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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오디오와 노이즈, 그리고, 디지털

2022-08-28 19:20:38 

얼마 전에 DAC를 교체했다.

단순히 출력 음질이 더 높기 때문이고, 전에 쓰던 기기도 꽤 괜찮은 컨버터였다.

사실, 출력 음질이 더 높다고 해서 확연히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 하지만, 같은 값이면 교체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운좋게 저렴하게 이태리제 DAC를 구할 수 있었는데, 박스와 온갖 구성품까지 다 있었다.


최근에 스피커 케이블을 저렴한 것에서 러시아 제 팩토리 완제품, 체르노프 클래식으로 교체했다.

그 전에 잠깐 스페셜을 썼는데, 도리어 그 케이블이 배경이 정리해 주고, 악기 별 분리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지금 윗 급인 클래식은 아직 에이징의 여지가 남았으므로, 조금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다소 어수선하다.


나는 여태까지 디지털 케이블의 노이즈에 대해 잘 몰랐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치지직' 소리만이 노이즈라고 생각했는데, 스피커 케이블을 변변한 걸로 교체하고 나서 비로소 느낀 것이다.

산만한 배경과 악기 파트를 구별하기 힘든 번잡스러움이 그 것이었다.

우리가 평면적으로 느꼈던 소리의 해상도, 스테이징 감, 각 대역 별 밸런스와는 다른 개념이었다.

배경이 정리되고, 악기가 구분되어 소리가 들리면, 훨씬 음악이 입체적이고 실체적으로 들린다.

이래서 점점 상급 오디오 기기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생기는 것이고, 서슴없이 돈을 투자한다.


노이즈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다.

웨이버사에 만든 노이즈 제거 필터가 있다.

그 기기를 거치면,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하고, 소리의 분리감, 무엇보다 아날로그 적이라는 데서 상당히 흥미를 느끼고 있다.

가격은 신품가가 88만 원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그 기기가 어느 선부터 노이즈이고, 어느 선까지 음악의 정보인 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인 것이다.

물론, 소리 주변의 잔향을 제거하면, 그 것이 정갈하게 들리기는 하겠다면, 이 것은 신호의 손실이자, 인조적인 왜곡으로 부작용이 일 수도 있다.

음악에서 발생된 파장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느냐, 아니면, 순수하게 신호와 무관하게 발생한 전기적 노이즈를 제거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이 제품을 꺼리는 것이, 신호가 자꾸 어떤 기기를 많이 거치거나 하는 것은 다소 좋지 않다.

필요한 만큼의 관문만 거치는 것이 좋지, 어쨌든 전기인 신호 입장에선 장거리 케이블이나, 여러 기기를 거치는 것 자체가 장애물이자, 저항의 요소만 커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비용이 추가가 된다는 것.

기기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또 별도의 USB 케이블을 구매해야 한다.

오디오 전체 시스템의 급이 있는데, 여기서 저렴한 번들을 구매해 버린다면, 이 것은 도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총체적으로 따져 보면, 저항의 증가, 비용의 추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작은 효과를 노려야 하냐는 것의 반문에 답하기 힘들다.

'아날로그 적'이라는 다른 사용자들의 평가가 상당히 끌리긴 한데, 이미 다른 요소로 아날로그 적인 사운드를 구현해 냈는데, 그 것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이다.

현재로도 그다지 아쉬울 게 없는 사운드이다.

가격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내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 R2R이나 진공관 DAC를 마련하고 싶은 것이다.

그 것은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 사의 제품들인데, 가장 엔트리보다 윗 급은 이 둘 다를 채용했다.

엄청난 제품이다.

R2R과 진공관은 아날로그 적 소리를 자아 내는데, DAC의 가장 급소인 디지털 적인 딱딱하고 기계적인 소리를 다소 부드럽게 누그러 뜨릴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것도 사실 중고로 구매해도 수백만 원이다.


정말 하이-엔드 급의 DAC는 스위스의 CH Precision 사의 C1이다.

나는 이 것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감상해 봤는데, 엄청났다.

가격은 1억을 호가하는데, 엄청난 파트 별 구분 능력과 투명하게 모든 소리를 꿰뚫는 듯 한 해상도가 그 것이었다.

마치, 소리 하나하나를 투명한 현미경을 확대해서 들여다 보는 것 같은, 그러한 투명함과 해상도였다.

그야말로 회사 이름처럼 '프리시젼', 그 자체였다.

R2R도 아니었고, 진공관도 없다.

그래서, 다소 차가움은 있지만, DAC도 작정하고 만들면 이런 제품이 나온다는 것에 놀랐다.


그보다 저렴한 DAC는 프랑스의 'Total DAC'이다.

이 토탈 댁은 예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제품이었는데, 제작자 또한 엔지니어이자, 오디오 매니아였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오디오가 없어, 직접 만들다 보니, 어쩌다 DAC까지 제작하게 되었는데, 그 것이 호평을 받고 정식으로 제작하게 된 것이 토탈 댁이란 것이다.

이 토탈 댁의 가장 큰 특징은, R2R 방식이자, 진공관을 박았다는 것이다.

둘 다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것이라, 소리를 들어 보면 따스한 온감과 아날로그스러운 유려함과 풍부함이 느껴 진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DAC를 좌, 우 채널을 분리하여 만든 모노럴 구성이자,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별도의 파워까지 분리시킨 3 가지의 구성이란 것이다.


일반적인 DAC는 그럴 필요없이 하나의 통 안에 모두 몰아 넣은, 비교적 단순한 역할만 수행하는 기기인 것인데 반해, 토탈 댁은 이 셋을 서로 분리하므로써, 각자 구성이 혼선되지 않고, 정확히 분리되어 최적의 소리를 내도록 해 준다.

이 셋을 분리한다는 발상부터가 상당한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가격은 위의 스위스 제품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그 것도 신품가가 수천만 원, 일반인은 범접하기 힘든 하이-엔드 제품이다.


이보다 더 많은 DAC들이 많겠지만, 둘만 단순 비교를 하자면, 기능적인 부분은 CH Precision, 아날로그를 추구한다면, 단연 토탈 댁이다.

내 선택은 글쎄,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토탈 댁일 것이다.

돈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직접 들어 보기 전이고, 아직은 동영상만으로 둘 다 들어 봤지만, 소리를 입체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더 고가인 CH Precision이 몇 수 위인 것은 틀림 없어 보인다.

다만, 훨씬 정감있고, 따뜻한 온도감이 있는, 음악적인 것은 토탈 댁이다.

모래알 만큼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무지비한 살상 병기가 CH Precision이라면, 토탈 댁은 인간적이고 너그러운 애인같은 존재랄까, 표현하자면 그렇다.


지금 쓰고 있는 DAC은 이태리 노스스타 제품이다.

평면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이 나지만, 이 가격 선에 이만 한 대안이 없는 제품이다.

중국산을 쓴다니, 어림 없지.

이 것도 어렵사리 구입했다.


프랑스 제 토탈 댁으로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감상할 먼 미래를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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