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죽은 줄 알았던 고양이가 돌아 오다

2021-06-10 23:15:57

by 속선

며칠 째 돌아 오지 않는 고양이로 가슴앓이를 하던 나날.

5 월 29 일 토요일, 오후 5 시께 아이가 돌아 왔다.

그동안 내 집 주변에 들렸던 고양이 울음 소리가 그 녀석 울음 소리가 분명했을 것이나, 내가 들었던 평소 목소리와 다르다는 이유, 울음 소리만 들린 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흘려 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너무 울어 제껴서 목소리가 쉰 것이었고, 평소 주변 지리를 잘 알고 있던 녀석이라 여겼으므로, 주변에서 울 게 아니라 바로 찾아 오리란 생각도 틀렸던 것이다.

무슨 영문인 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다른 고양이 녀석의 울음 소리가 너무 선명하게 내 집 주변에서 들리길래 나가 봤더나,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 왔다는 것.


야생에 적응하지 못 해 먹을 거리를 찾지 못 해 아사하거나, 아무리 따스해 진 5 월일 지라도, 새벽의 추위를 견디지 못 했으리라는 짐작도 틀리고 말았다.

거의 일주일 가깝게, 그 것도 살짝 마른 것 말고는 외상의 흔적 없이 무사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여러 악조건과 꽤 노령묘인 점을 우려했던 것보다 제법 생존력이 강했다.

고양이가 돌아 온 후, 악을 쓰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을 되찾고 그런 모습도 다소 줄었다.


어제는 뒷 산에 가서 신께 간소하게나마 감사의 예를 표하고 돌아 왔다.

진작에 예를 표하고 싶었으나, 적기가 아니어서 그제사 표하게 되었다.

오래 키우던 고양이가 나간 것이 신의 뜻일 수도 있다는, 나에 대한 견책이나 다른 무언가를 체험케 하기 위한 것이리라 여겼고, 이를 받아 들이겠노라고 신께 다짐한 것이 있었다.

단순히 고양이를 돌아 오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닌,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 져야 하는 지, 이유는 알았으면 하는 청이었었고, 그 또한 알려 줄 수 없다면, 그 역시 받아 들이겠다는 기도였다.


고양이를 키우던 먹이와 여러 가지 물품들을 중고 장터에 내 놓았다.

한 푼도 받지 않겠지만, 대신에 먼 거리를 와서 차로 가져 간다는 조건이었다.

잘 하면 기름값보다는 건질 수 있으니까.

몇몇, 한 5~6 명에게 연락이 왔는데, 대부분 멀다고 고사했는데, 가평 분이 가지러 간다고 해서 예약이 잡힌 상태였다.

그 역시도 먼 거리였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짐덩어리를 가져 가는 것에 고마웠다.

그러던 찰나, 고양이가 돌아 오게 되어서 참으로 난감하게 되었다.

가평 분께 정중히 상황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했다.


신의 작용인 지, 아닌 지는 여전히 나는 모른다.

글쎄, 내가 고양이 물품을 정리하는 것을 신께서 확인한 직후, 정말 내가 이런 상황에서도 슬픔에 빠지지 않고 초연하게 내 길을 갈 수 있는 지를 시험하려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짐작만이 유력할 뿐이다.

어쨌거나, 그냥 또 주어 진 대로 살아 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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