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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앰프, 스피커 케이블의 결선

2022-10-20 21:42:41 

앰프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직결할 것인가, 단자를 쓸 것인가에 대해 다뤄 본다.


일단, 이론 상으로 저항이 낮아 지므로, 당연히 직결이 더욱 낫다.

월등히까지라고는 무리가 있더라도, 직결이 확연히 낫다.

내가 언제 이 걸 경험해 봤냐면, 피에가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에 체르노프 케이블 단자가 안 들어 가는 것이었다.

난 그 때, 피에가 스피커가 가장 저렴한 라인 업이기 때문에, 바인딩 포스트도 원가가 덜 드는 저렴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깟 바인딩 포스트 원가 차이가 얼마나 난다고 저렴한 걸 쓰나, 하고서 혼자만의 착각을 하던 때였다.

그래서, 체르노프 케이블 바나나 단자를 풀고, 직결로 구겨 넣어서 연결해서 듣던 적이 있었다.

양 쪽도 아니고, 입력단 쪽만 풀어서 직결을 해 줬음에도, 소리가 더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저렴한 스피커라 할 지라도, 보편적인 규격의 바나나 단자가 안 들어 간다는 것은, 피에가가 일부러 작은 단자를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안 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나중에 다시 바나나 단자를 꼽아 보았다.

그 단자는 메인으로 쓰는 탄노이에도 다소 뻑뻑했다.

몇 번 뺐다 꼈다로 장력을 완화시켜서 다시 껴 보았다.

정말, 단자 하나 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인상이 찌푸러 질 정도로 힘을 써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힘을 줘서 밀어 넣었다.

그랬더니, 어렵사리 껴 졌다.


애초부터 바인딩 포스트, 케이블 단자 규격이 따로 있었던 게 아니고, 체르노프 케이블이 초기 상태라 장력이 굉장히 강했었고, 마침 피에가 스피커의 바인딩 포스트도 안 들어 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소 크기가 작았다.

이 두 가지가 맞물려서 아무리 시도를 해도 안 들어 갔던 것이지, 순정 단자로 체결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에 조금 힘들더라도, 이처럼 단자가 팽팽한 것이 좋다.

팽팽한 장력을 인위적으로 완화시키는 것은 가능해도, 한 번 완화된 단자를 다시 팽팽하게 복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력이 팽팽해야 바인딩 포스트와 접점이 커 지고, 이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신호 전송으로 직결된다.


아무튼, 단자를 체결해서 연결했더니, 직결 시의 찰랑거리고 세밀한 소리에서 조금 뭉툭하고 무딘 소리가 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직결이 좋다는 다른 분들의 말이 맞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단자를 쓰는 이유는 이와 같다.


첫 째, 케이블 가격 안에 단자 값도 제법 포함돼 있는데, 벌크 선을 쓰는 경우라면 모를까, 단자 처리까지 완료한 완제품을 놔두고, 장점이 있는 단자를 굳이 제거해서 쓸 필요는 없다.

둘 째, 단자 표면의 금도금이 주는 예쁜 톤의 변화를 얻기 위해.

셋 째, 결선 시, 미관 상의 단정함을 위해서이다.

넷 째, 단자 처리 본연의 목적인, 도체 표면의 산화를 막고, 연선의 경우 직결 시 단선이 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이론 상으로 단자는 분명히 저항 관문이 추가된 것이므로, 분명 좋은 것은 아니다.

소리에도 그 결과가 나타 나 듯이, 부드럽게 풀어 진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뭉툭하고 막연한 소리를 낸다.

소리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단자의 형태 자체가 통으로 뭉툭하기 때문에, 전기가 타고 드는 저항도 그만큼 커서 그런 소리가 나는 것이다.

소리란 관점에 국한해서 보면 단자는 분명 좋은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단점을 안고서라도 단자를 쓰는 이유는 위에 설명한 것과 같다.

첫 째 이유는 완제품, 기성품이라 그런 것이고, 만일 벌크 선재라면 굳이 돈들이고 공들여 단자를 달아 줄 것 없이, 과감히 직결을 하는 게 좋다.

아래 세 가지 이유는 세세한 이유이고, 얼마든지 간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넷 째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표면이 산화가 된다 해서 전도성이 떨어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관 상 그럴 뿐, 설령 전도성이 떨어 진다 할 지라도 내가 겪어 봤을 적에는 음질이 떨어 진다거나, 하지 않았다.

물론, 아주 저렴한 OFC 동선의 저렴한 오디오 시스템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그리고, 연선이 단선되는 것은 바인딩 포스트를 너무 꽉 조이면 당연히 끊어 진다.

과하게 조이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


직결이든, 단자 체결이든, 둘 다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어느 쪽이든 그냥 편한 대로 연결하면 된다.

벌크면 당연히 그냥 직결, 단자 체결이 돼 있으면 단자 또한 장점이 많으므로 그냥 꼽으면 된다.

진짜 오디오 매니아라면, 단자 처리가 돼 있는 것도 직결을 할 것이다.

땜질이 안 돼 있는 경우라면.

땜질이 돼 있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

다시 되팔 때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단자 체결을 할 때를 따져 보자.

단자의 형태는 크게 바나나와 말굽 형태의 스페이드로 돼 있다.

뭐, WBT의 조임식 단자도 있지만, 일단 논외로 하고.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일단 말굽은 접점이 넓어서 원활한 전송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크다.

그러나, 스피커 진동에 따라 서서히 체결력이 약해 져서 풀리거나, 쇼트의 위험성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내 딴에 정말 힘을 줘서 바짝 조였다고 했음에도, 나중에 보니 체결이 느슨해 졌거나, 풀려 있던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실제 쇼트가 났던 적도 몇 번 있었고.

앰프 볼륨을 크게 키우거나, 앰프가 재생 중일 때 쇼트가 나면, 정말 심한 경우 앰프가 고장나 버린다.

쇼트는 흔하면서도 고가 앰프를 그냥 보내 버릴 수도 있는, 가장 대표적 고장 사례 중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 말굽 단자는 항상 쇼트를 방지하기 위해 단자 사이에 비 전도성 막이, 나무나 고무판, 박스를 잘라서 막도록 한다.

아니면, 쇼트가 예상되는 접점을 검은 테이프로 말아 버리던가.

접점 하나를 위해 포기해야 할 안정성이 너무 많다.


바나나의 접점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말굽의 접점이 '면'이라면, 바나나는 '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호 전송 면에서 둘이 차이를 느낀다고 보기는 또 어렵다.

내가 보기엔 말굽과 바나나 단자를 소리로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말굽이 접점이 넓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장점도 훨씬 많다.

체결하기도 편하고, 구조적으로 체결이 풀릴 가능성 자체가 아예 없다.

아주 쉽고 안전하다.

접점이란 면에서 불리하다 하더라도, 저항이란 측면에서 도리어 말굽보다 이점이 있다.

말굽은 두터운 형태로 저항이 크지만, 바나나는 얇은 형태라 저항이 적다.

따라서, 말굽이 음질적 우위에 있는 것도 의심해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점에 대해서 체르노프가 연구한 이론이 있는데, 바나나가 말굽보다 소리가 더 낫다는 것이다.

맹신할 점은 아니지만, 말굽이 접점이 넓어, 음질적으로 낫다는 데에 너무 목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일, 접점 때문에 말굽을 선호한다면, 가급적 단자의 두께가 얇은 것이 좋을 것이다.

두꺼울 수록 소리가 둔탁해 진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도금재에 대해 다뤄 본다.

도금은 대표적으로 우선 금이 있고, 그 다음 로듐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전도성은 금이 낫지만, 로듐은 금보다 전도성이 현저히 떨어 짐에도 금보다 강도가 단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금이 귀금속재로 값이 비쌀 것 같지만, 로듐은 희귀 금속이라는 희소성으로 금보다 더욱 비싸다.

이는 단자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로듐 단자가 더욱 값이 나간다.

도금의 목적은 단자 또한 동으로 돼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표면 산화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동은 무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체결과 해체 반복으로 체결력이 떨어 지거나, 표면이 상처가 나서 전도성이 떨어 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 면에서 내구성이 좋은 로듐이 금보다 변함없는 원형을 유지하는 데에 유리하다 할 수 있겠다.


일견 로듐이 더 낫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금을 선호한다.

로듐은 이런 사용자에게 좋다.

한 스피커에 다양한 케이블을 두고, 바꿔 가면서 듣는 애호가.

반대로 한 앰프에 다양한 스피커를 두고 바꿔 가면서 들을 수도 있고.

잦은 체결과 해체로 인해 도금 표면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로듐이 좋다.

또, 로듐이 금보다 해상도 면에서 좋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도 있고.

그냥 단순히 미관 상 백금류가 좋아서일 수도 있다.

그다지 기능적, 음악적 기능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도체와 지오메트리, 차폐가 중요하지, 단자 따위는 액세사리를 취급한다면, 아무래도 좋다.


내가 금을 선호하는 이유는 순전히 취향 탓이다.

나 역시도 단자의 소재에 대해 그다지 연연하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금이 좋다.

이는 톤과 연관성이 깊은데, 동이 따뜻한 소리를 낸다면, 은은 밝고 화사한 소리를 낸다.

마치, 와인이 색상에 따라 곁들이는 음식의 색상도 같이 따라 가는 것처럼, 도금의 소재도 톤에 영향을 미친다.

금이 동처럼 온도감있고 예쁘장한 소리를 낸다면, 로듐은 은은 아니지만, 은과 유사한 소리를 낸다.

은이 화사하고 브라이트한, 밝은 소리의 흰 톤이라면, 로듐은 살짝 무디면서 어두운 흰 톤이다.

금은 동처럼 온도감은 있으되, 동이 살짝 어둡다면, 금은 밝으면서도 따뜻한 할로겐 조명의 톤이다.

참 도체의 색상에 따라 소리 또한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따라 간다.


내 주관적 식견을 봤을 적에, 고급 오디오 케이블일 수록 로듐을 바른다.

금도 있지만, 로듐이 비싸서인 지, 그 회사 오우너가 로듐을 좋아 해서인 지 모르겠으나, 체르노프 최상급 얼티밋이 로듐, 고가 브랜드인 요르마는 전 라인 업이 로듐이다.

도금재의 시세 탓인 지, 로듐이 살짝 프리미엄 느낌이다.

로듐이 금보다 전도성이 떨어 진다 하더라도, 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전도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니.

그런데, 전도성이 낮은 도금재를 겪어 보니까, 톤이 조금 어둡게 낮아 지는 느낌은 있다.

그래서 내가 로듐을 그다지 안 좋아 하나 보다.


이 외에도 오야이데의 유니크한 팔라듐 도금, 과감하게 아예 전도성이 가장 좋은 순은을 통으로 쓰기도 한다.

산화가 되더라도, 전도성을 우선시하거나, 은이 가진 화사하고 결이 고운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니켈도 있지만, 음악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니켈은 가격이 저렴해서 산업용으로 두루 쓰일 뿐, 이는 우리가 흔히 보는 가정용 저가 코드, 멀티탭에 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가정용 가전제품들의 코드를 보라.

반짝이는 은색이라면, 죄다 니켈 도금이다.

단자 표면의 부식만 막으면 될 뿐, 음악적인 용도의 고가 소재를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 생각엔 일반적인 가정용으로는 금도금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전도성도 좋을 뿐더러, 자주 단자를 체결하고 해체할 일은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딱히 로듐이나 백금류에 대한 기호성이 있다면 모를까.


이상으로 앰프, 스피커 케이블의 연결성에 대해 다뤄 봤다.

크게 구애받을 필요 없이, 스스로 용이한 대로 체결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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