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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오디오에 빠지면 '패가망신'한다

2022-10-20 09:39:51 

정확한 말의 어원을 알지 못 한다.

그러나, 알지 못 하더라도 그 뜻을 안다.
  

하지만, 오디오 계를 잘 모르는 분들이 접했을 때 오해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기본적으로 즐기는 농에 불과하다.


이를 테면, "좋은 앰프 들이셨네요."




"통장이 텅장이 됐네요."




"이 걸로 이제 정착하셔야죠."




"아뇨, 한 번 맛을 보니까, 이보다 더 상급기가 눈에 아른거리네요."




이런 식의 진담이자 농담이 항상 즐비하다.


고가 오디오 제품을 구매하고, 그 청음기를 올려서 같이 공유하고, 공감한다.


물론, 앰프 한 개에 수백만 원은 기본, 고가 스피커는 천만 원 대는 넘어야 고급 기종으로 인정받는다.


기본을 말하는 것이고, 사실, 유명 브랜드 같은 경우 신품가가 오천만 원이 넘는다.


오디오 세트가 아니고, 단품 하나만으로.


제대로 고급 오디오 세트를 갖추면, 고가의 경우 억 대가 넘어 가 버린다.


어지간한 주택, 아파트 보증금의 금액이고, 고급 승용차 가격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깝지가 않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최고가 오디오 제품은 11억 짜리 스피커 한 조였다.


'매지코'란 미국 브랜드이고, 11억은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이며, 정식 출시가가 그렇다.


성인 남성보다 크가 크고 무거워서, 삼등분으로 나눠서 따로 조립해야 하며, 지게차와 장비를 통해 운반이 가능하다.


지금 스피커 한 조만 말한 것이고, 이 금액에 걸맞는 최고급 앰프, 턴 테이블이나 DAC, 갖가지 케이블을 매칭시키려면, 내 생각에 한 5억은 더 들여야 한다. 


평균적인 금액을 말하는 것이고, 정말 최고 중의 최고를 골라서 완전 풀 세트로 매칭하고 싶다면, 한 15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면 될 것이다.


여기에 갖가지 오디오 액세서리, 방음 장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내가 알기로 이보다 더 비싼 오디오 제품이 있다고 알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시제품을 언급한 것이 매지코 M9, 스피커 한 조이다.




오디오 계가 상당히 치열하다.


유명 브랜드들이 상당히 많다.


매칭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직접 들어 보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 이래서 바꿈질에 빠져 드는 것이다.


장터에 팔고, 다른 걸로 사서 들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팔고.


아까 위의 가상의 대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번 중급기에 맛들리면, 그보다 더 상급기, 최 상급기로 눈을 돌려 버린다.


중이 고기 맛을 보면, 담장을 넘는다는 옛 말처럼.




이래서 돈 생기면 더 상급기, 매칭 안 맞으면 계속 바꿈질, 이 것도 사서 바꿔 보고, 저 것도 사서 바꿔 보고.


모든 기기를 최 상급기에으로 가면 비로소 멈추게 될까?


최 상급기 억 대의 DAC가 있다고 치자.


거기서도 자신의 기호에 맞지 않는다, 매칭이 안 맞는다 싶으면 차 상위 제품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야말로 끝이 없는 것이다.


이 걸 보고 오디오에 빠지면 패가망신한다고 하는 것이다.


차는 그렇지 않은데, 술도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오디오는 이런 정보의 불투명성과 매칭의 가변성 때문에 유독 심한 편이다.

여성은 오디오에 빠지기 보다, 오히려 남성이 오디오에 빠지는 경우가 월등히 많다.

감수성보다는 경제 활동에 따른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 가장이 오디오에 심히 빠지면, 그 집안은 구제불능의 애물단지를 안고 사는 거라 봐도 무방하다.

그 가장이 적절히 자중할 줄 안다면, 그 오디오를 같이 즐긴다면 해당 사항은 없다.

아니면, 정말 고가 오디오를 사고도 남아 돌 정도의 경제력이 있다면 모를까.


얼마 전 기사에 나게 되었는데, 일본의 오디오 애호가는 전봇대였나, 그 걸 오디오 용으로 개조하려다가 관계자에 의해 발각되는 일이 벌어 졌다.

난 왜 그런 지 안다.

오디오는 전기를 매개체로 하기 때문에, 깨끗한 전기가 좋은 음질의 요건이고, 깨끗한 전기를 얻기 위해서는 전기가 타고 오는 근본 관문, 케이블의 도체의 순도나 차폐가 잘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왜곡되지 않은 깨끗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고, 그 전기를 공급받은 오디오 기기, 앰프 등은 좋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내 집도 일부 그렇게 해 놨다.

딱 벽체 콘센트까지.


내가 실제로 오디오 중고 거래하다 전화 통화한 적이 있는데, 집 안에 배선돼 있는 전기선을 바꾸려 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벽체 콘센트를 판매하다 통화했는데, 나한테 집 배선에 관한 솔루션을 묻더라.

가정의 전기 배선을 바꾸려 한다, 심지어 전기 차단기까지 오디오 용으로 바꾸려한다 등, 말로만 들었던 중증 매니아가 실제 존재하고, 실제 비싼 견적을 물고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실제 있다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쉽지 않다.

업체에 주는 시공비도 시공비이지만, 전기 회사는 오디오 용 케이블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벌크 선재로 본인이 직접 구입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열정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것이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오디오 기기는 해체하고 다시 가져 가거나, 팔 수 있지만, 이는 이사갈 때 고스란히 놓고 가야 한다.

아니면, 가정 배선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 놔야 하는데, 그 역시도 시공비를 줘야 하기 때문에, 그냥 놓고 가는 게 현명할 것이다.

엄청나게 비싼 고가 선재가 아니고선.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 들어 오는 전봇대를 바꾼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오디오 지식과 배포, 자금력이 아니고선 꿈도 못 꿀 일이다.

심지어, 이런 중증 오디오 애호가를 두고서, "전기 발전소까지 바꾸려 한다."는 농까지 하기도 하니.


능력도 없으면서, 돈도 없으면서 집안 살림은 도외시하는 오디오 중독자가 있다면, 여성 분들은 이런 남자를 멀리 해야 하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전체 오디오 중에 중증인 소수이지만, 잘못 걸려 들면 정말 골치 아프다.

여유 돈 생기는 족족 오디오 제품 사서 집안에 들여 놓는다.

부인이 하지 말라고 성화를 내도, "이 번이 끝, 진짜 끝."이란 핑계만 반복하고.

패가망신은 혼자 하게 내 버려 둬야 한다.

도박 중독이나 똑같은 것이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의 예를 들었는데, 내가 접해 본 대부분의 애호가들은 적정 선에서, 예산 안에서 건전하게 즐기는 분들이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농담으로 주고 받으면서 웃는 것이지, 과도하게 집착할 정도로 정신 못 차리는 분은 잠깐 그러다 정신차려서 다시 되돌아 온다.

또, 오디오 제품의 특성이란 것이, 인기 좋은 놈을 잘 골라서 사 두면, 나중에 되팔 때 시세가 오르거나, 이런 경우는 많이 드물지만.

대체적으로 그 중고가를 물고 있기 때문에, 다시 되팔아도 큰 금액적 손해가 없이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

오디오는 소모성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주식처럼 등락의 폭이 없이 그냥 시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도박에 빠지거나, 잘못 보증을 서서 오디오 재산이 저당잡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오디오에 빠져서 패가망신까지 가지는 않는다.

정 부인의 등살에 못 이기면, 중고로 팔고 저렴한 걸로 다운 그레이드로 가면 된다.

아니면, 한정된 금액 대 내에서 바꿈질만 한다던가.


부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잘 녹음된 명곡을 오디오로 즐기는 것은 아주 화목하고 좋은 것이다.

때로는 같이 음악과 아티스트에 대해 논해 보기도 하고, 오디오의 성능에 대해 평해 보면서 공감대를 가지다 보면, 가족끼리 소통도 잘 되고, 고가의 오디오 시스템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매우 좋은 것이다.

때로는, 부인이나 딸에게 선곡을 뺐겨서, 내가 듣고 싶을 때 못 듣는 불상사가 생겨 버리기도 한다.


오디오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음악에 대해 일가견이 있고, 나름 장르에 대한 지식이나 취향, 자신만의 음악 영역이 확고한 사람들이 오디오를 시작하는 것이다.

좋은 음악을 좋은 오디오로 듣고자 하는 욕구, 그냥 대중 가요나 듣는 분들은 절대 오디오에 돈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에 투자를 하는 분들일 수록 기본적으로 일정 소득 이상이거나, 음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분들인 것이다.

고급 취미는 분명 고급 취미이다.


시간 투자와 금액 투자가 적정 선인 내에서의 투자는 아주 좋지만, 그 이상을 투자한다면, 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째, 가정을 꾸리지 말고 혼자 산다.

둘 째, 자기 할 일 다 하고도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남아 도는 경우.

셋 째, 직업적인 전문 오디오 파일러.

이 셋이 아니라면, 가급적 자중하는 것이 좋다.


내가 접해 본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 분들은 이런 적정선을 잘 지키면서 즐기고 있고, 이런 분들이 국내에서는 절대 다수라 생각하기 때문에, 오디오에 빠져서 패가망신하는 것은 극소수의 중증을 제외한 이들의 우스갯 소리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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