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0 20:20:48
오늘은 시내에 다녀 왔다.
카페에 잠시 쉬면서 시청에 전화를 해 봤다
오래된 빈 집을 살려서 창업을 지원해 주는 사업에 관해 문의하기 위함이었다.
지원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서, 서류만 보고 있는 것보단 직접 담당자와 얘기를 해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일단은, 창업하고자 하는 건물이 지원 조건에 해당되는 구역에 포함된 것인 지, 그 다음에는 건축된 년 수가 일정 년 수를 넘어야 하며, 비어 있는 상태로 있어야 한다.
또, 해당 건축물이 본인 소유가 아니라면, 향후 창업으로 활용하려는 것에 합의가 되어야 한다.
신청자가 그 지역 주민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해당 구역의 주민이기는 한데, 제가 창업하려는 건물이 그 구획안에 포함돼 있는 지를 어떻게 알 수가 있지요?"
"저희가 그 지역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란 것을 알려 드릴 순 없어요. 다만, 많이들 알아서 신청을 하시던데요?"
"아, 그렇군요. 제가 창업하려는 곳을 일일히 돌아 보면서 조회하는 수 밖에 없겠네요."
"네, 제가 알려 드리는 사이트에 접속하셔서 지번을 입력하시면 나오기는 해요."
이런 조건이라면 거의 가망은 없어 보이기는 하다.
내가 발품을 팔아서 낡은 집을 찾는다 한들, 거기서 일정 건축일을 넘겨야 하며, 빈 상태의 폐가여야 하고, 거기서 건물 주인을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빈 집인 상태에서 집 주인을 만나기란 쉽지도 않고, 해당 건물을 창업으로 임대해 달라고 합의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해당 안 되더라도 직접 공무원과 얘기를 해 보자는 심산으로 시청에 들렀다.
아까 통화했던 담당자는 자리를 비우고, 옆 자리 공무원과 상담을 했다.
일단, 내가 사는 건물이 그 구획안에 포함되고, 건축일도 일정 기간을 넘겼고, 마침 비어 있는 적합한 조건은 맞았다.
문제는 따로 있었는데.
그 시청 공무원은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다른 기관 담당자에게 전화로 문의를 했다.
집합 건물에 해당되는 것은 지원이 불가하다는 확답을 시켜 주었다.
시청에서 주관하는 사업이 아니고, 도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 자신들은 접수만 받는다고 한다.
즉, 그 자리서 담당자도 아닌 공무원과 심도있는 대화를 할 수는 없었다.
일단 자리를 나와서 시청 벤치에 앉아, 그 공무원이 적어준 심사 기관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제가 아까 시청을 통해 문의했던 사람입니다. 집합 건물이라 안 된다니, 어떠한 이유인가요?"
"올 해는 그렇게 되었네요. 집합 건물이란, 한 건물 내에 따로 용도가 분리되어 있는 건물을 의미합니다. 지금 거주하시는 건물도 분리가 되었으므로, 집합 건물에 해당되고, 집합 건물은 지원 조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조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해당 지역 거주민이며, 일정 건축년도를 넘겨야 하고, 비어 있는 상태에 해당되기란 참 어려운 조건입니다. 그런데, 집합 건물이라서 안 된다면, 몇이나 사업에 지원을 받을 수 있을런 지요."
"저희도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요. 인근 다른 주민의 불만을 산다거나, 얼마든지 지원을 받지 않고서도 창업할 수 있는 곳에 지원을 하기는 어렵잖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도에 전화를 해 보기로 했으나, 이 번엔 도 담당자가 연가란다.
하긴, 설날 연휴니까 붙여서 쉬기엔 딱이겠지.
어차피 힘들 것이란 걸 알지만, 다소 기준이 넌센스 같다고 생각되어 졌다.
폐가를 활용해서 활기를 잃은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인데, 집합 건물이라서 자격 미달이라는 것이 아직도 완전히 납득이 되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성공적으로 해당 지역에 자립해서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므로써, 이어 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가 아닌가?
그렇다면, 기초적인 요건에 부합된다면, 창업자가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각오로 창업에 임할 것이며, 과연 관청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확을 얻을 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닐런 지.
그런데, 창업자가 어떤 아이템으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것인 지, 그런 의지와 노력을 보이는 지에 대해서는 이미 초점 자체를 맞추지 않았다.
난 이미 힘들 것이란 걸 알겠지만, 도청 공무원의 자세한 얘기를 듣고 그 이유를 납득함과 동시에, 내 의견도 말해 주고 싶었다.
나에겐 다른 길이 아직 존재하긴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자격이 안 된다면, 명확하고 뚜렷한 이유로 안 된다면 전혀 미련은 남지 않을 텐데.
설 연휴 끝나고 한 번 도청 공무원과 직접 통화를 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