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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오디오 문화 4: 오디오 기기의 매칭

2020-12-31 10:34:07

오디오에 흥미를 들이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이 추구하는 소리를 구현하고 싶고, 자신의 음악적 성향이란 틀이 잡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욕구는 다양한 장비를 사고 파는 행위에 몰두하는 것으로 이어 진다. 

근소한 성능 차이로 구매한 물건을 반품하거나, 중고 장터에 되파는 것을 반복한다. 

왜? 어차피, 반품을 하던, 중고로 되팔아도 그다지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엊그제 만족했던 소리가, 언젠가부터 식상하고, 성에 안 찬다. 

인터넷 장터에 가면, 판매 사유로 이러한 얘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풍토가 나쁘다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나 또한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 당장부터 모든 오디오 장비를 갈아 치울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고 파는 행위 속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내가 느끼는 소리, 성향이란 게, 어떨 때는 즉흥적인 요소가 있고, 명료하게 가시화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적 환경과 상황에 의해 모호하게 인식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재즈와 잘 어울리는 앰프라고 해서 샀는데,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거나, 정확한 해상도를 구현하는 DAC라고 해서 샀는데, 막상 듣기에 불편했던 기억들이 누구나 한 번 쯤은 있다. 


혹은, 어렵사리 내가 원하는 조합 대로 오디오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했는데, 지인이 구성한 시스템 매칭이 더 좋은 것이다. 


이대로 평상 가져 갈 매칭이라 여기고 이제 쉬는가 싶더니, 또 중고장터를 물색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잘 알면서 절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내 예산 내에서 이 보다 더 좋은 매칭의 장비가 매물로 나와 있는데 바꾸지 못 할 이유가 뭐 있겠나. 


그래서, 오디오 중고장터에는 파는 매물도 많지만, 그마만치 사고자하는 수요자들도 많다. 


택배 인프라의 발달로 거래가 쉽고, 오디오 기기들의 특징이 웬만해서는 소모성이 없는 반 영구적인 장점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내가 써 놓고도 에이징이 돼서 더 좋은 소리가 난다고 하면, 구매자도 흡족해 한다. 




본론으로 돌아 가자면, 장비 교체를 자주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리에 대한 감각이 밝고, 이상주의자란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얼마든지 교체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기기에 대한 안목을 넓힌다면, 그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제외한, 잦은 교체에 피로해, 이제는 안주하고 싶은 자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지를 알아 보자.




특정한 성향이 강한, 제조사의 개성이 강한 기기는 매칭에 가급적 제외한다. 


이러한 기기들의 특징은, 당장은 당신 성향에 맞아서 좋을 지는 모르지만, 다른 기기의 개성을 잡아 먹고, 자신이 전면에 나서 버린다. 


그래서 조합을 하기가 까다롭다. 


뿐만 아니라, 실증나기 십상이다. 


본인의 성향에 부합하되, 제조사의 개성이 절제된, 무난함에 가까운 기기가 차후에 다른 기기가 교체되도 매칭하기 쉽다. 


오랜 바꿈질 끝에 결국은 무난하고 평이한 소리로 매칭을 하는 것이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기도 좋고,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현 시스템에 만족하지 못 한다면, 앞으로 바꿀 기기의 소리를, 유튜브나 오디오 커뮤니티를 통해서 미리 들어 볼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역시 지인이나, 오프라인 모임, 샾의 청음실에서 직접 듣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 


온라인을 통해 미리 청음하는 것과, 오프라인을 통해 청음하는 것에 장단점이 있는데, 먼저 온라인은 내가 인터넷을 통해 손쉽고 빠르게 들을 수는 있겠지만, 녹음된 소리와 실제 청음과의 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참고 사항으로 받아 드려야 한다. 


반면에 오프라인은, 해당 기기의 소리를 바로 듣는 것이기에 오프라인보다 정확한 면은 있지만, 샾에서는 온갖 고가의 기기와 매칭을 시키기 때문에, 이 기기가 정말 소리가 좋아서인 지, 아니면 다른 기기에서 나는 지를 분간하기가 어렵다. 


당신이 베테랑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럴 때는, 샾 주인에게 중립적인 성향의 다른 기기와 매칭시켜 달라고 하라. 


이러한 청음 과정을 거치고, 커뮤니티의 감성평이나, 카탈로그 내용을 종합적으로 접하면, 번거로운 반품과 되파는 수고는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고가일 수록 되팔 적에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한 선택을 하고, 모험은 삼가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고, 대중적인 브랜드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생소하거나, 사람들이 잘 평하지 않은 브랜드는 택하지 않는 게 좋다.


유명 브랜드 제품들은 많은 이들이 선택해서 입증되었으므로, 다양한 구매자 층의 취향을 포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다. 


이러한 교과서적이고, 잘 알려진 브랜드 제품들로 조합해도 불만족스럽다면, 그 자는 상당한 이상주의자이거나, 평범함을 거부하는, 즉 성향이 치우쳤다고 진단할 수 있다.




우리가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모니터에 내장된 스피커이거나, 평범한 싸구려 스피커였다. 


그 보잘것 없는, 이름도 모를 깡통 같은 스피커에서 그 음악이 너무 듣기 좋았다. 


그 때, 탄노이의 듀얼 콘센트릭이 어쩌고, 실텍의 실버골드가 어쩌고, 진공관이 어쩌고를 알고 들었었나. 


그 시절에는 흔한 유행가나, TV에서 나오는 댄스곡을 들어도 좋았던 것이다. 


보편적으로 많은 이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리라 여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적게는 수백 만원부터, 나도 모르게 기기를 투자하다 보니, 수천 만원 대까지 들이게 됐다. 


이론 상, 싸구려 스피커보다 음악감상이 월등히 좋아야 하는데, 실제로 그만치 비례를 하는가? 


아니면, 아무리 해도 그 뭣도 모르고 들었던 때보다 못 한가? 우리에게 무슨 현상이 일어난 걸까?




우리는 언젠가부터 이 케이블을 매칭하면 더 소리가 좋아 지겠지, 북셸프를 톨보이로 바꾸면 더 좋아 지겠지, 음원도 단순한 CD나 MP3가 아닌, 고음질을 찾게 된다. 


그렇게 하나 둘씩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음악을 본연 그대로 즐기기 보다는,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들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그런대로 괜찮은 매칭으로 시스템을 구축해도,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 텐데.” 하면서, 막연한 기대감으로 다른 장비를 물색한다. 음악을 즐기지 못 하고, 고음질, 고가 장비를 즐기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어떤 곡이 무척 듣고 싶을 때가 있는데, LP를 꺼내기도 귀찮고, 진공관도 예열이 안 돼 있다. 


상당한 수준의 애호가는, 이런 즉흥적인 시기를 놓치면, 음악을 깊이있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틀어서 들어 본다. 


물론 제대로 된 오디오 시스템만 하겠냐마는, 선입견을 버리고 순수하게 들어 보면 썩 나쁘지 않다. 


이는 무엇을 말하나? 


우리는 음향적 수치나 테크놀로지에 집중하다 보니,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다시 묻는다. 우리는 음악을 즐기는 것인가, 장비를 즐기는 것인가. 


우리가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곡을 있는 그대로 즐겼기 때문이다. 


그 가수, 연주자, 작곡가가 표현하는 감정과 느낌 때문인 것이지, 테크놀로지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이라는 것이다.




탄노이의 어느 관계자가 오디오 애호가에게 던진 메시지이다. 


나는 이 얘기를 꼭 들려 주고 싶다. 


“우리는 좋은 소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지, 테크놀로지를 숭앙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다. 테크놀로지는 항상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가 음악을 듣고 접하는 그 순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장비들로 환상적인 시스템을 갖췄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데 거기에 재생되는 소리는, 음악이라 볼 수도 없는 소음 덩어리다. 


다소 과장된 비유를 했지만, 당신은 누군가 그 수억 대의 시스템을 거저 줄 테니, 절대 당신이 듣고 싶은 명곡들은 듣지 말고, 오로지 저질 음악만 듣는 조건이라면, 수락하겠는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스마트폰 스피커로 내가 듣고 싶은 클래식, 팝, 명곡들을 실컷 들을 것이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나서 처음으로 음악의 깊은 재미를 맛보게 됐을 때르 떠올려 보자. 


당신은 지금보다 월등히 좋은 시스템과 고음질 음원, 수준 높은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남들도 부러워 하고 있는 현재의 내 시스템조차 불만을 가지는데, 당신이 이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투자한다고 해서, 그 때는 만족하리라는 보장을 당신 스스로 할 수 있나, 그 시스템을 파는 제조사가 할 수 있나? 


누구도 보장 못 한다. 


당신은, 그 모험을 쟁취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금전을 소모해도 후회 없을 자신이 있는가? 


그래도 좋다면, 당신은 도인이다. 


그 게 아니라면, 여기서 스스로 타협을 봐라. 


철모르게 싸구려 스피커로 즐기던, 그 순수했던 자신을 항상 상기하자. 


나는 ‘음악 애호가’이지, ‘장비 애호가’가 아니다. 


이 걸 받아 드리는 순간, 더 이상 좋은 장비를 사고, 되파는 짓은 부질없어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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