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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22. 2023

오디르바나

전에 쓰던 플레이어는 일본이 개발한 '튠브라우저'란 것이었다.

튠브라우저가 조금은 투박하고, 무료 플레이어 푸바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래도 튠브라우저가 폴더에 저장된 음원들을 실질적으로 무제한 색인 정리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었다.

당시 이 소프트웨어 판매 금액이 5만 원 조금 안 되어서 금액적 부담도 안 됐고.

32 비트, 384KHz 업샘플링도 가능한 것도 장점이었고.

단, DSD 재생은 안 된다.


한 5 년을 쓴 듯 한데, 언젠가부터 튠브라우저 음질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히, 고 스펙에 별도 외장 DAC까지 갖춰서 듣고 있음에도, 그냥 평범한 무료 음악 플레이어보다 소리가 못 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이 건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 다른 플레이어를 물색하다, 룬과 오디르바나를 최종 후보로 압축시켰다.


알다 시피, 룬은 금액은 상당히 비쌌지만, 소장한 음원을 낱낱히 태깅 및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음원을 소장한 이들이 고민이 뭐냐 하면, 음원을 장르나 아티스트 별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일 것이다.

그냥, 무분별하게 방치해도 관계는 없다만, 그 것은 마치 음반들을 가나다 순, 장르와 아티스트 별로 정리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때려 넣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음원을 소장 목록이 늘어 날 수록, 점점 정리는 안 되어 가고.

이 귀찮고 번거로운 작업에 대한 부담을, 룬은 해결시켜 준다.


내 선택은 결국 오디르바나였다.

위에서 언급한 태깅 및 음원 정리 작업, 그 것을 나는 몇 달 동안 작업했으므로.

대 장르 -> 하위 장르 -> 아티스트 ABC 순 -> 아티스트의 음반 발매 년도 순.

이렇게 정리하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렸고, 거의 10 년 넘게 모아 온 이 많은 음원들을 그때그때 정리하면 이럴 일이 없을 텐데, 한 방에 다 하려고 하니까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 전에 정리된 것들이 있긴 했었지만, 아무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룬과 오디르바나에 대한 대체적인 둘의 평은 대동소이했다.

룬은 비싸지만, 태깅이 필요없이 깔끔하게 정리해서 표현해 주지만 가격이 비싸다.

오디르바나는 이런 작업을 손수 직접 해야 하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음질도 룬보다 낫다는 평이 많았다.

지금 오디르바나를 한 반 년 가량 쓴 듯 한데, 내 평은 이렇다.


오디르바나의 가장 큰 장점은, 음질이나 재생의 간편성, 여러 기능들도 있겠지만, 나는 오디르바나의 '음원 스캐닝'을 꼽겠다.

이 게 뭐냐 하면, 내가 소장한 음원을 스캔해서 실제 음질을 분간해 주는 것이다.

내가 고음질이라 생각하고 애지중지 모아 왔던 것들, 안타깝게도 그 중에 정식 배포된 게 아닌 것도 있고, 혹은, 정식으로 배포된 것임에도 음질에 논란이 되는 것들도 오디르바나 스캔을 통해 낱낱히 드러 나게 되었다.

내가 소장한 것 중에 엉터리 고음질들이 너무 많았다.

표기 상으로는 상당히 고음질이라지만, 스캔을 해 보면, 실제로는 그의 반 토막 짜리, 내지는 MP3 급, 아주 형편없는 음원들로 여실히 드러 났다.

이 믿을 수 없는 내 착각이, 내가 엉터리 음원을 미련 없이 싹 정리하고, 비록 음질이 그보다 못 하더라도 제대로 된 CD급 음원을 다시 모으는 과정이 추가되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작업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음원의 폐해가 뭐냐 하면, 고음질을 표방하며 어마어마한 용량을 차지하면서, 실 음질은 그보다 못 하거나, 그저 살짝 나은 정도였다.

비효율적인 관리를 함과 동시에, 나는 그 것들이 정말 고음질로 착각했던 것이다.

오디르바나의 이 스캐닝 기능이 없었다면, 어쩌면 평생 그 엉터리들을 애지중지하면서 착각 속에 살았을 것이다.

물론, 오디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면서 스스로를 격려해 보지만, 오디르바나를 구입해서 천만다행이었다.

나처럼 상당한 용량의 음원을 소장하면서 활용도가 높은 이용자들에게는 16만5000 원이란 금액이 전혀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뭐, 다른 국가로 설정해서 우회해서 구입하면 저렴하다는데, 그래도 제 값 주고 정식으로 구입하는 게 속 편한 일이라 기탄 없이 구매했다.


그 밖에도 무려 64 비트로 뎁스를 올려서 재생해 주는 기능, 어차피 모든 DAC가 32 비트가 한계라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트의 강약을 더욱 미세하게 느낄 수 있다.

정식으로 DSD 음원도 지원을 하며, PCM에서 바뀔 때 약간 딜레이가 있기는 하지만.

쓰지는 않지만 MQA와 연동도 되고, 아무튼 호환성도 괜찮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성도 좋고, 플레이 리스트를 구성하고, 앨범 중 중요한 넘버를 지정하는 기능 등, 음악 플레이어로써의 기본적인 기능 및 편의성도 당연히, 당연히 충실하다.


가장 핵심적인 음질에 관해서 평을 하자면.

오디르바나에 대해 고유한 착색이 있고, 내가 들어도 원음에 착색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글쎄, 흡사 실키한 느낌의 실텍 케이블을 쓰지 않아도 실텍 케이블의 실키함이 느껴 진다랄까.

원음을 정직하게 재생하는 것은 아니라서,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분께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나 역시도 조금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듣기 거북할 정도도 아니고, 나름 매력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작은 단점보다 여러 가지 장점들이 월등히 많으니.


여러 모로 수준 높은 오디오파일들의 애로와 니즈를 잘 파악해서 만든 소프트웨어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갖가지 기능이나 설정들이 조금만 파악하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터페이스가 정리돼 있고, 오디오파일들을 매료시킬 만 한, 음질 향상을 위한 프로페셔널한 기능들이 참 흡족스럽다.

전에 쓰던 튠브라우저는 전혀 미련이 없을 정도로.

어쩌면, 나는 오디르바나를 30만 원 넘게 판매해도 구매했을 지 모른다.


본사가 영국인가, 그렇게 기억을 하는데, 국내 이용자들은 영어로 번역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이 불편할 것이다.

그래도 고객센터에는 하나하나 모든 이용자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도 해 준다.

나도 구입 초기에 몇 가지 물어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다 해결해서 물어 볼 일은 없지만.


나처럼 소장한 음원을 고음질로 재생하려는 분께는, 글쎄, 룬과 함께 좋은 대안이 될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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