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나중 해 9 성탄일, 드디어 첫 손님이 오시다

2021-12-26 04:26:47

by 속선

광복일로부터 처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참 많은 부침과 고달픔이 있었다.

거의 모든 것을 나 혼자 스스로 헤쳐 나가야 했기에, 너무 작은 나에게, 그마저도 무거운 짐이었다.

그렇게 가게 문을 열고, 닫고를 반복.

지지부진한 술 장사 대신, 차라면 그래도 손님들이 부담없이 다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시작된 발로였다.

사실, 원래는 수입 맥주를 중심으로 한 양주와 간단한 안주 거리의 음악 주점 컨셉이었는데, 여러 문제점이 많았다.

손님들이 많아서 회전율이 좋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까 악성 재고는 느는데, 매출이 아예 서지 않아서 압박감에 시달렸다.

첫 거래를 튼 거래처도 재고에 대한 대응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와인을 취급하게 된 것이다.

사실, 와인은 여러 주류 중에 가장 취급하고 싶지 않았던 품목이었다.

종류가 너무 방대한 데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부터 평소에 그다지 즐기지도 않았고.

그런데, 와인은 유통기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순환이 되지 않더라도 악성은 되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고, 한 거래처에서 와인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하게 구색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음악의 컨셉이 살짝 록과 블루스에 가까워서 거기에 맥주와 양주가 잘 어울리지, 와인은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운영 적인 면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와인으로 컨셉을 바꿔서 재 도전했음에도 손님은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여러 요인들 중에 지리적 특성이 컸고, 접근하기 불편한 교통이란 부분도 주요했을 것이다.

대중교통 여건이 좋지 못 하고, 차를 타고 오면, 귀가길이 자연히 음주운전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잘 준비해서 야심차게 홍보를 했고, 사이트 상 홍보 유입도 그럭저럭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질적인 접근이 쉽지 않아서 방문으로 이어 지지는 않았다.


좋지 않은 입지란 것은 누구보다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 걸 감안했음에도 이리도 손님이 없다니.

홀로 가게 안에 우두커니 있는 시간이 오랠 수록, 힘이 축 빠지면서 의기소침해 졌다.

아무리 시골이라고는 해도, 그 안에는 젊은 층과 지불력있는 수요층은 있게 마련이라고 낙관했었다.

나는 차, 포를 다 떼더라도 그 수요층에 기대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수요층마저 흡인하지 못 한 것이 너무나 사무친 실패였다.


찻집을 겸업하려던 것은 가장 나중의 기획이었다.

술이 잘 팔리면, 찻집 겸업은 백지화할 수도 있을 정도로 차는 흥미가 없었다.

차를 평소에 즐기지 않을 뿐더러, 와인보다도 더 지식이 없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취급하는 차를 두 종류 밖에 맛 보지 않았다.

무슨 맛으로 먹는 지, 향은 좋더라.


그렇게 막바지 밑천을 다 탈탈 털어서 차 집기와 원료를 들여 오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다른 시도를 할 여지가 없었고, 낭떠러지에 서게 된 심정이었다.

이 게 안 되면 어떻게 하나, 막막한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차는 시골 사람들에게 월등히 친숙한 아이템일 테지.

커피는 싫었다.

고가의 커피 장비를 살 돈도 없었을 뿐더러, 작은 시골 읍내 안에서도 카페 밀집도가 높을 정도로 카페는 즐비하다.

그 작은 도가니 통 안에 나까지 같은 아이템으로 비집고 들어 가기 싫었다.

차는 그래도 겹치지 않으니까.


차를 준비하면서도 오디오가 말썽이라, 그 것 때문에 우여곡절이 상당히 많았다.

갑작스런 오디오 고장으로 예정보다 개시가 다소 늦어 졌다.

오디오 수리를 겨우 완료하고 겨우 개시를 하게 된 것이, 하필 성탄일이네.


성탄일이건 말건, 비장한 각오로 광고를 개시하고, 가게 문을 열었다.

한 초 저녁까지 손님이 오지 않자, 그러면 그렇지, 첫 술에 어찌 배 부르겠어, 하면서 방심하면서 있었다.

나라 방역 방침으로 9 시에 영업 종료시간까지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

그러다 문득, 30 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왔다.

근 반 년의 허탕질 끝의 첫 손님인 것이다.


주섬주섬 마스크를 쓰며,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참 그 한 마디가 어찌 간절했던 지.

첫 개시인 데다, 준비가 많이 미흡해서 예상치 못 한 첫 손님에 가슴이 떨릴 정도로 상당히 당황을 많이 했다.

그래도 다행히 어찌어찌 준비해서 어렵사리 서빙을 했다.

차와 디저트는 유치생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으니까.


첫 손님이었던 그 손님들은 오늘 어떤 소감이었을까?

여러 가지로 준비나 응대에 미흡함이 많았는데, 실망시킨 것은 아닌 지.

가뜩이나 추운데, 외진 이 가게까지 오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토록 귀한 손님들인 것이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볼 수도 없고.

한 한 시간 안 되게 머무르다 가셨는데, 실망한 것은 아닌 지, 가고 나서도 내내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첫 손님을 부랴부랴 맞이하고 나서 내 자신의 준비 부족과 미흡이 상당 부분 드러 났다.

내일 모자란 집기를 사기 위해 바로 읍내에 나갈 예정이다.

예전같으면, 휴일, 그 것도 혹한의 날씨에 읍내 외출은 삼간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걸 따질 때가 아니니까.

내일도 할 게 산더미같다.


첫 손님에 감격과 동시에 매끄럽지 못 한 응대의 미련이 남는다.

괜히 귀한 손님 모셔 놓고, 실망을 드린 것은 아닌 지, 창피가 가시질 않는다.

사실, 어제 손님이 없으면, 연이틀 강추위에 문을 닫으려고 했었는데, 분명히 내일도 손님이 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업을 자꾸 열고 닫고를 반복하는 것은 매우 좋지 못 하기 때문이다.

가게 문을 닫고, 바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예전의 죄는 앞으로 오는 분들에게 속죄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헌데, 아까 새벽에 잠이 깨서 영 잠이 오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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