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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an 09. 2024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지은 멋진 성 속에 살기 원한다.

가짜일 지라도.

내 자신으로 들어 간다는 것은, 그 성은 진짜 성이 아니라, 종이 쪼가리에 프린트된 허상 속에 갇혀 산다는 실상에 부딪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내가 구축한, 구축했다고 믿는 모든 것이 무너 질까 봐.

그 성이 무너 지면, 나는 또 벌거숭이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자신을 돌아 보지 않는 것일 테다.

내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의 끝은, 그 것은 흉측한 괴물이 만들어 놓은 종이 쪼가리 城.

그 성에 그대로 살 수도 있지만, 진짜 성을 찾아 나서기 위해 또 다시 먼 여정을 가야 한다.

종이 성이 아닌, 정말 만져 지는 튼튼한 벽이 있고, 나를 왕처럼 섬겨 주는 백성들이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뭐든 지 얻을 수 있는 그런 城.


그 진짜 성을 찾아 나서는 길은 지도도, 안내자도 없다.

누군가는 길을 알려 준다고 하나, 그 또한 나처럼 가짜 성에 사는 또다른 괴물일 뿐.

그 것이 참길이 아님을 안다.

그래서 결국 가짜 성에 안주한다.

누군가가 길을 밝혀 주길 바라며.

진짜 성을 데려다 줄 구원자.


나는 구원자를 기다리지 않고, 그 성을 찾아 나서기 위해 길을 떠난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나 뿐이 아니다.

쉽게 예를 들면, 석가모니란 사람이 자신의 종이 성을 박차고 떠난 사람이다.

진짜 성을 찾기 위해.

뭐, 유명한 사람이든 아니든, 이 시대에도 서로를 알아 보지 못 할 뿐,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엄밀히는 길이 아니지만, 하여튼 수풀을 헤쳐 나가고 있다.


사실, 단순하다.

그저, 모든 것에 대한 진실이 알고 싶었을 뿐.

그냥 그 하나가 다이다.


내 앞의 사기꾼은 대상이 보이고, 그 사기꾼을 미워할 수도, 여차하면 죽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 안의 사기꾼은 보이지 않아서 미워할 수도, 죽일 수도 없다.

나는 그 사기꾼에게 모르고도 당했고, 비겁하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돌린 채 손을 잡았다.

내 앞의 사기꾼은 현실 속 사기꾼 축에도 못 끼는, 공기와도 같은 사기꾼이 바로 괴물이다.


"근사한 성이야. 이 안에서 살아. 백성들을 지배하면서 조종하고, 세금을 거둬서 매일 같이 진수성찬을 먹어."


"백성들이 힘들게 일할 때 너는 유희를 즐기며 놀아.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자들이야. 힘의 우열로 왕이 백성을 지배하지."


"왕이 먼저 있어야 백성이 존재해. 백성은 나약해서 왕이 없이 살아 갈 수 없지. 백성들이 왕인 너를 찬양하고, 두려워하도록 만들어. 너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어."


"그리고, 이 멋진 城 안에 영원히 머물며 군림해. 이런 세상은 여기 밖에 없어."


백성들이 괴로워하는데 어찌 왕이 그 표정을 보며 행복할 수 있으며, 백성들이 수고로이 피와 땀으로 일군 세금으로 어찌 진수성찬을 들 수 있겠는가.

백성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며 죽어 가는데, 빈 성 속에 어찌 홀로 왕만 있단 말인가.

백성들이 갖다 바치는 진수성찬은 그들의 피와 살점이었으며, 그들이 달콤한 가락으로 부르던 찬양은 고통에 찌든 절규였으며, 영원할 것 같았던 성은 죽음의 백성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나 홀로 남겨 지게 되었다.


"이 건 진짜 城이 아니야. 진수성찬도, 매일같이 벌어 지던 축제도, 나를 찬양하던 노랫 소리도, 전부 가짜였어... 나는 껍데기 왕일 뿐이야..."


진짜 城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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