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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Nov 09. 2023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내가 그 사람의 안 좋은 점을 고쳐 주지 못 할 망정, 내가 그 사람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지 못 하는 것은 생각 못 하고, 그 사람의 약점만 찌르고 있다.

사람은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가는 게 또 사람이다.

내가 그 사람을 더 나은 길로 인도하지 못 한다면, 차라리 함구하라.

너도 어쩌지 못 하고, 나도 어쩌지 못 해서 이러는 것을 왜 그 사람에게만 허울이 있고, 곁에서 돕지도 못 하는 나는 무능의 죄가 없는가.

남의 허울은 보기 쉬워도, 내 허울은 정작 어두운 법이라.


이 세상에 쓸 모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앞으로 쓰일 사람, 더 쓰여야 하는 데 도태되어 더 이상 쓰이지 못 한 사람, 쓰여야 하는 데 쓰일 줄 몰라 못 쓰이는 사람, 천차만별이다.

요긴하게 쓰이는 사람을 기준으로 놓고, 쓰이지 못 하는 사람을 탓해서야 되는가.

이 세상에 자신을 널리 쓰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든지 내 실력을 발휘하고 싶고, 누구든지 내 나래를 펼치고 싶다.

내가 곁에서 그 사람이 쓰이도록 약점을 고쳐 주지 못 한다면, 적어도 안타까움을 같이 하지 못 할 망정,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망발은 거두어야 한다.

그 사람이 쓰이지 못 해 어려워 할 동안, 정작 나는 무얼 했단 말인가.


쓰여야 한다.

모두가 쓰일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 또한 쓰이길 기다리고 있고.

쓰이지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쓰이도록 거듭 도와야 한다.

왜 그 사람이 쓰이지 못 했는 지, 어째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 했는 지, 어째서 타인에게 약점을 비춰서 배척 당하는 지.

같이 고심해 주고, 같이 발목을 묶어 한 몸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그 사람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단점은 교정해 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고쳐 줄 수 없다 해서, 그 사람을 고쳐 쓸 수 없다는 생각이야 말로 고쳐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고칠 수 없다면, 이 세상에 참다운 교육과 가르침을 성립될 수 없다.

내가 그 사람을 고쳐 주지 못 한다면, 그 사람을 고쳐 주지 못 한 내 부족함을 부끄러워 해야 하고, 곁에서 고쳐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 조차 해 주지 못 한다면, 미안하다는 말 조차 할 수 없다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 것이야 말로 내가 그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다.


그 사람을 고쳐 주지 못 한, 정작 내 무능함을 알라.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닌 것이 아니라, 사람이야 말로 사람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동물도 사람을 고치지 못 하고, 사람이 사람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하늘도 어쩌지 못 한다.

사람이 사람을 고치는 것이 교육이고, 최고의 복지이며, 사람이 사람을 참답게 사랑하는 정신이 그 안에 담겨 있다.

내가 사람을 고치지 못 한다면, 나부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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