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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음악과 정신 탐구 1: 음악 중독과 치료

2020-12-31 10:47:23

인간은 다양한 매체, 외부 환경과 사물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 간다. 

우리가 오디오 애호가가 된 것은, 어느 한 순간부터 내가 오디오 애호가가 되기로 결심해면서 된 것인가? 

그저 음악이 좋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든 게 아니었는가. 

그럼, 왜 음악에 빠지게 되었을까? 

참으로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우리는 이 것을 간과하고 있다. 


그 순간의 음악 수준이, 내 삶의 수준보다 높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그 음악이 그리도 좋게 들렸던 것이다. 

만약에 그 당시에 들었던 음악이 내 삶의 수준보다 낮았다면, 그냥 아무런 감흥없는 음악으로 듣고 지나 치고 말았을 것이고, 애호가 수준까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삶에서 그 어떠한 것보다 음악이 주는 감흥이 가장 컸기에, 우리는 음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음악을 더 좋게 듣기 위해 고음질을 찾고, 더 좋은 기기를 찾는 게 아니겠는가. 

오디오를 즐기는 장점은 놔두고,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오디오 애호가가 돼서 더 좋은 음질로 음악을 즐기는 장점이 있지만, 과할 때는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더군다나 오디오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오디오 고집장이가 되지는 않았는가? 

이 단점을 극복하려면 내 삶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


어릴 적에는 동요를 듣고, 학창시절에 듣던 유행가나 댄스음악을 한 번 쯤은 즐겨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호가가 된 뒤에도 그런 음악을 듣는가? 

수준 높은 팝, 클래식, 재즈 등을 듣게 된다. 

내 수준이 그 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불현듯 TV나, 매장에서 유행가를 들으면, 수준 낮은 음악이라고, 못 듣겠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더 이상 최고의 음악을, 고음질로 즐기고 있음에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그 동안 정체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음악이 아닌, 삶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 

내가 그 음악의 수준보다 높기 때문에, 흡족이 안 되는 것이다. 

당신은 그 정체된 상태에서 어떻게 나아 가야 할 지 길을 모르다 보니까, 이렇게 하면 소리가 더 좋게 들릴까 싶어, 자꾸 매칭을 하기 위해 장비를 사고 팔고, 다른 기기에 눈독을 들이면서 시간을 낭비한다. 

교체를 하고 나서 처음 얼마 간은 좋지만, 그 새로움은 얼마 가지 않는다. 

그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 했기 때문에 이러한 반복이 계속 되는 것이다.


  

내가 그 당시에 다른 스포츠나 미술, 취미, 독서 등에 열중하고 있었고, 그 재미가 음악만 못 했다라고 한다면, 난 오늘 애호가가 안 됐다. 


당시 나에게는 음악보다 더 좋은 게 이미 나에게 주어 졌는데, 왜 음악에 목을 매나. 


마찬가지이다. 


다시 내 삶의 생동감을 찾고 싶으면, 음악은 그동안 많이 들었으니까, 다른 무언가를 해 보라. 


이 세상에 음악 말고 아직 못 해 본 게 많은데, 왜 음악이라는 마른 걸레를 쥐어 짜나. 


지인과 이런 고민을 나눠 보고, 나보다 더 수준있는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라. 


요즘엔 취미 거리, 즐길 거리가 얼마나 많은가. 


수영을 해 보던, 등산을 해 보던, 자전거를 타 보던, 음악 말고 다른 하고 싶은 것을 하라.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자전거를 타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 생각이 안 든다. 


자전거를 실컷 탔으면, 그간에 못 읽은 책도 읽어 보라. 


아주 신선한 체험일 것이다. 


그러다 음악 생각이 들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어라. 


그 때 다시 듣는 음악은, 늘 들었던 음악이지만, 더 좋게 다가 온다. 


왜? 내 삶이 신선해 졌다. 


이제 나에게는 음악만이 전부가 아니다. 


책도 즐길 수 있고, 산에 오르면 자연의 청정함에 나를 맡길 수 있고, 대화가 통하는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차담을 나눈다. 


나에게는 이렇게 즐길 거리가 많고 풍요로운데, 내가 쥐꼬리만 한 음질 향상을 위해 왜 그리 목돈과 금쪽 같은 시간을 낭비하나? 


내게 주어 진 시간도 마저 즐기기 아깝다. 


더 좋은 기기를 사기 위한 돈도 아깝다. 


그 정도 돈이면, 다른 즐길 게 얼마나 많은가. 


당신은 이 걸 깨야 한다. 


그 동안 음악이란 반찬을 많이 먹었으니, 이젠 물릴 때도 되지 않았나. 


이제는 시야를 넓혀서 다른 반찬도 먹어 보라. 


혹시 아는가? 


만일에 내가 춤에 재미를 들이다 보면, 음악보다 춤이 더 좋을 지. 


당신은 춤이 너무 좋은 나머지, 오디오 장비를 팔아서 무도장을 차릴 계획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빠지는 것을 절대 금물이다. 


음악 대신 춤에 빠져서 당신이 다른 고민이 생겼다면, 이는 냉탕에서 온탕으로 들어 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빠져서는 안 된다. 


음악도, 다른 그 무엇도. 


적당히 즐기다가 다시 내 본연 자리로 돌아 오는 것이 삶의 묘미다. 


하고 싶은 욕구를 마냥 참는 게 아니다. 


당신은 삶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 


거기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 즐거운 인생이라고 생각치 않는가?




우리는 술을 과하게 마시면 건강을 해치고, 중독이 된다고 하는데, 잘 들여다 보자. 


첫 잔부터 알코올 중독에 빠지지는 않는다. 


애초부터 누구는 알코올 중독자라고 예정된 것도 없다. 


어느 정도 마시면서 혈액 순환도 되고, 분위기도 고조되고, 못 다한 얘기도 용기내서 말할 수 있고, 술은 적정량만 지키면 아주 유용한 것이다. 


문제는 터닝 포인트, 그 선을 넘어 버리면, 자신을 절제하지 못 하고, 흉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에 절제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이 선을 지키기만 하면, 절대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 없고, 도리어 술자리에서도 환영받고, 주목받을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것도 마찬가지이다. 


술은 과하면, 대인관계가 악화되고, 본인 스스로도 좋지 못 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나름 노력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디오에 대해서는 아직 이 정도로, 사회적으로 나쁜 인식이 형성될 정도는 아니라서, 오디오 취미는 술, 담배처럼 건강을 해치는 것도 아니고, 음악을 아무리 듣는다고 해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해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 무해하면, 왜 충동 구매와, 매일같이 장터를 기웃거리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에 피로함을 호소하는가. 


내 스스로가 나도 모르게 음악에 빠져서 다른 걸 못 하고,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면, 혹은, 어느 순간부터 좋게 들리던 음악이 별 감흥없이 무료하게 느껴 졌다면, 아까 술에서 얘기한 터닝 포인트를 떠올리기를 바란다. 


당신은 지금 그 터닝 포인트를 넘어 선 것이다.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하향 곡선으로 꺾인 것이다. 


이 걸 알아 차리는 순간에 바꾸려고 하면, 그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당신은 음악을 잠시 접어 두고, 다른 무언가를 시도할 때가 온 것이다. 




근본적인 내 수준과 상태를 점검해 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더 나은 것, 새로움을 원한다면, 당신의 수준 또한 어느 정도 올라 와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석사 과정을 마쳤는데도 아직도 석사 과정 책을 보고 있다. 


다음 박사 과정으로 가야 맞는 것이다. 


내 수준을 끌어 올릴 궁리를 하라. 


거듭 하는 얘기지만, 그동안 지나 쳤던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라. 


더 나아가, 당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지식과 수준 있는 자들의 얘기를 경청하라. 


당신이 음악만 최고라고 못을 박아 놓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코 앞에서 음악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가까운 사람에게서 얻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 


우리는 이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내 수준이 올라 가야 내가 접하는 것들이 더욱 좋아 진다. 


당신은 그 것이 꼭 음악이어야만 하는가? 


음악보다 더 좋은 게 내 주변에 많이 주어 지는데, 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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