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비행기 놓치는 꿈

2020-12-29 19:09:16

by 속선

보름 전 쯤인가 꾸었던 꿈이었다.

마치, 고해상도 짠한 영화처럼 생생했었다.

살면서 이처럼 뚜렷한 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내용은 간략하다.

나는 공항에서 빨리 내가 타야 할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시간은 점점 촉박해 지고, 길을 몰라 헤매는 것이었다.

공항 옥상으로 올라 와 보니 아주 새카만 밤이었는데, 이 쯤 되면 비행기는 떠났을 거라는 자포자기가 들었다.

그 때 거대한 비행기 한 대가 내 앞에서 가까이 이륙하였는데, 마치 나를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잘 보여 졌다.

한 50 미터 쯤인가에 어떤 남자가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요즘 한창 세간에 화제 인물인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전형적인 검은 양복 차림에, 또 재미있는 것은, 요즘 세태를 반영한 흰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사실, 일반 승객이 공항 옥상으로 간다는 것도 비 현실적이고, 거기서 윤석열 검찰종장을 만난다는 것도 더욱 비 현실적이지만, 뭐 꿈이니까.

그에게 물었다.

"지금 이륙하는 비행기가 제가 타야 하는 비행기인가요?"

"글쎄, 아마 그런 것 같은데."

거기서 그렇게 더욱 자포자기로 마음을 먹다가, 어영부영하는 것으로 꿈은 끝났다.


그 당시 내 상황을 잘 반영한 꿈이었고, 이 것은 꿈 해몽을 구태어 찾아 보지 않아도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일목요연하고 명료했다.

내 스스로도 무언가를 빨리 찾아서 그 길로 안착을 해야 하는데, 그 비행기란 내가 급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니 서두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니면, 이미 놓쳤으니까 단념하고 빨리 다른 길을 찾으라는 것일 수도.

그러나, 내가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해서 하소연을 했다.

일러 주신 것은 감사하나, 여전히 그래도 내가 뭘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겠노라고.


그 후에 일주일 후엔가, 또 꿈을 꾸었으니, 이 번에는 기차를 놓치는 꿈이었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평상시 고속버스보다는 기차를 즐겨 타던 터라, 기차로 꿔 진 모양이다.

어쨌든, 그 비행기의 꿈처럼 시간은 촉박한데, 기차를 못 찾고 헤매다가 결국은 또 놓치는 것이다.

헤매다 끝났는 지, 놓치는 광경까지 꾼 것인 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내가 타야 할 기차는 못 탔다.

이 쯤 되니, 나를 위한 명확한 경고이자, 귀띔임을 의심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좋지 못 한 버릇이 한 가지 있는데, 그 것은 중요한 버스나 기차 시간을 놓치거나, 겨우 턱걸이로 타는 것이 그 것이었다.

나 역시도 내 기억에 남을 정도로 호되게 혼났음에도, 고쳐야겠다고 단단히 작심했음에도, 완전히 다 고치지는 못 했다.

봉화 읍내를 갔을 적에도 기차 막차를 놓쳐서, 결국 모텔에서 하루 묵어야 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뭐, 시골 모텔 비가 그리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아까운 금액이었다.

시간표를 알고 철두철미하게 잘 시간 계획을 짰다고 했는데, 막상 내가 계산한 것과 다르게 촉박한 계산이거나, 예상치 못 한 변수를 맞이 해서 이처럼 곤란을 겪는 것이다.

나 역시도 내 계산을 믿을 게 못 되니, 앞으로는 기존보다 여유있게 시간을 잡아야겠다고 개선을 해서, 그나마 그 확률이 많이 나아 졌다.


나는, 멀뚱히 서서 버스나 기차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가급적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자 했고, 시간표는 정확하다고 과신을 했었지만, 막상 버스 기사가 정시와 다르게 속도를 낸다던가, 내가 시간 숫자를 잘못 착각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로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결국은, 놓치고 나서 더욱 긴 텀으로 기다리는 최악의 결과였다.


평소 고질적 악버릇 그대로 꿈이 나타난 것이다.

뭐, 무섭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장르를 악몽으로 구분해도 어색치 않을 것이다.

두 꿈의 참 의미는 그 게 아니라, 지금 네가 어영부영 있으니, 빨리 서둘러서 길을 찾으란 뜻일 테다.

버릇을 고치라는 게 아니고.

하지만, 여전히 그 꿈의 뜻을 모른다.

내게 특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회가 임박했는데 놓칠 것을 의미하는 것인 지, 정해 진 기회가 아닌, 너가 뭐라도 좋으니 빨리 네 길을 찾아 매진하라는 것인 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다시 외쳤다.

나, 도저히 뭘 해야 될 지를 모르겠고, 그 기회가 뭘 의미하는 지를 모르겠고, 그 기회에 어떻게 접근할 지를 모르겠으니, 그냥 내게 주어 진 길에 있겠노라고.

이렇게 도와 주었지만, 이미 놓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포기심이었다.

방향을 알아야 뛰든가, 기든가를 할 텐데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갈 수록, 그 비행기와 기차는 지금 한참을 떠났겠지 하는 아쉬움은 더욱 깊어 져 가면서 말이다.


그 후에 다른 꿈을 꾸었는데, 그 때는 놓치는 것이 아닌, 썩 괜찮은 기분의 꿈을 꾸었다.

그냥 뻗어 버리니까, 차라리 편하게 살으라는 뜻인가.

버스를 타고 내가 사는 지역을 도는 꿈이었고, 작게나마 신났었다.

그러나, 깨고 나서 그다지 좋게만 받아 들일 수는 없었다.

내 인생에 최선을 다 하지 못 했다는 안이함에 면목이 없었다.


지금은 빨리 각오를 다잡고, 잔뜩 밀린 일을 몰아 하는 심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지금 당장만 따져도, 얼마 동안 글을 써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쓸 것이 많다.

만일, 그 비행기가 내게 조바심을 주어서 빨리 뭐라도 하라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일단은 성공에 안도할 수 있겠다.


나는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다.

그래서 내가 언제나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것이 내 삶의 사명이다.

그 것이 실패일 지라도, 나는 나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알기에, 그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안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글쎄,

내가 언젠가 좋은 글을 많이 써서, 많은 이들에게 힘을 준다면, 그 떄는 내가 놓친 그 비행기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비행기에 버금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어쩌면 더 좋은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지도.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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