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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2021-03-04 15:48:49

by 속선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 회견 당시, "엄연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며 함께할 것을 천명했고, 물론 그 말 자체를 액면 믿지는 않았지만.

임기 내내 상모만 돌렸던 추미애 장관도 퇴임하면서 검찰과 여권의 싸움도 이제 볼륨을 낮추는 듯 싶었다.

이러다 윤 총장도 임기를 마치겠구나, 싶었는데, 금일 오후에 사퇴를 선언했다.


이미 온갖 정부와 여당의 칼질로 윤 총장의 권한과 위세도 말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식물총장'이란 말까지 나왔겠나.

그런 상황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 수사청 신설이 결정타가 된 모양이다.

사실, 수사권이란 노른 자가 없다면, 어찌 그 것을 검찰로 볼 수가 있겠는가.

가급적 언론을 통해 발언을 자중했던 윤 총장도 대대적으로 강한 반발을 표명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사퇴했다.


애초부터 둘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되는 순간부터.

서로가 서로를 어떤 속내의 인간인 지를 몰랐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농단 수사의 윤 총장이 자기 편의 충복인 줄로 알았을 테고, 윤 총장은 네 편, 내 편이 없이 그냥 그 게 주어진 일이기 때문에 수사를 했을 뿐이었다.

법을 어기면, 누구든 면죄없이 수사한다는 원칙 주의자.

오늘 날 갈등의 원인은, 임명한 문 대통령이나, 그 걸 수락한 윤 총장, 둘의 잘못이다.

서로 깊이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충복을 원했던 문 대통령, 누구에게 좌우되지 않고, 정의롭고 공평한 수사를 원했던 윤 총장.

서로가 서로를 알고, 그로 말미암아 오늘 날 이런 사태로 이어질 지를 예견했다면, 애초부터 윤 총장을 임명하지도, 임명받는다 해도 윤 총장이 거절했을 터.


사퇴 후의 행보는 모르겠다.

그가 정말 정계에 입문해서 특정 당에 활동할련 지는.

내가 보기엔 그 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계에 뜻이 없다는 말로 대못을 박았고, 내가 보는 윤 총장은 기성 정치인, 정권 싸움에 침흘리는 개가 아니라, 오로지 사법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

부당한 상황이 오는 것에 대응하고 싸우기는 하지만, 그 걸 해결하고 나면 이내 자기 자리로 돌아 가서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할 자이다.

추미애처럼 제 할 일 제껴두고 싸움 거리에 몰두하는 썩은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 청와대와 여당의 부조리에 대작하고자, 당에 입당해서 정계 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 패당 정치에 물을 타서 그 조직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정계 활동을 하는 다양한 모양의 그림은 떠 오르지만, 이제 갓 사퇴만 표명했기 때문에 시기상조이다.


우리 민심이 어떤 지는 모르겠지만, 직접적으로 표명은 못 해도, 현 정부에 많은 불만이 있는 분들, 거기에 야당 조차 환멸감을 느끼면서 이탈한 선택지가 윤 총장으로 많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대통령 감인 지는 모르겠지만, 그라고 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평생 검찰만 출근한 검찰통 공무원인 것은 사실이고, 그가 국내 사회와 국제 정세에 대해 밝지 않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될 내공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여론에서 자꾸 대선 지지율을 조사하고, 현 정부에 불만이 있는 국민들이 많다고 해서, 그 바람을 업고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또, 실제로 그 또한 한 눈 팔지 않고 자신이 공언한 말을 잘 지키고 있어, 매우 다행이다.


윤 총장이 대통령이 되려면, 검찰이라는 한 분야만 능통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나라를 법전과 수사를 통해 운영할 수는 없다.

국내의 다양한 분야의 인물과 다양한 계층을 만나면서 많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여태 그런 것처럼 좌파와 우파 출신 대통령처럼 한 쪽에 쏠리지 않고.

모두를 우러 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양 극단으로 나뉜 우리 국민 모두가 불만없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균형잡힌 인물로 성장해야 한다.

그가 문재인 좌파 정권에 피해를 봤다고 해서 이를 통해 우파로 기운다던가, 다른 기성 정치인처럼 너만 끌어 내리면 내가 그 자리 차지한다는 식의 더러운 때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정의로운 사회, 질서가 잡힌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싶다면, 사퇴 후에 대항하고 싸우는 길로 가지 말고, 조용히 자연인 국민으로 대한민국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탐방하며 경청하고, 국제 사회도 둘러 봐야 한다.

그 후에 우리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길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 때는 출마해야 한다.


이 바람에, 정권에 불만을 없고 덜컥 대선에 나가는 길은 결코 아니다.

본인 스스로도 더욱 잘 알겠고, 그럴 분도 아니겠지만.


아울러, 이 번 윤 총장 사퇴의 결정적 문제가 된 중수청 신설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내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여당에게 묻는다.

여태까지 신나게 전 정권 탄핵 정국으로 검찰 부려 먹으면서 정권을 잡았는데, 내 편돼서 내 말 잘 듣는 검찰은 좋은 검찰이고, 이제는 자기들 편 치부를 들추니까, 이제 와서 그 것은 나쁜 검찰이라는 것인가?

그럼, 검찰은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편이니까, 여당과 대통령 측근들은 잘못이 있어도 수사해서는 안 되며, 그 밖에 아무나 걸리기만 하면 네들 마음대로 수사하라는 식이네.


그 게 문재인 법, 민주당 법이지, 어찌 대한민국 국법이랄 수 있을까.


제 아무리 무식한 사람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면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는 것 정도는 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과, 법 공부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한 당신들이 그에 대해서는 더 잘 아는 것 아닌가.

결국, 당신들이 그리는 그림은, 자기 정권에 반하는 검찰을 내 쳐서, 자기들 말 잘 듣고, 자기들은 실컷 해 쳐 먹어도 모르는 척 해 줄 검찰을 심복으로 심어 놓겠다는 것 아닌가.

애초부터 말 잘 들을 거라 예상하고 심어 놨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길들일 수도 없으니 이제는 법은 바꿔서라도 끝내 치고 말았다.

결국엔, 자신들이 그토록 잡아 먹지 못 해 안달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가 뭐가 있는 지.


나는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은 그보단 선한 양반인 줄 알았는데, 지금 하는 걸 보니까 훨씬 더 악랄하고 독하다.

약자, 서민들한테나 웃는 낯으로 친절한 척은 잘 하더니, 생각보다 상당히 독한 속을 지닌 양반인 줄은 전혀 몰랐다.

두고두고 뭣도 모르고 문재인에게 표 준 걸 평생 후회하고 있다.

그나마 내세울 게 북한과 외교 성과였는데, 임기 초반의 메리트는 사라 지고, 뚜렷한 결과물로 나타 나고 있지 않다.

우리 대한민국은 더 힘들고 암울한 길로 빠지고 있는 느낌이다.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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