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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에서 나경원을 꺾은 오세훈,

앞으로 못 볼 줄 알았는데 뒷심있네

by 속선

무상급식 사태로 무릎꿇고 눈물을 흘리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또 현 서울시장 후보.

그 게 언제 적 이야긴가 검색을 해 보니, 벌써 10 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내 기억이 정확한 지는 모르겠는데, 당시 오 전 시장은 연임을 한 번 했을 때였다.

당시 서울시민인 데다, 무상급식으로 정계가 격론을 벌이고 있을 때였으나, 그 때는 정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고, 무상급식이 나하곤 직접 연관이 없다 하여, 그다지 그 화두에 대해서는 들여다 보지 않았다.

심지어, 오 전 시장은 당시 당 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에게 하대당하 듯이 꾸지람을 듣고, 자택까지 직접 찾아 갔으나, 문전박대 당하는 수모마저 겪었다.


"서울시장까지 하며 출세한 저 양반도 저렇게 끝나는 구나."


그렇게 당명이 바뀌고, 당 대표도 여럿 바뀌어 지금의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오세훈 후보는 거의 두문불출하다 시피 했다.

가끔 언론에 모습을 비쳐도, 마치 삭탈관직 당하고 칩거하는 선비 이미지였다.

다른 이들은 어떤 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금 번에 출마하는 보궐선거에 나타난 모습 또한, 그런 죄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조금은 뻔뻔해 보이기도 하고, 그냥 이 번 선거를 계기로 정치활동을 재개하려는 이미지로 탈바꿈하고자 홍보 차 하는 것이지, 정말 당선권에 들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실제 여론조사서도 나경원에게 큰 폭으로 번번히 밀리고 있었다.


"어차피 다음 총선이나, 감투 자리를 위한 포석이지, 안 되는 선거에 나와서 손해 볼 것도 없지."


그렇게 나경원 후보의 당선 뉴스를 기다리던 찰나, 어제 자 기사에 오 후보가 역전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법 놀랐다.

여론 조사는 대체적으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오차 범위도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차피 서울 시민도 아니고, 둘의 토론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오세훈은 늘 그러했 듯이, 온건 중도의 이미지, 나경원은 강경으로 나선 것이 이 번 경선에서 크게 작용한 모양이다.

그리고, 오세훈이 막판에 비록 큰 사단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서울시장 임기 내에 큰 사건, 사고가 없었던 점, 현 시장직이 공석이라 안정적이고 검증된 인물이라는 점이 어필되었다고 생각한다.

나경원 또한 오세훈 못지 않은 무게감 있는 후보지만, 아무래도 커리어 면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 후보가 무상급식이라는 치부 말고는 개인사나 정치 커리어 적으로 비리나 흠 잡을 만 한 꼬리표가 없지만, 나경원은 여러 이슈로 이미지가 꽤 좋지 않다.

이런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오 후보가 낙점되는 데에 결정적이었나 보다.

아무튼, 꽤 놀랐다.


당사자들은 쉬쉬하지만, 이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남아 있다.

선거 판도가 오 후보의 역전으로 흥미진진해 지는데, 지켜 볼 만 할 것 같다.

설령 여기서 어느 한 쪽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쉬운 상대는 아닐 것이다.

고 박 전 시장이 민주당이라, 또 민주당에 표를 주기 싫어 지더라도, 이 번에는 그런 불편함을 불식시킬 여성 후보이기 때문이다.

산 넘어 또 태산이다.


하지만, 이 번에 보여준 오세훈 후보의 모습은 상당히 실망적이다.

평소 포용적이고 호감있던 이미지 자체는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이 번 보궐선거에 이슈로 떠 오른 안철수 후보가 입당하면 출마 안 하고, 아니면 출마하겠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비판은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 위원장과 속뜻은 엄연히 다르지만,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가 서울시장이다.

안 되더라도 서울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자세로 선택받겠다는 자세로 임해햐야지, 자신의 감투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 내며 주판알을 튕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이 진솔한 면이 있어서 자신의 속내를 정직하게 말하는 것은 좋다.

요즘 정계에 그런 솔직한 발언을 하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좋게 평은 할 수 있지.

하지만, 아무리 정계가 썩었다고 해도 그렇게 자기 계산적이란 말인가.

서울시장이 서울시민을 위한 공직이지, 당신을 위한 유토피아 자리란 말인가?

어차피, 다른 기성 정치 속물들이야 그런 계산적인 속내를 말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일 뿐이지만.


아무튼, 재미있어 졌다.

서울은 내 청춘을 꽃피운 터전이었다.

난 거기서 사회생활을 했고,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청운의 꿈과 낭만을 간직하고 있는 도심이 서울이다.

지금은 비록 시골에 내려와 살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한 번 쯤 꿈꾸는 것이 서울살이가 아닐까?

이제, 서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현저히 덜 하지만, 주거와 별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은 데는 역시 서울이다.

젊은 치기로 실패한 아픔도 서울에 있기에, 다시 덤벼 보고 싶은 곳이 서울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늘 청운의 꿈결이 서린 곳, 서울시민이 아니라 투표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먼 발 치서 지켜 보게 된다.

현재로썬 가망없는 바램이지만, 누가 되더라도 서울시민과 서울이란 터전을, 사심을 버리고 사랑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


2021-03-05 2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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