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3 10:44:37
시내 식당에서 지인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할 때였다.
웬 20 대 중후반 즈음의 청년이 우리 일행 쪽으로 다가 와, 고작 1000 원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 때 뭐라고 했는 지, 왜 돈을 달라고 했는 지는 기억은 안 나는데, 당시 동행하던 지인 분께서 어른이신 지라, 젊은 놈이 노가다라도 뛰어서 일당이라도 벌으라며 야단을 치며 쫓아 내셨다.
나는 가만히 아무 말도 안 했고.
행색을 보면, 노숙자같지는 않았고, 없어 보이고 어리숙한 인상은 있었다.
잠시 후, 일행과 헤어 지고 시내의 버스 터미널에서 그를 다시 보았는데, 정말 차비가 없는 것인 지, 버스 시간표를 쳐다 보고 있었다.
물론, 이 것만 가지고 진실을 알 수 없다.
단순히, 정말 차비가 없어서 궁지에 몰렸는 지, 그 것과 별개로 쉽게 돈을 벌겠다는 심보로 앵벌이를 하는 지는.
글쎄, 쇼를 하거나, 다른 이들한테 손벌리려고 물색을 하고 있는 중인 지도.
작 년 가을 쯤이었나.
나는 새로운 거래처와 관계를 트기 위해 서울 서래마을에 방문했다.
그 때도 한 3~40 대로 보이는 남성이 나에게 광주로 갈 차비가 없다며, 여러 장황한 상황 설명을 한다.
어차피 안 주는 건 안 주더라도, 도대체 어떤 핑계와 수법을 대는 지 궁금해서 가만히 들어 보았다.
자기가 무슨 지갑을 잃어 버려서, 카드가 없어 ATM 기에서 돈을 뺄 수가 없다고 한다.
식구들한테 연락해서 부탁을 하지 그러냐고 반문했는데, 마찬가지로 전화해서 돈을 보낸들, ATM 기에서 뺄 수가 없다고 한다.
제법 현실적으로 그럴싸 한 얘기이다.
그래도 나는 이해가 안 되는 게, 정말 그런 것이 맞다면, 하다 못 해 파출소에 가서 도움을 청하면 그들이 정녕 도와 주지 않겠는가, 싶더라.
내가 수배자도 아니고, 거기서 신원 확인하면 다 될 것이고, 경찰이 개입해서 금융기관에게 뭔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하다 못 해, 정말 경찰관이 자기 사비라도 주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살다 보면 그런 상황은 처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 치더라도, 경찰서에서 지갑 분실로 곤란한 시민을 그냥 모른 체 할 리는 없을 듯 하다.
왜 떳떳하게 가서 경찰에게 말하지 못 하는가?
왜 길거리에서 의구심들게 지나 가는 불특정 행인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지.
지금도 내가 기억 난다.
부천역이었지.
그 때도 한 50 대 가량의 초췌한 인상의 남성이 차비가 없다며, 25000 원을 달라고 손내민 것을, 나는 그 때는 참 순진했기에, 정말 돈이 없어서 저러는가 보다 하고, 수중에 많지도 않은 현찰을 선뜻 내어 주었다.
두고두고 후회한다.
지금으로부터 한 20 년 전 얘기가 되어 버렸네.
지금은 만약에 그런 빌미로 접근을 한다면, 도리어 역으로 묻고 따진다.
왜 식구나 지인한테 먼저 도와 달라고 하지 않은 지, 그리고 경찰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않는 지.
답변 못 하면 자기가 스스로 떨어 져 나가거나, 애초에 말 섞기 싫으면, 그냥 바쁘다며 무시하고 지나 가면 될 일이다.
정말 곤란한 처지에 놓이면, 제 발로 파출소에라도 가서 도와 달라고 하겠지.
절대 덥썩 믿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