로, 과거에 골드문트 CDP 사태로,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논쟁이 한창 일었다. 


오디오 애호가라면 한 번 쯤은 접한 스캔들이다. 


골드문트 1500만 원 짜리 CDP가 고작 10만 원도 안 하는 평범한 파이오니아 CDP의 부품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속은 깡통이면서 겉 껍데기만 비싸게 포장한 것이다. 


기존에 쌓아 뒀던 자사 브랜드의 고가 이미지와 신뢰감을 바탕을 악용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이에 골드문트 측은 방진 기술을 구현시킨 제품이며, 그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고, 그래서 비싼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방진 기술은, 방진 기술이라는 표현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저가 제품에도 기본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생각해 보라. 


CD를 넣어서 흔들리는 데서 진동이 발생하고 이를 잡아 준다는데, 어느 CDP든지 진동이 심해서 음악이나 영상 재생이 원활하지 않던 적이 있던가? 


아날로그 식 턴테이블이라면 모르겠지만, 말같지도 않은 변명이다. 


대중들이 모를 법한 전문 용어를 써서 또 눈속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해서는 저보다 훨씬 전문가가 분해해서 분석해 놓은 인터넷 자료가 분명히 있으니, 찾아 보면 더욱 수긍이 갈 것이다. 


이 것이 초고가 오디오 제조사가 돈많고 물썽한 구매자들을 현혹시키는 방법 중에 하나다. 


물론, 엄청난 연구의 결실로 환상적인 소리를 구현하는 제조사들도 존재하지만, 어쨌든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골드문트 CDP를 하나의 예로 들었는데, 골드문트의 오디오에 대한 인식이 어떤 지 파악하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르베르숑 골드문트 회장은, CDP와 비할 수 없는, 거의 50억 수준의 스피커도 팔아 본 적이 있다고 자랑스레 얘기한 적이 있었다. 


이유인 즉슨, 어차피 그 정도의 부호는 돈을 쓰려고 해도, 어딘가 마땅히 쓸 데가 없어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자들에게, “이 스피커는 엄청난 기술이 집약된 아주 고가의 스피커입니다. 이 스피커를 사는 자들은 사회의 상류층들 뿐입니다. 이 스피커의 소리는, 상류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인 것입니다. 이 걸 누리십쇼.”, 돈을 쓰지 못 하는 자들을 납득시켜서 이렇게 위안을 주는 것이다. 


상류층들이나, 기업의 회장들은 그들 만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는데, 우리가 그들의 그러한 걱정거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말 속에서 이미 자사 제품은 거품이라고 자인하는 것을 여기서 파악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왜 그토록 그는 당당하냐는 것인다. 


그 근거와 배경이 뭐길래. 우리 기기들이 거품이라 하지만, 그래도 사 가는 사람이 있고, 그들은 아무 불만을 가지지 않지 않느냐. 


이 것이 진정 잘못됐다면, 왜 법에 저촉돼서 법적 분쟁이 일어야 하는데, 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냐고. 




얼마든지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이 말을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골드문트의 철학은, 철학이라 해야 할 지 자신이 없지만, 오디오 기기가 추구하는 본연의 음악 감상의 희열이 아닌, 부의 과시, 상류층들의 환상을 심어 줘서 구매욕을 자극, 최저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 있는 것이다. 


구매자가 음악이 좋아서 좋든, 비싼 스피커를 사서 듣는다는 심리적 안도감, 자아도취로 좋든, 어떻게 하든 좋으면 된 거 아니냐는 거다. 


정공법으로 가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자기네처럼 샛길로 가는 브랜드도 있다. 


그들은 적당한 가격에 팔아서 대중들을 만족시키지만, 우리는 그 제조사들이 만족시킬 수 없는 최 상류층을 만족시키고 있다. 


그들은 그들대로의 역할과 영역이 있고, 우리는 우리대로의 역할과 영역이 있는데, 왜 그들은 정직하고 좋은 브랜드고, 왜 우리는 비싸게 판다는 이유로 나쁜 기업이냐고 항변할 수 있는 거다. 


그럼,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 


그들을 비난한 데에 있지 않고, 이러한 기업을 바라 보는 우리의 인식을 바르게 정립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골드문트가 음향과학과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구개발에 상당한 고급인력을 투입시킨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 고차원적인 음향과학의 결정체, 궁극적 연구 결론이 흔하디 흔해 빠진 중국산 메인보드를 쓰는 것에 이르렀나? 


그러면, 중국은 상당한 음향기술 선진국이다. 


왜 스위스 제라는 것을 그리 강조하나? 


그 대단한 당신들도 중국산을 쓰는데 말이다. 




골드문트는 회사의 구조가 보편적인 곳과 많이 다르다고 한다. 


소속 직원이 몇 안 되고, 연구 개발하는 인력 또한 그떄그때 임시 고용한다고 한다. 


내가 기업을 잘 모르니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겠지만,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인력들만 남긴 채, 상주하는 인력을 줄이고 외주를 함으로써 이윤의 극대화, 자신들만이 공유하는 기술력, 마케팅 전략, 고객 데이터 베이스를 독식하기에 가장 좋은 구조로 보여진다. 


이를 통해, 골드문트는 오로지 최저의 투자로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즉, 수익성.


인간에게 좋은 오디오란 무엇인 지, 골드문트 만이 낼 수 있는 개성있는 소리란 무엇인 지, 오디오와 인간과의 어떤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인간 중심의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찾을 수 없다. 


물론, 명색이 고급 오디오를 만드는 회사이니, 전혀 기술력이 없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이미지 메이킹하고, 비싼 값을 부르는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골드문트 회장이 주장하는 얘기가 잘못된 것은 거듭 아니다. 


돈을 못 써서 고민인 상류층의 구매욕을 충족시키는 것은 실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긍정적인 의미이다. 


최 상류층들에게는 수천 만원 짜리 오디오 마저도 시시한 것이다. 


하지만, 골드문트는 그러한 최 상류층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구매자가 소리는 별로라도 겉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샀던, 단순히 판매자가 아부를 해서 즉흥적인 기분으로 샀던, 판매자, 구매자, 양 쪽이 만족해 하는데, 거기서 상당한 금액이 오고 갔다고 한들 말릴 자가 누가 있으며, 손가락질할 자가 누가 있는가? 


그들은 법과 상도덕의 경계선을 사뿐히 넘나드는, 합법적인 봉이 김선달이다.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애호가들의 비판에 넘어 질 듯 하면서도, 미리 준비해 둔 논리와 음향 논문 따위로 충분히 방어해 낸다. 


나또한 골드문트에 대해 거품이라고 비판하지만, 끝까지 파고 들면, 손가락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 싫으면, 안 사면 되는 것이다. 


시세란 것은, 시장이란 것은, 자율로 맡겨 놓으면, 합리적인 절충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특수한 상황은 여기서 다루는 주제를 벗어나기에 논외하기로 한다.




골드문트 외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피커와 기기 1위를 찍은 어느 브랜드도 골드문트와 공통점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메이드 인 스위스’이다. 


뭐, 동영상을 통해 소리와 외관을 잠깐 봤는데, 좋아 보이기는 했다. 


가격대가 억대를 호가하는데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그 브랜드가 자사를 홍보하기를, 주문이 들어 와야 수제로 제작을 하고, 유명 가수 누구, 유명 배우 누구 등이 자기네 기기를 쓴다고 한다. 


창업주 본인이 사운드 체크를 하고, 제작에도 참여한다고 하니, 좋은 내용이다. 


하지만, 개성있고 독특한 외관은 그렇다 쳐도, 소리는 수천 만원 대의 스피커와 그다지 다를 바를 못 느꼈다. 


꼭 메이드 인 스위스를 강조해야만 하는 지, 꼭 그렇게 가장 비싼 스피커 1위를 차지해서 홍보해야만 하는 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그 브랜드의 개성있는 소리와 외형이 마음에 든다면 절대 할 말은 없지만, 순수하게 예술적 소리를 원한다면, 그 가격의 절반 수준이어도 충분히 최고급 형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냉철하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그 스위스 제 기기와 절반 가격의 타 브랜드 기기 소리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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