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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29. 2023

더울 수록 체온 관리에 주의해야

한 10 년 사이, 이처럼 더웠던 날이 있던가, 기억 나지 않는다.

이 번 여름은 정말 덥다.


나는 추위를 타는 편이고,  더위는 잘 타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곳도 큰 산에 둘러 싸인 곳이라, 여름에는 그래도 제법 선선한 편이다.

에어컨이 전혀 필요 없고, 선풍기도 아주 더울 때 간간히 켰다.

그런 탓에, 여태까지 한여름 무더위는 스리슬쩍 지나 갔다.

올 해는 좀 다르다.

며칠 전에도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서 창문을 열어 놓고 잤다.

시원하다고 소문난 이 시골도 이럴 진데, 다른 지역은 거의 아비규환이었다.


이렇게 기온이 극도로 더울 때 체온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에어컨을 가까이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인체는 피부가 느끼는 열과 안의 오장육부가 느끼는 열이 다르다.


글쎄, 나만 그러는 지 몰라도, 나는 더울 때 차가운 물이나 음식을 많이 먹을 때마다 오히려 재채기가 나오고, 살짝 오한을 느낀다.

더운 건 맞는데, 이 더위가 피부가 느끼는 것인 지, 속이 느끼는 것인 지를 구분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한 번 시원하게 미지근한 물로 씻고 나서 더위를 느끼지 못 한다면, 이는 겉에서 느끼는 열이다.

시원하게 씻고 나면, 갈증이 나지도 않고, 더위도 느껴 지지 않는다.

그대로가 딱 좋다.

이럴 때 차가운 음식을 넣어서 속을 냉랭하게 만들면, 복통, 설사를 하거나 도리어 더위 속에 오한을 느끼며 감기 증세를 보인다.

반드시 주의를 해야 한다.


속에서 열을 느낀다고 하면, 이 때는 찬 음식으로 적당히 속을 식혀 주면 좋다.

갈증을 느끼거나, 속이 뜨겁다고 느낄 때면.

역으로, 이럴 때 찬 물로 씻는다던 지, 에어컨 바람을 많이 쏘이면, 마찬가지로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잘 분간해야 건강하게 여름을 지낼 수 있는데, 사실 나 조차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에어컨이라는 현대의 걸작 발명품으로 인해, 도리어 우리는 여름을 슬기롭게 지내기 어렵게 되었다.

내 집이라면 모를까, 공공기관이나 대중교통에서는 냉기가 너무 강해서 오히려 여름에 한기를 느끼거나,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는 면역력의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고로, 외출할 때는 여름에도 얕은 자켓 하나 쯤은 준비하는 게 좋다.


'이열치열'이란 단어는 우리 민족 밖에 없다.

그 원리가 무엇일까?

더울 때 더욱 덥게 해서 극점에 이르면, 오히려 열기가 몸 밖으로 배출되어 시원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때 신체는 한여름에도 더위를 타지도, 추위를 타지도 않는, 이상적인 체온에 도달하게 된다.

지혜로운 선조들은 이러한 원리를 알았기에, 더운 여름일 수록 차가운 것을 삼가고, 도리어 뜨거운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더위에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나는 이열치열의 효과를 제대로 느낀 적이 있었는데, 조금 적어 보겠다.

한 10 년 전이 되어 간다.

그 때 나는 어떤 수련 단체에서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에어컨은 전혀 없었고, 함께 수련하던 도반들은 전부 땀에 흠뻑 젖어 수련을 했다.

누구도 예외없이.

땀을 어찌나 흘렸는 지 도복이 다 젖었는데, 수련을 마치고 밖에 나올 때는 오히려 더위가 전혀 느껴 지지 않았고, 아주 딱 좋은 느낌이었다.

정신도 오히려 맑아 지고, 더워서 안절부절하는 것도 없이 심적으로도 평정심을 찾았다.


더울 때는 더위를 피한다기 보다, 적당히 더위에 적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 더워서 내가 평정심을 잃는다고 느끼거나, 갈증이 나면, 일단은 시원한 이온 음료나, 에어컨, 선풍기를 '적당히' 쏘이는 것도 충분히 좋다.

'적당히'의 기준이란, 내가 일단 평정심을 찾았다고 느낄 때, 갈증이 조금 가셨다고 느낄 때까지.


여름에 너무 과도하게 에어컨이나, 차가운 것에 의존하게 되면, 우리 인체 면역력이 더위에 적응하지 못 하고 약해 진다.

그럴 수록 더욱 다음 여름에 적응하지 못 해서 또 차가운 것에 의존, 다시 면역력 약화, 계속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실, 써 놓기는 그럴싸하게 써 놨지만, 내가 의지가 있다고 해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공용으로 쓰는 에어컨을 내 개인이 어찌 하기는 쉽지 않으니.

환경에 따라, 개인의 건강 상태나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고려되어야 하지, 모두가 일률적인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급적 차가운 것은 적정 선에서 자중하고, 외출 시 얕은 옷을 한 장 준비하라는 방책을 언급한 것이다.


더위에는 더위에 적응할 줄 아는 지혜로운 방법으로 내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 폭염의 한복판을 살아 가는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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