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히 총평이라 쓰기엔 섣부른 감은 있다.
아직, 체르노프 케이블 최상급 '얼티밋'을 써 보지 않았으므로.
내가 부여하는 총평이란 의미는, 그래도 체르노프를 하급 스페셜부터 클래식, 레퍼런스, 유토피아를 USB, 파워, 스피커, RCA를 두루 써 본 평가이다.
현재도 그렇게 쓰고 있고.
내가 평하는 체르노프의 장점은 이렇다.
많은 분들이 체르노프 케이블로 교체하면서 바로 체감하는 것이 출력의 증가, 해상도의 상승일 것이다.
나는 그보다 체르노프가 소리의 '비트 뎁스'를 잘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트 뎁스란, 소리의 강약 구분인데, 오디오의 입체감을 표현하는 요소 중에 음장감, 스테이징을 들 수 있는데, 의외로 이 비트 뎁스란 개념도 중요하다.
어떤 음악이든지 악기나 창법에 따라 소리의 강약은 있게 마련이다.
좋은 오디오는 이 소리의 강약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해야 한다.
내가 체르노프 케이블을 쓴 지 한 3 년 돼서야 이 걸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게 된 것이다.
그 전에도 조금 씩은 느꼈지만, 잘 모르고 흘려 버렸다.
체르노프 클래식, 스페셜 시리즈는 이 장점이 두드러 지지 않고, 레퍼런스는 돼야 본격적으로 이 강점이 드러 나기 시작한다.
내가 이보다 더 비싼 케이블을 쓰고 있는데, 순도는 체르노프보다 더욱 좋다.
그럼에도 이 비트 뎁스를 잘 표현하지 못 하고 밋밋하다고 느꼈다.
그런 면에서 참으로 기특하다.
체르노프는 독보적인 BRC 이론으로 정련된 구리를 도체를 쓰는데, 일정 부분 선명한 해상도를 보장하는 것은 맞다.
나 역시도 고작 중고가 8만 원에 불과한 체르노프 클래식 USB 케이블을 바꾸고 나서 소리의 디테일 사는 것을 보고 참 놀랐었다.
그 전에는 와이어월드 스타라이트를 쓰고 있었고, 그것은 은도금 동선이었다.
그 후부터 와이어월드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싹 팔아 치워서 아주 속이 후련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체르노프 케이블을 하나하나 씩 채우고 있었는데, 생각만큼 해상도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은연 중에 갖고 있었다.
그러다, 나처럼 체르노프 케이블을 통일시켰음에도 해상도가 오히려 먹먹하다는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고, 체르노프 케이블이 일정 해상도는 가지고 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에 언급한 체르노프보다 고가의 고순도 케이블은 체르노프보다 해상도의 디테일이 아주 선명하고 낱낱히 느껴 졌기 때문이다.
체르노프가 일정 부분의 불순물은 전도에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이론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솔직히, 구리 안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들고, 감가상각비에 의한 타협선을 본 것을 가지고 마치 미네랄 워터처럼 영양 성분 역할을 한다고 합리화를 한 것에 불과하지 않나, 의구심이 들 뿐이다.
"확실히, 도체의 고순도와 결정 구조는 정설로 따르는 것이 좋은 케이블의 가장 기본 요건이구나."
내가 봐도 그랬다.
초 하이-엔드 급 케이블들, 이를 테면 내가 선망하는 요르마부터 시작해서 스코그란트, 에스쁘리 케이블들은 하나같이 고순도 OCC 결정구조 도체를 기본으로 한다.
요르마는 OCC가 아닌 걸로 알지만, 어쨌든 고순도 동선인 것은 확실하니.
체르노프 얼티밋이라면 모르겠다.
레퍼런스까지는 일반 BRC 도체이고, 얼티밋은 이보다 불순물을 대폭 감소시킨 BRC+ 케이블이니.
그들 스스로도 미네랄 워터니 뭐니 해도, 결국은 불순물은 전도에 도움되지 않는 방증 밖에 더 되나.
그렇지 않고서야 얼티밋 최상급은 특별히 불순물을 더 뺀 도체를 써서 비싸게 팔 이유가 없으니까.
곧, 체르노프 케이블이 일정 부분 해상도를 보장하는 것은 맞지만, 초 하이-엔드보다 해상도는 못 따라 가며, 가격도 그래서 저렴하게 반영된 것일 테다.
그 밖에도 체르노프 케이블의 톤이 많이 밋밋하고 심심한 것은 전부터 꾸준히 찔렀던 약점이었다.
선재가 중립적이고 자기 색깔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 좋은 소리를 만들 기술력이 없어서 아닌가?
요르마는 착색이 있고, 아르젠토나 실텍도 착색이 있다.
그런데, 그 소리가 나쁘다면 과연 호사가들이나 오디오파일들이 비싼 값을 치루고 살 이유가 있나.
착색이 원 소리에 양념을 쳐서 덧칠을 하는 것은 분명 맞다.
허나, 결국 소리란 것이 내가 듣고 싶은 것을 듣는 것이다.
체르노프 소리는 밋밋해도 너무 밋밋하다.
물론, 이런 케이블이 매칭을 덜 타고 타 오디오 기기의 개성을 표현하기엔 좋으니, 서브 개념으로 끼워 주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오디오파일의 능력이랄 수 있겠지만.
디지털 오디오에 있어 반드시 신경써야 할 노이즈 차폐도 생각보다 좋지 못 한 것 같다.
나쁘다기 보단, 요새 하이-엔드 케이블들이 노이즈 필터를 달고 나온 것과 비교했을 때, 노이즈 필터링도 별도 필터 장착 케이블보다 못 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것도 없느니 낫지만, 확실히 상급기와 꾸준히 비교해 가며 느껴 보니, 이 또한 차이가 갈리게 되었다.
노이즈 필터나 차폐에 대해서 조금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필터나 차폐 방식이 너무 소리를 마르게 하거나, 바짝 조이고, 붙들어 컨트롤하는 늬앙스도 지울 수 없으니.
너무 풀어 주자니 소리가 산만해 지는 반면, 차폐나 노이즈 필터가 굉장히 잘 된 케이블을 들었을 때, 소리가 깔끔하고 배경과 소리 분리도는 좋아 지는 반면, 조금은 답답하고 다이나믹스가 축 죽어서 활력이 떨어 지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노이즈 필터와 차폐가 잘 된 케이블을 조금 더 높게 쳐 주고 싶다.
그런 면에서 체르노프는 하이-엔드를 넘보지 못 하는 한계를 보인다.
그리고, 출력이 센 것이 라이브나 쾌활한 음악을 감상할 때 도움이 되지만, 잔잔한 클래식 독주곡이나 발라드를 들을 때는 너무 출력에 과해서 쏜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체르노프 케이블로 도배를 해서 나타 난 결과이다.
이래서 한 브랜드로 통일시키는 좋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는 순간이다.
쓰다 보니 조금은 체르노프에게 가혹한 평을 내린 것은 아닌가, 싶지만.
그 것은 정말 케이블 수천만 원 대 울트라 하이-엔드 케이블과 비교했을 때 그런 것도 감안했으면 한다.
가격은 소리에 정비례할 수 밖에 없다.
제 아무리 거창하고 화려한 레토릭으로 포장을 한들, 결국 청자가 들어서 별로면 외면하게 돼 있고, 값은 팔릴 수 있을 만 한 가격대로 타협하기 위해 자연스레 내려 가게 돼 있는 것이다.
국내에 체르노프가 많이 팔린 것은, "아니, 이 소리를 이 가격에?"라는 파격 마케팅이 십분 먹혔기 때문이다.
나도 그래서 체르노프 케이블로 도배를 한 것이고.
체르노프 케이블은 궁극의 해상도와 독보적 음악성을 표현해 내는 초 하이-엔드 케이블에 근접할 등급은 아니며, 이런 케이블들의 결핍을 매꿔 줄 수 있는 좋은 보완재 내지는, 나처럼 가격 대비 좋은 소리라는 경제적 관념으로 써 볼 수 있는 케이블이라 평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