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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25. 2023

LP와 CD, 무엇이 더 나은가

LP의 붐이 일면서, 사람들이 예전보다 '음질'이란 개념에 부쩍 관심과 흥미가 많아 졌다.

글쎄, 한 20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음질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듯 하다.

그런 것은 주로 음악을 즐겨 듣는 소수 애호가들끼리의 관념이었을 뿐.

이젠 대중들도 뭐가 음질이 좋다더라, 어떻다더라를 따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LP와 CD는 항상 비교 대상으로써 화두가 되고 하는데, 오늘 이에 대해 파 보고자 한다.


디지털은 음질이 어떻다를 따지기 쉽게 규격화가 돼 있다.

간단하다.

그저 숫자가 높기만 하면 된다.

비트란, 나도 정확한 개념을 몰라서 틀릴 수 있는데, 음의 강약 세기, 상하의 개념, 그래서 '비트 뎁스'라고 정의한다.

헤르츠란 단위는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데, 음악이 시간에 따라 계속 흐르는데, 1 초에 몇 번 움직이느냐를 보는 것이다.

비트도 마찬가지고, 헤르츠도 마찬가지로, 이 수치가 높을 수록 소리가 아주 미세해 지고, 조금 더 사실에 가까운 원음에 근접하게 된다.

비트는 음에 셈여림의 개념, 헤르츠는 소리가 얼마나 세밀하냐의 개념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아날로그는 이런 수치화가 안 돼 있다.

왜냐 하면, 당연히 디지털이 등장하기 전이니까.

안 돼 있다기 보단, 서로 간의 시그널 개념이 다르다고 보는 게 맞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LP는 아날로그이고, CD는 디지털이기 때문에, 서로 객관적 비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건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음질의 우위를 따지기 어렵다는 환경 조건일 뿐인 것이고, 단순히 청자가 뭐가 듣기 좋냐로 따진다면, 조금 객관성은 떨어 지더라도 충분히 비교는 가능하다.


예전에 본 자료인데, 한 5 년 전일 것이다.

10여 명의 청자에게 LP와 CD를 비교해서 들려 줬더니, LP보다 오히려 CD가 듣기 낫다는 청자가 더 많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 듣기에는 CD가 디지털이기 때문에 선명하고 또렷하고, 깔끔한 맛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아마 그런 결과가 나온 듯 하다.


음질을 따지는 데 있어서 의외로 여러 척도가 많다.

소리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잘 표현돼 있느냐, 얼마나 믹싱이 잘 돼서 악기간 구분이 잘 돼 있는 지, 마스터링은 어떤 방식으로 잘 진행됐는 지, 녹음 환경, 어떤 매개체에 넣었는 지, 여러 가지를 따질 수 있다.

단순 음원 소스에 국한해서 따진다면, 아무래도 '정보량'이란 개념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LP와 CD를 비교해 볼 때, 바로 이 정보량에서부터 CD는 LP에게 지고 들어 간다.

정규 음반 한 장에도 초판이 있고, 그 뒤에 나오는 재판, 리마스터드 음반,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단순 정규 음반 CD와 정규 음반 LP를 비교했을 때이다.

요새는 디지털 녹음으로 많이 하지만, 옛날만 하더라도, 혹은 아직도 커다란 크기의 릴 테이프에 원본을 녹음해서 마스터 테이프를 제작한다. 이 것을 원본으로 해서 LP는 아날로그로 바로 복제하고, 디지털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 작업을 거친 후에 CD에 복제를 한다.

당연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은 원본과 멀어 지게 돼 있고, 이 것을 CD가 수용하는 규격, 16 비트, 44.1KHz로 담게 되는데, 이 수치는 원본에서 상당량의 정보량을 탈피한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LP는 원본의 진한 에스프레소를 큰 희석 없이 그대로 담은 것이고, CD는 물리적으로 작은 디스크에 담기 위해서는 물을 탄 아메리카노라 보면 된다.

이 음질의 중요한 척도인 '정보량'을 따져도, CD는 도저히 LP의 상대가 되지 못 한다.


"그럼, CD는 LP보다 음질 못 하는 거네요?"라고 단정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위의 가정은, 단순 정규 음반 LP와 정규 음반 CD를 비교했을 때 얘기고, 정보량은 음질의 중요한 척도긴 해도, 이 모든 것이 음질을 좌우하지 않는다.

가령, 조악한 장비로 아주 형편없는 마스터링을 한 LP가 한 장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마스터링의 좋은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가 좋은 장비로 디지털 마스터링을 해서 고음질 CD, 예를 들어 UHQCD에 담았다고 치자.

이 둘을 비교해서 들으면, LP가 아날로그적 부드러움과 유려함이 있을 지언 정, 결코 CD보다 좋게 들리지 않은 것이다.

정보량은 수치적으로 LP가 압도적일 지라도, 마스터링을 잘못하면 음악을 듣는 쾌감이 현저히 줄어 들고, 조악하게 들리고 만다.


사실, 정보량이 많으면 사실적으로 들리는 데 도움이 될 지라도, 이 것이 결론적으로 청자가 들을 때 좋게 들리는 데에 정비례하게 일조하는 것은 아니다.

조악한 음질의 MP3 음원은 5 분 짜리 곡 하나에 고작 5 메가바이트가 되지 못 한다.

이 것을 고음질, 24비트 192KHz 고음질과 비교해서 들려 주면, 이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장담한다.

나도 오디오파일로써 꾸준히 비교해 들어 보고, 이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한 10 곡을 비교해서 들려 주면, 5 곡도 맞추기 쉽지 않다.

그 정도로 정보량이란 개념은 수치적으로 큰 차이를 보일 지라도, 실제로 청자가 체감하는 데는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마스터링을 얼마나 잘 하냐, 애초에 녹음을 얼마나 좋은 장비와 좋은 환경에서 잘 하느냐가 음질을 크게 좌우하게 되고, 이를 근간으로 해서 어떤 고음질 매체, 예를 들어 고음질 스트리밍 음원이나, SACD에 담느냐는 그 다음이 되는 것이다.

제 아무리 24비트 192KHz 음질로 뽑아 낸다 한들, 처음 녹음과 마스터링이 조악한 것을 고음질로 변환한다 한들, 원본 불편의 법칙으로 좋게 들리는 데 한계가 있을 뿐이다.


단순 비교를 하면 CD보다 LP가 좋은 것은 사실이고,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원본에 가까운 것도 LP가 유리한 것은 사실인데, 이는 단순 가정에 의한 비교인 것이고, 마스터링을 잘 한 CD를 그렇지 않은 LP와 비교하면, 오히려 CD가 깨끗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들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 다 마스터링을 잘 한 LP와 CD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LP가 더 나을 것이고.

LP가 푸근하고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풍부한 정보량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고, 또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훨씬 사실적이고 원본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을 주는 것이다.


CD는 디지털이라 또렷하고 선명한 맛은 있는데, 이는 사실 원본과 살짝 다른, 왜곡이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처럼 정보를 매끈하고 유려하게 표현하지 못 한다.

유연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은 차갑다, 기계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음원과 CD가 또렷해서 해상도가 좋다?

실제 라이브와 CD를 비교해서 들어 보시길 바란다.

실제 라이브 연주와 노래가 CD처럼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리는 지.


원본에 가까운, 자연스러움과 유려함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LP나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오디오를 즐기고, 선명한 해상도나 오디오적 쾌감을 선호하는 분들은 디지털 시스템으로 감상한다.

나는 아날로그가 좋긴 해도, 아날로그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아서 디지털로 구성하였다.

아날로그는 LP를 낱낱히 모아야 하는 것도 쉽지 않고, 매 번 곡을 감상할 때마다 LP를 바꿔 줘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보관을 잘못하게 되면 왜곡도 발생하기 쉽고.

현 오디오 기술이 이제 디지털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편의성 면에서 아날로그는 도저히 디지털을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낙후돼 있다.


쓰다 보니 상당히 길어 지게 됐는데, 단순 비교를 하면 CD보다 LP가 월등히 낫고, 녹음 및 마스터링을 얼마나 잘 한 음반이냐에 따라, CD라도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정보량의 풍성함 면에서 부족할 지라도, 오히려 포괄적으로 CD가 낫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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