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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속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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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악몽: 이 건 또 뭐야

2022-02-16 04:30:02 

줄거리는 이렇다.


보도를 지나 가다, 주상복합 건물이 한 채 보인다.

그 건물에 무심히 들어 갔는데, 그 안에 내 가게가 리모델링 중인 곳이었다.

뭐, 꿈의 설정이 그렇다.

리모델링 중이기 때문에 어수선한 폐허였고, 어두컴컴하므로, 음산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 꿈이 악몽일 거란 느낌을 전혀 느끼지 못 했다.

그냥 폐허에다, 살짝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을 뿐.

전체 적으로 콘크리트의 칙칙한 회색 실내였다.

벽의 내장 벽돌이 다 보일 정도였고, 집기들도 빠진 상태이다.


그 안에는 다른 남자가 보였는데, 흡사, 내가 한창 수련을 하던 곳의 어느 남자 도반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처음에는 내 층에 웬 다른 사람이 여기서 얼쩡 대나 싶었지만, 뭐, 주상복합이라 함부로 나가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둘이서 건물 안으로 쭉 들어 가다가, 이제는 그 남성의 일행과 합류해서 총 셋이 같이 가게 되었다.

폐허 속 실내를 한 4 층까지 걸어서 올라 갔는데, 거기서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아까 처음 마주한 남성 한 명, 그리고 합류한 그 남성의 다른 일행의 남성,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이들과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그냥, 마침 동선이 같아서 같이 올라 갔을 뿐, 나와 어떠한 연관성은 없다.


이 대목부터 큰 사건이 일어 났는데, 상황은 이랬다.

나와 처음 마주한 남성 둘이서 4 층 엘리베이터에서 5 층으로 올라 가려 하던 도중, 그 남성의 다른 일행이 타야 하는데, 아직 타지 않은 것이다.

다른 일행을 기다리기 위해 그 남성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닫히는 문을 연거푸어 열어 두었다.

바로 그 때, 본격적으로 갑자기 꿈 속에서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좌 측에서 버튼을 누르고 서 있는 남성의 오른 편에 서 있었는데, 내가 서 있는 쪽에서는 엘리베이터 문과 살짝 빗겨 있는 각도였으므로, 멀리서 누가 들어 오는 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시야였다.

나는 그 때만 해도, 그 처음 합류한 남성이, 자기 일행을 들여 보내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불길한 생각은, 웬지 평범한 그 남성의 일행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옆에서 별 생각이 기다리던 나는, 만일에 괴한이 온다면, 그 남성 시야에서는 타기 전에 누구인 지 보일 수 있는 정면 각도 이므로, 제 스스로 재빨리 닫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므로, 계속 닫히는 문을 연다는 것은, 분명히 아까 그 일행일 거라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 때.

기어코 누군가 점점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 오고 있는 것을 느꼈고, 나는 정말 그 일행일까, 다른 괴한일까,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 앞에 다가 온 그 알 수 없는 정체는, 빠른 걸음으로 나를 뜯어 먹기 위해 다가 오는 '좀비'였다.

그 것도, 청바지의 평범한 일상복 차림의 긴 생머리의 20 대 여성.

아직 부패가 덜 되었는 지, 아직은 그래도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모습.

싱싱했다.

다만, 희생자를 향해 두 손을 뻗으며,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표정의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은, 우리가 여러 작품을 통해 접한 좀비의 모습이나 진배 없었다.


그 좀비가 내가 서 있는 엘리베이터에 들어 와서, 굶주린 표정의 좀비의 손이 내 가슴팍에 닿으려 하던 즈음, 내 공포와 놀라움은 극에 이르러 깨게 되었다.

살다살다, 이토록 생생한 악몽을 꾸기는 또 처음인 듯 하다.

게다가, 내가 그 좀비를 코 앞에 마주하던 때에,  엘리베이터와 내 옆에 있던 남성이란 모든 설정과 배경이 하얗게 사라 지기까지 하니, 꿈 속에는 나와 그 굶주린 표정의 좀비만 존재할 뿐, 온 배경이 하얬다.

내 옆에서 버튼을 누르던 남성도, 나를 도와 줄 누구도 없이, 오로지 그 하얀 빈 공간 속에, 코 앞에 당도한 좀비와 나, 단 둘만 존재하게 된 것.

전혀 예상치 못 한 좀비의 습격에, 극도의 놀라움과 공포로 깬 새벽 잠.


구태어 꿈풀이를 검색하지 않아도, 해석이 가능하다.

뭔가 내 삶 속에 문제가 있고, 그 것을 일침하는 경고성 꿈이다.

그런데, 나는 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몇 가지 집히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그 게 이런 극도의 악몽을 꿀 정도의 심각성은 아닌 듯 하고, 현실 속에는 일상적인 작은 트러블일 뿐인데.

내 딴에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해 살아 간다고 생각하지만, 또 그 게 아닌가 보다.

참 이럴 때는 혼란스럽다.


글쎄, 정말 해몽대로 뭔가 나를 향해 안 좋은 인연이 오고 있다는 징표일까?

앞으로 누군가 새로운 인간 관계를 하게 된다면, 조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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