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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다시 정리해 보는 오디오의 허와 실

2022-10-03 19:28:31 

예전에 궁여지책으로 교체한 유그린 S-ATA 케이블로 마땅치 않아, 제대로 된 오디오 회사의 케이블을 아무리 물색해 봐도 찾을 수 없다.

결국 돌고 돌아, 국내에 유일하게 제작하는 와이어드림에서 주저 앉았다.


USB부터 시작, HDMI와 랜 케이블의 디지털 영역도 이제는 오디오 바람이 분 지가 꽤 지났다.

유수의 제작사들이 디지털 케이블을 만드는데, 이상하게 어째 S-ATA 케이블만 유일한 사각지대이다.

오디오퀘스트에서 만들 법도 한데, 시장의 가능성을 작게 본 건 지, 제작 상의 문제인 지, 알 길이 없다.

내 시스템도 이런저런 부단한 업그레이드로 꽤나 괜찮아 졌다.

여기서 유일하게 발목 잡는 것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 S-ATA 케이블이다.

그래서, 참 아쉬움이 남는다.


검색하다 보면, 예전에 내가 다뤘던 S-ATA 케이블 음질 논란에 대한 글을 많이 접한다.

대체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많았는데, 내가 정리한 바에 의하면 이렇다.


디지털이던, 아날로그던, 케이블을 공들여 잘 만든다면, 음질 상승은 당연히 있다.

아날로그라고 해서 좋은 케이블을 탄다 해서 데이터가 변하는 것도 아니며, 디지털도 정보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 자체는 불변으로 그대로 있다.

문제는 케이블을 타면서 뭔가 그 불변의 정보가 그 케이블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서 이동하는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던 관계가 없는 것이다.

데이터가 근본 소스부터 마지막 스피커까지 이동하는 것은 꽤 먼 여정이다.

여러 기관을 거치면서 그 기관의 특성을 타면서 소리가 변모한다.

여러 요소가 많지만, 단순히 전기의 장애물을 극도로 낮춘 케이블은 좋은 소리가 나고, 그렇지 않은 번들 케이블은 소리가 들리는 것은 똑같지만, 많은 장애물을 거친 후라, 소리가 원형보다 변형이 많이 일어 났다.

이 것을 '왜곡'이라고 한다.

왜곡에 대해 엄밀히 정의하자면 반론할 이론도 많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 정의하자면 그렇다.


기존의 번들 케이블들은 많은 저항이나 장애물을 거치면서 소리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극대화해서 내지 못 한다.

고급 오디오 케이블들은 이러한 저항, 장애물을 최대한 제거한다던 지, 소리를 좋게 들릴 수 있는 필터라던가, 노이즈를 제거하는 차폐 요소를 강화하므로써, 소리가 본연의 소리를 극대화해서 낼 수 있도록 처리를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혁신적인 기술로 케이블을 만드느냐에 따라 가격이 뛰고, 많은 연구와 제조 설비의 투자를 요하는 것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예민하고 깐깐한 오디오 파일러들은 말할 필요 없고, 오디오에 문외한인 부호들도 마찬가지이다.

부호들은 오디오를 본연으로 즐긴다기 보다, 사치품의 장식으로 접근한다.

어느 쪽이 됐던, 그들이 천 원 짜리 막선과 고순도 은선의 소리를 구분 못 할 바보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급 오디오 케이블에 대한 음질 논란은 디지털이나 아날로그를 나눌 필요 없이 분명한 효과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회사들이 케이블 제작에 뛰어 들어, 수천 가지 다양한 케이블을 제작하고 있다.

만일, 천 원 짜리 막선과 수천만 원 하는 케이블과 소리가 별반 차이가 없다면, 어떤 바보가 그 돈을 지불할까.

그렇기 때문에, 고가 오디오 케이블에 대해 전면 불신하는 이들은 삐딱한 시각으로 부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직접 들어 보려 하지도 않고, 들어 볼 기회도 없고.


단, 이런 것은 있다.

오디오 업계에 거품이 상당히 많이 있다.

차나 고가의 TV는 눈에 보이고, 객관적인 수치의 스펙이 공개돼 있다.

오디오도 그런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다.

수치로 구분할 수 없는 소리의 우열을 따질 수 있는 매체와 환경이 극히 제한적이다.

같은 오디오 제품도 여러 요소에 따라 소리가 달라 질 수 있는 변수도 상당히 많고.


그러다 보니, 그 걸 악용하는 업체들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

겉 딱지만 화려하게 치장하고, 속은 허술하게 제작해서, 마치, 매우 고가의 제품인 것 마냥.

그런 회사들을 찾아 보면 꽤 있다.

돈 많고 눈 먼 바보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식으로.

잘 모르는 이들은 가격이 성능의 절대적 수치라는 단순 계산식을 믿고 접근하고, 그 마케팅을 믿어 버린다.

그 회사가 전혀 기술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억대 오디오 시스템인데, 당연히 소리는 좋겠지.

그러나, 그 것이 그 가격 만큼이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소리인가, 내가 그 값어치를 인정할 수 있는 소리인가는 꼼꼼히 따져 봐야 하는데, 그런 과정은 생략하고, 가격과 명성, 브랜드 인지도만 믿고 덥썩 구매해 버린다.


진짜 오디오 파일러들은 그 가격이면, 얼마든지 다른 선택지가 많다.

그들은 부를 과시하거나, 눈을 감고 오디오를 들으면서 자신의 성공 신화의 자아도취에 빠지는 자들이 아니다.

극한의 오디오적 즐거움을 추구한다.

다양한 요소가 많다.

단순 물리적으로 얼마나 해상도와 스테이징이 좋으냐, 음의 분리도 좋으냐, 기타 외관의 마감은 어떠한가 등.

가격은 합리적인가, 믿을 수 있는 회사인가, 자신의 음악 스타일과 부합하는가 등, 여러 가지가 많다.

이래서 오디오 업계에는 직접 청음하는 환경과 오디오 파일러들의 역할이 지극히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오디오 파일러들도 여러 업체에 후원과 돈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장점만 부각시키지, 단점까지 정직하게 서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탐욕스런 특정 오디오 회사와 이런 오디오 파일러, 오디오 판매점이 결탁해서 온갖 포장과 사탕발림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을 현혹시킨다.

참으로 혼탁한 오디오 업계이다.


오디오 업계는 정직하게 기술 개발과 품질로 가격을 납득시키는 좋은 업체들이 월등히 많다.

일일히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오디오 업체들도 굉장히 많고.

그만치 경쟁이 치열하다.

그들 모두가 막대한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 원가 계산을 하면 폭리겠지만, 고급 인력의 연구 개발비, 장비 투자, 홍보비, 유통비를 감안한다면, 그다지 폭리라 보기도 어렵다.


그깟 구리선 원가 얼마 안 하는데, 수백만 원, 수천만 원, 폭리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구리의 불순물을 얼마나 제거하고, 최종적으로 가격을 납득할 만 한 소리를 낼 때까지의 연구와 시간 투자의 노고를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결론적으로 그보다 저렴한 케이블보다 소리가 더 낫다고 소비자가 판단하는 금전적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이다.

원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그 소리를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의 가치가 결정적인 것이다.


S-ATA 케이블 사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나는 와이어드림의 고가 케이블을 몇 가지 사서 써 봤다.

지금은 모두 처분했지만.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여러 브랜드의 케이블을 써 보고 느낀 점이라면, 와이어드림은 개인이 소규모로 영세하게 제작하는 업체일 뿐이며, 제작에 대한 지식은 있을 지언 정, 케이블과 오디오와의 실전적 상관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분이라 사료된다.

헌데, 그런 와중에서 다른 업체들이 어떤 표현으로, 어떤 가격으로 파니까, 우리도 이렇게 팔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듯 하다.

또, 오디오 용으로 제작된 S-ATA 케이블 자체가 아예 전무했던 상황이었고.


소리가 좋아 진다는 여러 표현은 그 대표께서 오디오 파일적으로 접근해서 썼다기 보다는, 다분히 막연하게 상투적으로 쓰는 표현들인 것 같다.


"해상도가 좋아 지고, 고역의 잔향이 깊어 지고, 등......"


소리에 변화를 주는 것은 맞다.

도체가 변하고, 케이블에 여러 처리를 한다던 지, 어떤 차폐재나 피복을 쓰느냐에 따라서 소리가 분명 달라 진다.

그러나, 그 변화가 소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 도리어 저하시키느냐, 단순히 초록색 옷에서 빨간색 옷으로 갈아 입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내가 감히 와이어월드 케이블 몇 가지를 써 보고 느낀 점은, 그 때는 비싸고 좋은 것이니까 소리가 좋아 진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제대로 된 오디오 브랜드 케이블을 써 본 후, 그 것은 '소리가 변한다.'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현상이었을 뿐이고, 비싼 케이블이니까 어떤 플라시보 효과, 자기 위안의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진짜 소리가 좋이 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그 경험에 비춰 봤을 적에, 와이어드림의 S-ATA 케이블도 이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어쨌거나, 비싸게 구입해서 소리가 좋아 져서 만족하는 사람들은 놔 두면 될 일이고, 뭔가 불신스럽다고 단언하는 분들은 너무 헛똑똑해서 탈이다.

직접 들어 보지도 않았으면, 가급적 말을 삼가야지, 들어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미 가격만 보고서 가타부타를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와이어드림이 당시에 이런 논란의 당사자가 된 건, 정말 하이-엔드의 기술력과 명성, 기술력도 없으면서 어설프게 하이-엔드 브랜드 흉내를 냈기 때문이고, 그 괘씸죄로 성토를 당한 것이다.


단순히 비싼 선 잘라서 단자 연결해서 내다 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도체에 대한 연구와 오디오의 철학과 지식이 기술과 융합되지 않으면 하이-엔드 제품을 절대 생산할 수가 없다.

왜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도체의 순도에 집착하고, 단자의 마감과 차폐에 치열하게 연구해서 독자적인 이론을 내 놓는 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장사하는 곳이 아니다.

하이-엔드 가격을 그냥 매겼다고 해서, 그냥 인정해 주는 허술한 곳이 아니다.

그 안에는 치열한 연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오디오 파일링이 동반되었기 때문에 가격과 명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엔트리 급부터 플래그쉽까지 제작하면서 꾸준히 쌓인 신뢰와 인지도를 기반으로 브랜드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와이어드림에는 그런 철학과 기술적 지식이 아예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냥 비싼 선재 썼고, 어떤 오디오 처리했으니까, 이 가격에 판다.

살 테면 사라.

오디오를 알든 모르든, 눈 먼 호구가 걸리길 기다리면서 낚시대를 꽂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70여 만원의 가격이면, 그런 대로 명성있는 오디오 브랜드의 스피커 케이블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내가 와이어드림을 불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싼 케이블을 구매했지만, 소리가 좋아 진다기 보다는 '변화'에 가까웠다.

이제는 구입할 이유도 없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들이 하는 짓, 선 몇 가닥 더 추가해서 가격 부풀리기, 길이 살짝 늘려서 가격 부풀리는 짓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당연히 심선이 늘고, 길이가 늘면 원가와 인건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값을 쳐 줘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헌데, 와이어드림은 고작 몇 Cm로 기하급수적으로 가격이 상승한다.

상식적으로 가격이 정비례하는 수준을 넘었다.

원가 따지면 극히 얼마 되지도 않고, 제작 난이도가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스웨덴의 요르마나, 미국의 카다스 같은 유수의 브랜드도 아니면서.

이래서 와이어드림이 오디오 계에 큰 논란이 되었고, 심지어 해외 오디오 업계까지 파장이 커 졌다.


어쨌든, 정리를 하자면.

오디오 업계에 허와 실이 존재하는 것이 맞고, 눈에 보이지 않고, 소리가 계속 흘러 가는 오디오 특성 상, 이를 객관적으로 분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악용한 기만적인 오디오 업체들이 소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모든 오디오 업계가 소비자를 현혹해서 폭리를 취한다고 단정하는 것 또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패션이나 자동차, 럭셔리에도 명품이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 왜 오디오에서는 인정하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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