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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Pink Floyd -

Another Brick In The Wall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 파고든 지는 의외로 얼마 되지 않는다.

하드 록과 헤비 메탈을 중심으로 듣던 내게, 핑크 플로이드는 고상이나 떠는 철학적인 밴드 같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외면하지 말고 한 번 섭렵해 보자는 발로로 접한 게,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이었다.

아티스트를 처음 섭렵할 때는, 베스트 음반이나 가장 호평받는 앨범부터 듣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당시 정통 록 밖에 모르던 때와는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왜 대 기록을 세운 명반인 지를 비로소 납득하게 되었고,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은 내게 최고의 핑크 플로이드 앨범이 되었다.

자연스레 다음 타겟이 된 앨범이 바로 더 월이다.

워낙 곡이 많은 앨범이라 다 파악은 안 되었지만, 사운드 적으로 조금 더 어쿠스틱한 앨범인 듯 하다.

가사 따위는 원래 신경을 전혀 안 쓰는 지라 잘 모르지만, 뭐 뻔한 사회, 정치 풍자적 내용일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어나더 브릭 인 더 월은, 본 앨범에서 가장 대표적인 곡이다.

제목은 몰라도, 한 번 쯤 들어봄 직하게 익숙한 곡일 것이다.


"위 돈 니드 노 에듀케이션!"


가사 내용을 보면, 정형화된 주입식 교육을 거부한다는, 뭐 그런 뻔한 내용이다.

지금 듣기에 뻔하게 들리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센세이션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서태지와 아이들이 교실 이데아라는 곡으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사회적인 반향을 얻었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학생들을 마치 규격화된 닭장, 공장 따위에서 공산품처럼 획일화된 교육을 시키는 것에 대해 풍자를 하는 것인데, 이 곡의 가사를 지은 서태지도 어쩌면 핑크 플로이드의 어나더 브릭 인 더 월을 참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작품에서도 AC/DC의 백 인 블랙을 차용한 것으로 보아, 서태지는 이미 서양 록 음악에 눈이 트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시나위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이력도, 서양 록에 영향을 받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볼 수 있겠다.

그런 서태지가 너무나도 유명한 핑크 플로이드의 명작, 더 월을 접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비 현실적이라는 것이 나의 유추이다.


재미있는 것이, 그 당시에는 그 노래에 그렇게 열광하면서, 어떻게 이런 멋진 곡을 지었을까, 서태지는 참 대단하다고 추앙하던 학창시절이, 참 재미있게 회상된다는 점이다.

모르니까 대단했지, 알고 파면 팔 수록, 서태지도 독창성 있는 뮤지션이라고 보기엔 힘든 점들이 있다.

단, 테이크 시리즈는 제외.


서태지가 당시 국내 음악에 선구자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는데, 그 것들이 전부 이미 기존의 서양 음악 트렌드들을 우리 정서에 맞게, 서태지 식으로 재창조하거나, 재구성한 것이라고 봐야 맞을 듯 싶다.

이에 대해 절하하는 의미가 아닌, 보다 음악적 식견이 넓고,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파이오니아 적 면모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 들였으면 한다.

또, 내가 알던 천재적 이미지의 서태지의 면모가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한 시대의 음악적 획을 그었던 천재 대중 음악가 서태지가 아니라, 물론 그의 공로는 인정한다.

나처럼 서양 대중음악에 눈을 뜬, 재능있는 노력파 뮤지션으로 재평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나라만 따져도, 다양한 장르에 걸쳐 음악을 깊이있게 섭렵하고 있는 음악 애호가들이 많이 숨어 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그 중에 직접 음악 활동에 뛰어 든 이들도 있겠고, 우리가 열광하는 이 시대의 모든 뮤지션들이 다 이런 축에 속할 것이다.

서태지도 그 안에 포함되어서 성공한 일인 중에 하나일 뿐.

식견이 넓어질 수록, 허와 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그 때는 음악과 뮤지션에 대해 재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


얘기가 다른 쪽으로 많이 샜는데, 굳이 프로그레시브라는 장르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 섭렵하면 음악적 식견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중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가장 대표적인 더 월, 어나더 브릭 인 더 월을 들어 보길 바란다.

통렬한 풍자가 가득하면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는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진가를 체험할 수 있다.


2021-01-30 19: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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