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3 21:34:33
술 한 잔 하고 컴퓨터를 켰다.
네이버에 메인에 접속하는 순간 나는 놀랐는데, 예전에 한 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부사관 변희수 씨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떴기 때문이다.
세상 일 참 모를 일이다.
나는 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 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죽는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징조라도 있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낌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글쎄, 그를 아는 가까운 지인들은 어느 정도 느꼈을런 지는 모르겠다.
심성이 여린 분 같은데, 참으로 안타깝다.
당시 성전환 수술 후 전역 처분으로 한창 시끄러울 당시, 나는 변희수 씨에 대해 좋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개인의 선택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것은 존중할 수 있지만, 그 상태로 군 복무를 하겠다고 소송까지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마땅치 않았다.
해외의 사례를 들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것은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사정과 상황일 뿐, 국내의 상황이 타국과 같을 수도 없을 뿐더러, 타국에 이런 선례가 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글쎄, 우리는 분단 국가로써 아직도 남북이 대립 중인 상황, 다들 주지하다 시피, 우리는 '휴전' 중이지, '종전'을 한 것이 아니다.
입대하는 장병들에게 여전히 북한을 주적으로 규명하고, 교육시킨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게 안보와 군대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닌, 국가의 존립이 달린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 특수성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남성 중심의 군 문화가 형성된 것은 아닐까, 그리 생각한다.
아직 우리 군에서 변희수 씨같은 사례를 겪어 본 적도 없고, 그러한 자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에 대한 대책과 법적인 근거도 전무한 상황이다.
일반적인 여군도 남성 상관의 성적 범죄, 군 내에서 여성을 다소 깔보는 시선, 여군을 위한 화장실이나, 시설에 대해 미흡함이 많다고 한다.
기존의 여군도 이러할 진데, 성전환자인 변희수 씨를 우리 군이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단 말인가.
어찌저찌 군 복무가 허락된다 하더라도, 변희수 씨를 둘러싼 주변의 동료나 사병, 지휘관들은 변희수 씨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마 많이 불편할 것이다.
일반적인 남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군도 아니고, 저 사람을 여군으로 껴 줘야 해, 아니면 신체적으로만 조금 다른 남성으로 껴 줘야 해?
본인은 신체적으로 변화가 있을 뿐, 복무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군 입장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풀리지 않은 것이다.
군 당국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이 사안에 대해 자꾸 당국에 행정소송까지 불사하며 문제를 키우는 변희수 씨에 대해 달갑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지내던 찰나, 방금의 급작스런 사망 기사를 보고, 그가 얼마나 내적인 고민이 심했는 지에 대해 조금은 와 닿았다.
변희수 씨 본인에게는 군 문이 인생을 걸 만큼의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은 군을 빨리 제대하지 못 해서 카운트를 세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던데, 변희수 씨는 군이 아주 잘 맞았나 보다.
군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취업이 힘들다면, 조그맣게 개인 장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차선의 선택지도 없이 생을 마감했다면, 군 복무를 아주 간절히 원했나 보다.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 성전환자와 군 복무가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사실 아닌가.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인 듯 하다.
아울러, 그가 어떤 생각과 배경으로 성전환 수술이라는 일대의 결심을 했는 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성별과 성격 사이에서의 괴리였는 지, 이를 테면, 나도 모르게 여성 옷이나 화장 따위가 끌린다던가, 그런 문제일 수도.
아니면, 이성에게 상처를 받은 후의 충격으로 이성에 대한 염증, 뭐 그런 게 있을 수도.
그 내막은 나야 전혀 모르지.
참 안타까운 사건이다.
군의 입장도 어쩔 수 없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변희수 씨 개인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 세상에 성전환자가 되어서도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어쨌거나, 고인이 이제는 편히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