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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리치 블랙모어로부터의 피신처가 된 밴드, 블랙 사바스

2021-02-12 21:06:22

로니 제임스 디오, 이안 길런, 글렌 휴즈, 이 셋의 공통점은 뭘까?

전부 리치 블랙모어와 함께 활동하던 딥 퍼플, 레인보우 출신 보컬리스트들이다.

블랙 사바스에서 간판으로 오랫 동안 활동하던 상징적인 보컬, 오지 오스번은 사적으로 약물이나 행실 등의 문제가 많았고, 더군다나 '네버 세이 다이'가 저조한 것이 겹쳐서 탈퇴하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해고였을 것이다.


오지의 공석을 매꿀 보컬로 영입된 보컬리스트가, 잘 알려진 대로 로니 제임스 디오였다.

문제는 디오가 백수가 아닌, 레인보우를 재직하고 있던 때라, 블랙 사바스에 가입하기 이 전에 레인보우 탈퇴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그 이면에는 아마 리치와의 음악적 갈등이라고 알고 있다.

리치는 당시 흑마법이나, 고대 설화, 신비주의 따위에 관심이 많았고, 가사나 음악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요구를 했다고 한다.

뭐, 디오도 그런 면에서 충분히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것이 음악을 넘어, 실제로 의식, 세레머니의 측면을 보인 것에서 반감을 산 것이 아닌가, 내가 들은 바는 그렇다.

레인보우에서 승승장구하던 둘은, 그렇게 탈퇴를 하게 된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큰 도전같은 시도는 결국, 오지의 무게감을 매꾸는 것을 넘어, '헤븐 앤 헬'이라는 걸작을 탄생시키는 대성공이었다.

블랙 사바스의 최고 명반은 무얼까?

오지 시절의 초기작들을 꼽는 이들도 있겠지만, 뭐, 파라노이드를 많이 꼽을 것이다.

파라노이드에는 확실히 거를 게 없는 좋은 곡들이 많이 있지만, 못지 않게 헤븐 앤 헬의 임팩트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도 고민이 많이 될 정도로 헤븐 앤 헬은 마성의 검은 기운이 가득하다.

또, 오지 오스번이 작곡에 능한 면은 있지만, 순수 보컬리스트로써의 가창력엔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데에는 많이 공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갈 것 같던 디오 블랙 사바스도, 맙 룰스를 끝으로 단명하고 마는데, 투어 도중 탈퇴를 할 정도면, 제법 양 측 간에 감정적 불화가 배경인가 보다.


단꿈같던 시절을 끝내고, 후임 보컬로 딥 퍼플의 이안 길런이 영입되었다.

당시 길런은 딥 퍼플에 탈퇴하고, 오랫 동안 딱히 밴드에 적이 없는 상태라, 영입에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길런과 리치 블랙모어는 록 계의 전설적인 앙숙으로, 둘은 거의 평생을 싸우다 시피 했고, 길런이 백수가 된 데에는 리치와의 불화가 결정적이다.

애초부터 블랙 사바스의 색깔에 어울리는 인재는 아니었지만, 폭발적인 고음 가창력과 작곡 실력, 딥 퍼플이란 대형 밴드의 무게감을 따지면, 길런은 충분한 적임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신보, 본 어게인은 큰 호응을 얻지 못 하고, 길런 또한 그런 것을 의식한 듯 밴드를 탈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해고였는 지도 모르겠지만, 블랙 사버스 기존 멤버들은, 길런이 라이브 무대에서 딥 퍼플 시절 히트곡, 스모크 온 더 워터를 부르자고 한 데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길런은 딥 퍼플 출신인 자신 보컬로 있으니까 한 곡 정도는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블랙 사바스 기존 멤버는 아무래도 자신들의 정체성이 조금 모호해 지는 것에 대해 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고유한 히트곡은 아니니까.

그래도, 라이브에서 앵콜 곡으로 연주하기는 하더라.


연이은 보컬 자리의 파란으로 고심을 겪던 찰나, 이제는 밴드 결성멤버였던 기저와 빌마저 떠나고 토니 혼자 남게 되는 삼중고까지 겪는다.

그 때, 영입된 보컬이 역시 딥 퍼플 출신의 글렌 휴즈였는데, 보컬과 베이스를 동시에 커버가 가능한 출중한 자였다.

그렇게 땜질 식으로 낸 앨범이 세븐스 스타였는데, 실질적으로 기존 멤버가 모두 떠난 토니 아이오미의 솔로 앨범이나 다름없었다.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블랙 사바스 피쳐링 토니 아이오미'의 배경에는, 레코드 사의 블랙 사바스 타이틀을 고수해서 출시하자는 의견 때문이었고, 토니 아이오미 솔로로는 판이 분명히 안 팔릴 것을 짐작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렌 휴즈 또한 오지 오스번과 비스무리하게 약물과 행실 문제로 인해 해고되었고, 왕년에 잘 나가던 영국 밴드, 블랙 사바스 호는 완전히 침몰하는 것이나 진배 없어지게 되었다.


글렌 휴즈는 리치 블랙모어와 딱히 마찰을 일으킨 것은 없어 보인다.

실질적으로 글렌 휴즈를 리치가 영입한 것도 있고, 당시 딥 퍼플의 음악적 방향 문제로 리치 스스로가 자진 탈퇴한 것이지, 사적인 불화는 없다.

그 외에 디오와 길런은 리치 블랙모어의 유난히도 까다로운 성격의 피해자 아닌 피해자라고 해야 할까.

블랙 사바스는 글렌을 제외한 나머지 둘이 리치에게 전부 한 번 데이고 나서 떠난 피난처 비스무리하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리치에게 데이고 나서 블랙 사바스를 갔는데도, 셋이 나갈 때마다 마찬가지로 블랙 사바스를 초토화시키고 나갔다는 점이다.

글쎄, 어쩌면 리치 블랙모어는 딥 퍼플, 레인보우의 창조주이자 브레이커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블랙 사바스의 배후에 있는 브레이커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서나 통하는 유머로, 그 셋은 리치의 지령을 받고 블랙 사바스로 투입한 간첩일 수도 있다.

토니 아이오미가 그 걸 안다면, 리치 블랙모어 주변에 숙적이 또 하나 생기게 되는 셈.

둘 다 좋아 하는 기타리스트로써, 참 안타까운 일면이다.


  

요 사이에 블랙 사바스 음악을 들으면서 든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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