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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Oct 13. 2024

법학도가 되다

열심히 살아 온 보람이 있다.

어떤 삶의 성공을 쟁취해서가 아니다.

내가 비록 불완전한 삶을 살아 왔다 치더라도, 그 것이 어떤 유의미한 결과물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 것은 어떤 식으로, 어느 만큼의 가치를 형성할 지 몰라도, 어떻게든 세상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비록 날벼락을 맞아 이 자리서 죽는다하더라도, 나는 세상을 긍정하며 살아 왔기에, 그 결과물은 분명 값어치 있다.

누구든 그렇게 살아 왔다면, 나 뿐이 아니고, 그런 분들은 이 세상을 위한 봉사자들이다.

출세한 슈퍼 스타만이 대단한 인생이고, 길가에 밟히는 잡초로 살아 가는 이들의 삶은 값어치가 없다고 치부해선 안 된다.

혹자는 백사장에 무수히 존재하는 모래 알갱이 하나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길가에 채이는 돌맹이 하나는 값어치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의미를 찾지 못 했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작, 법학도가 된 것 자체는 자랑거리도, 대단한 일 따위는 아니지만, 내 삶의 큰 변환점이 되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난 신분적으로 대학에 입학하지 못 했으므로, 사회적으로 법학도라 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건 말건, 난 행정법 공부를 이미 시작했다.

제일 첫 장의 통치행위부터 시작해서, 오늘은 행정법관계까지 진행했다.


분명 법학이 어렵고, 난관이 없진 않다.

독학으로 교재와 인터넷 강의에만 의존해서 공부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성을 느끼고 있다.

막히는 부분에 있어 속시원히 물어 보고 싶어도, 내가 일일히 검색을 통해서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내가 간간히 문제를 맞추고, 진척을 나가고 있는 원동력은, 중학교 때 아주아주 엄한 선생님을 만나 한문 공부를 그런대로 한 바탕이 있고, 평소에 뉴스를 통해 사고하는 힘을 기르고, 글을 쓰는 바탕이 기저에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맛을 봤는데, 그런대로 어렵지 않았다.

무엇이 죄가 되는 지, 그 행위를 죄로 규정짓기까지의 과정, 피의자의 범의가 있었는 지, 수사는 어떻게 개시해서 어떤 절차로 공판이 열리는 등, 형사는 뉴스를 통해 무수히 쏟아 지는 사례에 익숙해 있어,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법학 중에 난이도가 쉬워서인 지, 처음 듣는 형사소송법 강의가 나한테 쏙쏙 박혀 들어 왔다.

글쎄, 벌써부터 김치국부터 마시자면, 어쩌면 검사가 나에게 적성이 맞을 지 모르겠다.

그런데, 형법 특유의 엄혹한 색채는 가급적 멀리하고 싶은 작은 거부감도 공존한다.


지금 내가 공부하는 행정법은 국가가 행정작용을 하는 모든 기관의 헌법, 법률, 명령에 관한 것들이다.

왜 내가 행정법을 공부하게 됐는 지는 나중에 속깊은 얘기를 밝히기로 한다.

살짝만 얘기한다면, 사법, 사회법보다 공법에 상당한 매력을 느낀 점이 크다.

그런데, 행정법이 주로 정부기관이나 권력기관에 관한 것들, 일반 국민으로써 흔히 접하기 어려운 심도있는 행정 절차나, 행정법을 다룬 내용이라, 생소함 때문에 분명 쉽지 않았다.

어제, 오늘만 하더라도, 나는 '공무수탁사인', '경업자소송', '경원자소송'이란 관념이 아예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또, 대법원 판례 중 문장 구조를 뒤집고, 꼬아서 표현하는 것들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괜찮다.

할 만 하다.

단, 끈기와 시간 싸움이다.

모르는 것은 억지로 이해하려고 시간 낭비, 힘 낭비하지 말고, 일단 건너 뛰고 다음 진척을 봐야 한다.

그럼, 당장에 풀리지 않은 것도 나중에 체득된 바탕을 토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행정법 뿐이 아니고, 앞으로 민법, 형법, 각종 절차법 등 공부할 것이 산적하다.

앞으로 법학에 입문한 법학도로써 나의 법 관념, 논리, 사상 등을 꾸준히 게재할 계획이다.

법이 인간사의 만능은 아니지만, 분명 삭막하고 딱딱한 녀석이지만, 꽤 매력적이고 멋진 면들이 많다.

필시,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걸작 중에 하나이다.

법에는 인류가 간절히 갈망하고, 피와 살로 아파하고 희생하며 부르 짖었던 '자유', '평등', '권리', '정의', '민주주의'가 담겨 있다, 아니, 그 결정체이다.


나는 인류의 피로 이룬 법이란 대해에, 인류의 뼈와 살로 쌓은 거대한 법이란 산맥에 투신해 버렸다.

아무도 나를 오라고 부르지 않았고, 지금이라도 내가 다시 이 紅海와 骨山을 등뒤로 하고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시 법학도란 엉뚱한 샛길을 뒤로 하고 다시 회귀해야 할 당위성 또한 찾지 못 했다.

나는 계속 이 길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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