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Aug 12. 2023

Gidon Kremer -

3 Sonata e 3 Partite Per Violin Solo

기돈 크레메르에 대해 누군 지 전혀 몰랐고, 다분히 고음질 SHM SACD로 출시되어서 들어 봤다.

특이하게도 북구 쪽 라트비아 출신이란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곡은 바흐 작품 중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불후의 걸작으로,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레퍼토리로 빠질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돈은 과연 어떤 감성으로 연주할 지 궁금했는데.

쭉 듣고 나서, 아니 한 50% 듣고 나서 결론을 내렸다.


"못 한다."


본인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바흐의 작품에 깊이 교감해서 하는 연주는 아닌 듯 하다.

바흐의 대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매 프레이즈를 다 이렇게 하기란 사실 정상급 연주자도 어려운 일이긴 하다만.

연주가 군데군데 엉성한 느낌이 들고, 건성으로 프레이즈를 흘려 버리는 인상을 받았다.

좋은 연주가 아니었다.


내가 제대로 된 평을 하는 것인 지, 그의 연주 모습은 어떤지 동영상을 통해 다시 봤다.

마찬가지였다.

엉성한 연주는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는 폼에서도 드러 났다.


기돈의 이 앨범이 발매 당시 충격을 줬다고?

극찬받은 앨범이라고?

글쎄, 누가 쓴 평론인 지 모르겠다만, 앨범에 대해 극찬하는 내용이었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은 널리고 널렸다.

그 중에서 여러 기라성같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좋은 연주를 접할 기회는 많다.

그 안에서도 냉정한 평가를 하게 되면,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격이 나뉘어 지고, 누가 바흐의 깊이를 자아 낼 수 있는 연주자인 지 판가름이 나게 된다.

내가 그저 그렇게 딱히 인상적이라고도 느끼지 못 했던,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보다 별로였다.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던 이작 펄만도 딱딱한 연주라서 호평을 못 했는데, 기돈은 그보다도 못 했다.


내가 명연주라 인정하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은 정경화, 요한나 마르치, 딱 둘 뿐이다.

정경화는 거장의 무게가 느껴 지는 중후하고 강렬함이, 요한나 마르치는 균일하면서도 우아한 연주를 들려 줬다.


글을 마치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은 아무나 연주할 수 있고, 실제로 아무나 연주하고 있지만, 바흐의 심오함은 아무나 제대로 자아 낼 수 없는 곡이란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체르노프 케이블 총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