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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피에가 TMicro 3

2022-10-03 20:02:49

피에가 제품 중 가장 저렴한, 가장 작은 엔트리 기종이다.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근원적으로 모니터에 내장된 스피커 소리가 너무 좋지 않아 변화를 거듭하다 정착하게 되었다.

그 전에 스웨덴 브랜드, 오디오 프로 A26을 잠시 썼다가,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여벌의 오디오 시스템이 있는 점을 살려, 제대로 된 패시브 스피커를 마련하게 된 것이 피에가 TMicro 3이다.


외관만 보고 평하자면, 정말 작은 크기이고, 피에가가 자랑하는 알루미늄 캐비넷인데, 작은 크기임에도 제법 묵직하고 든든하다.

어찌 보면 참 단순한데도 듬직한 캐비넷과 매끈한 도장이 매우 명작의 인상을 준다.

만듦새, 완성도는 정말 명불허전이다.

이래서 '스위스 메이드'구나, 하는 감탄이 든다.


그릴이 유연성이 없어 다소 벗기기 힘들다.

너무 힘을 줘도 휘어 버리고, 힘을 안 주자니 벗겨 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조심스레 벗기기기는 했는데, 처음보다 살짝 휜 듯 하다.

역시 스피커는 콘이 보이도록 그릴을 벗기는 게 제 멋이다.


중요한 것은 소리이다.

앰프나 소스 재생기, 케이블에 따른 변수가 많지만, 내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느낀 것을 써 보도록 하겠다.

담백하면서도 순수한 소리, 섬세함이 느껴 졌다.

이런 키워드로 정리하면 피에가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이해하는 것도 쉬울 것이고, 이 스피커도 그에 따라 마찬가지이다.

뭐, 바워스 앤 윌킨스의 타입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냥 퓨어하면서 밋밋한 스타일.


구동력은 앰프만 받쳐 주면 그런 대로 볼륨을 키울 수 있으며, 스테이징도 그럭저럭 괜찮다.

물론, 작은 구경의 한계는 명백하다.

가격을 감안해야 한다.

나쁘게 평하면, 스위스의 피에가가 잘 만든 '평범한 스피커'라 할 정도로 꽤 평범하다.

특별히 개성이 있는 것도, 뭔가 특출난 한 방을 발견하지도 못 했다.

그냥 평범했다.

그나마 장점을 쳐 줄 수 있다면, 퓨어함, 그리고, 섬세함.


애초에 작은 구경으로 컨셉된 TMicro 3의 한계는 명확했다.

가격도 그에 따라 반영되었고, 피에가를 저렴하게 느낄 수 있는 귀여운 미끼로 제작된 모델이 아닌가, 싶다.

제대로 된 오디오 감상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쓰는 용도에 따라 얼마든지 잘 활용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고민의 여지가 없이 이 스피커를 PC 스피커 용으로 썼는데, 아쉬운 감은 있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그런 대로 만족하게 잘 쓰고 있다.


피에가 스피커라서가 아니라도, 어찌 보면, 과잉스러운 돈 낭비라 할 수도 있겠다.

액티브도 아닌, 고급 오디오 브랜드의 패시브 스피커를 울리려면 별도의 앰프와 DAC가 필요하다. 

기기가 늘 수록, 인터 케이블도 구입해야 하고, 파워 케이블까지 구매하는 걸 생각하면, 제법 돈이 많이 든다.

설명하자면 긴데, 어찌어찌 마련하다 보니까 이리 되었다.

메인 시스템 대용으로 쓸 수도 있고, 윈도우 부팅 음, 게임의 소리, 컴퓨터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좋게 들린다.

그런 활용도를 봤을 적에 투자한 가치가 있다.


고급스러움, 섬세하고 퓨어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 방음이나 집의 크기를 고려해 큰 스피커가 필요 없다면, 피에가의 TMicro 3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나처럼 PC 용으로 쓰는 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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