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 배상) 제1항,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이다.
나는 오늘 민사소송 조정 절차에 응하고 돌아 왔다.
소위 말하는 ‘위자료 청구’ 소송이었으며, 사건은 이러했다.
올 년초에 벌어진 일인데, 중고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판매자인데, 구매자가 물건 상태에 불만을 품고 모멸적 표현, 인신공격을 한 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일단 참고, "이런 표현은 아닌 것 같다."고 대화의 취지로 이끌어 가려고 했으나, 상대방은 일말의 대꾸도 하지 않고, 과한 표현을 고집하였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번개장터란 곳인데, 해당 채팅을 신고하니까 제재는 해주더라.
그래도 모멸감의 응어리, 억울함은 풀리지 않았다.
희박할 걸 알았지만, 경찰서에 모욕죄로 진정서를 넣어 봤다.
당연히 공연성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각하가 되었다.
그냥, 살다 보면 저런 사람도 있으니, 그냥 받아 들이고 끝내자며 관뒀다.
문제는, 그로부터 약 한 달 무렵이 지난 후, 그 구매자가 나를 더치트란 사이트에 등록을 시도한 것이다.
화가 잔뜩 났고, 조금 무섭기도 했다.
내가 거래 당시에 내 연락처와 주소, 계좌번호, 이름을 공개하였는데, 그 것을 악용하려 등록 시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든 생각은, '상대방이 내 개인정보를 알고 있고, 상대방은 나에 대한 적대감이 가득한데, 이 걸로 끝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내 개인정보를 악용한 제 2, 제 3의 괴롭힘을 꼼짝없이 당해야 하나.'였다.
문제는 소송이었다.
형사 고소가 각하된 것으로 기인해, 민사소송도 그 당위성을 역설하기가 힘들어 졌다.
상대방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면, 민사소송은 승소하기가 매우 쉽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찾아가 상담도 받았다.
형사 고소가 각하된 것 자체가 민사소송도 전혀 승소하지 못 한다고 직결되지는 않으므로, 그래도 한 번 해 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인터넷에 돌고도는, 남이 써 놓은 소장 서식을 허술하게 본따서 주먹구구 식으로 소장을 써서 법원에 제출하게 된 것이다.
소송 시작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파악한 상대방 주소지로 소장부본이 도저히 송달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하나만으로 거의 근 반 년이나 걸렸다.
계속된 사실조회 신청, 금융거래정보 제공명령 신청의 반복, "어렵사리 시작한 소송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비관.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피고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 냈고, 초본을 발급한 결과, 뜻 밖에도 내가 파악한 주소지와 피고의 전입주소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결국 초본 상 주소지로 피고에게 송달은 이뤄졌고, 마침내 기일이 잡혔다.
그 동안에 새롭게 법공부를 시작했으니, 법조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인들보다 기초적인 법률지식은 그래도 있는, 아마추어가 되어 버렸다.
지우고 다시 새로 넣고, 불필요한 것은 빼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작성한 준비서면 쪽 수가 20 쪽이 넘어 버렸다.
민법 제750조, 제751조의 제1항을 손해 배상의 근거로 내세웠고, 왜 이 소를 제기했는 지, 피고의 인신공격 행위가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며, 피고를 형사 처벌도 하지 못 해 억울한 나머지, 부득이 민사소송으로나마 인격적 회복을 얻고자 하는 것이지, 금전적 배상을 받는다 할 지라도 그 액수가 미약하므로, 아무런 실익이 없다, 다만 법원이 국가로써 저 같은 억울한 사람을 구제한다는 심산으로 승소 판결을 내려 달라고 역설하였다.
피고는 답변서를 제출하였는데, 줄곧 나를 '사기꾼', '주도면밀하게 괴롭힌다.', '용의주도하게 증거를 인멸했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썼더라.
피고 입장에서 항변하는 것은 당연히 받아 들인다.
다만, 이런 감정적이고 사실이 아닌, 내가 사기를 쳐서 형서처벌을 받지 않았음에도 '사기꾼'으로 여러 차례 적시한 것은 분명 지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여, 청구금액을 올려 버렸다.
피고는 그 후 잠잠하다가, 조정 기일인 오늘 바로 전날, 준비서면을 부랴부랴 제출했다.
당연히 나는 피고의 준비서면을 받지 못 했으므로, 내 주장을 반박을 하고자 함인 지, 일부라도 승복하고자 함인 지, 알 도리가 없다.
어쨌든 조정 기일은 성립되었으므로, 준비를 하고 법원에 출석하였다.
제대로 된 민사소송은 처음이다.
그 전에도 한 번 있기는 했지만, 거의 그 것은 '법원 체험'에 불과했다.
지금도 정식 재판은 아니고, 말 그대로 '조정'이었다.
조정위원 두 분이 오셔서 조정을 진행하는데, 거의 형식이 없이 프리하게 '서로 좋게좋게 가자.'는 식이었다.
감정적인 부분이라 사과하면 될 일이고, 금액도 워낙 소액이기도 하니, 복잡하게 재판으로 가면 서로 피해가 크니, 조정으로 해결하자는 쪽으로 유도했다.
"피고는 욕설한 것에 대해 사과하실 용의가 있으신가요."
"아... 네..."
"원고 분도 심정은 이해해요. 피고가 사과한다고 하시니, 일부 금액 좀 빼 주시죠."
"사과한다는 전제 하에서, 청구 금액의 30%를 양보하겠습니다."
조정위원이 묻기를, "소송 비용은 어떻게?"
"당연히 소송비용은 피고의 귀책사유이니, 그 건 전액 피고가 부담해야죠."
"그 건 안 돼요.", 조정조서를 내밀며, "여기에 보면, '소송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라고 나와 있어요."
나는 청구금액을 양보했는데, 소송 유발의 귀책사유가 되는 소송비용을 일부라도 나도 부담하라니, 나는 소액이지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무튼, 피고는 허무하게도 사과 의사를 너무도 쉽게 밝혔고, 나로썬 내키지 않는 조정의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내보내고 피고를 설득하는 등, 피고를 내보내고 나를 설득하는 등, 아무튼 생각보다 조정위원의 리드가 강하게 작용했다.
사실, 준비서면을 통해 밝히길, 피고가 답변서를 통해 내 주장을 전부 반박했으며, 내 모든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청구했는데, 과연 조정이 되겠느냐는 식의 비관을 밝혔다.
피고의 답변서는 완전 정면 대응, 싸우자는 식이었지, 양보의 취지는 아니었다.
일부 반성한다는 표현은 있으나, 그 것은 판사를 향한 표현이었지, 나에게 한 사과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원고인 내 청구금액의 일부는 양보했어야 했다.
그러나, 피고는 내 모든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했으며, 나를 '사기꾼'으로 매도하기까지 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준비서면에 2심, 3심을 가더라도 끝까지 법리적으로 다투길 원했지, 조정은 내키지 않았었다.
"청구금액의 30%, 소송비용의 30% 양보, 더 이상은 안 됩니다."
"피고가 나이가 조금 어려서 그런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그럼 재판하겠습니다. 사람의 인격을 가지고 자꾸 금액으로 타협을 보려고 하면 안 되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와 피고를 번갈아 가며 내보내고, 들여 보내기를 반복, 피고는 최종 금액의 절충을 받아 들였다.
조정위원이 나한테 조정조서를 내민다.
"그럼 여기에 서명을..."
"피고, 사과문 쓰실 건가요?"
"사과문이요?... 피고가 사과한다고 했으니, 그 거야 구두로 하면 되죠."
"아니죠, 제대로 된 문서로 해야 효력이 있죠. 제가 그랬잖아요, 사과하신다는 전제 하에 금액을 양보한다고요."
잠깐 분위기가 가라 앉는다.
"모든 내용을 다 쓰라고 하지는 않아요. 다만, 핵심적인 사건, 피고가 저한테 욕설하신 것, 그리고 더치트 등록 시도하신 것, 그리고 답변서를 통해 제가 '사기를 쳤다.'고 하신 부분, 피고께서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네요."
피고가 잠깐 머뭇거리지만, 이내 사과문을 쓰기 시작한다.
내가 지적한다.
"위에 사건번호 넣어 주세요."
"아..."
피고가 서툴게 사과문을 쓰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묘한 생각이 교차했다.
채팅이나 답변서로는 아주 나를 야멸차게 공격하고, 경멸감, 모독감까지 주었다.
오늘 조정실에서 만난 피고의 모습은, 정말 그야말로 내성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남성이었다.
조정위원이 어리다고 했으나, 실제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이런 재판 경험은 없는 모양인 지, 내가 이를 갈고 제출한 20 쪽 짜리 준비 서면과 추가 증거를 보고서 소송의지를 잃은 건 지, 나는 피고의 심경을 알 도리가 없다.
피고 입장에서 할 말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었으며, 내가 소를 제기했다고 하나, 나 역시도 일말의 잘못이 전혀 없이 깨끗하다고는 못 한다.
다만, 피고가 물건 구매자로써 항변을 하는 부분까지는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으나, 다짜고짜 모욕감을 주는 표현까지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다분하고도 다분히 감정적인 것이었다.
피고가 과한 표현 없이 평범하게 따졌으면, 내가 죄송하다고 사과할 부분이 있으며, 일부 과실 책임을 질 각오까지 있었다.
허나, 평범한 욕설도 아니고, 인격적인 부분까지 건드리는 수위의 표현을 들어 가면서까지 대응할 필요성은 못 느꼈다.
나는 욕 한 마디 섞지 않았다.
대신, 참고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이 여기에 이른 것이다.
나도 같이 욕을 섞으면, 같이 싸우면, 쌍방과실로 되어 버리게 되고, 나는 법원으로부터 "너도 똑같은 놈." 취급을 받게 되어 버린다.
아무튼, 이렇게 평범한 30대 중년의 남성의 숨겨진 내면이랄까, 참으로 상반된 모습에 묘한 심정마저 들어 버렸다.
평범한 정도도 아니고, 막상 조정에 나와서는 제대로 된 주장을 시원스레 표현하지도 못 했으며, 그 자리에서 본인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 판단 조차 서지 못 한 모습이었다.
나는 조정 내내, 피고로부터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는 말 밖에 듣질 못 했다.
"지장 찍으소."
조정위원이 흠칫 놀란다.
"지, 지장?"
조정위원이 인주를 찾아 피고 앞에 놓는다.
세 가지 항목에 대해 '죄송하다.'는 내용을 피고가 자필로 썼으며, 하단에 본인의 이름과 똑같은 서명까지 하였으나, 나는 지장까지 요구하였다.
나는 조금 흡족치 않은 표정으로 피고의 사과문 제목이 없는 사과문을 건내 받았다.
이윽고, 피고가 나에게 계좌번호를 물어 보았고, 금액은 바로 들어 왔다.
조정위원이 나에게도 약속한 문서 작성을 요구한다.
그 것은, 내가 사과문을 요구할 때, "나도 피고에게 금액을 받은 후에 추가적인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일종의 양해 각서였다.
'원고는 피고의 사과를 받고, 이에 대한 금원까지 받았으므로, 추후에 이와 관련한 소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받으소."
나는 각서에 지장을 찍은 후, 조정위원이 건내준 휴지로 엄지를 닦아 냈다.
조정으로 합의를 하는 대신에, 서로 간에 사과문과 각서를 주고 받음으로써 향후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속시원하고 완벽하게 상호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안심하게헤어 지자는 취지로 제안했다.
피고는 나에게 사과문을, 나는 피고에게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 등이 그 것이었다.
조정위원은 내가 "꼼꼼하다."고 하며, 아무튼 내가 내건 조건, 사과문에다 지장까지 요구해서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사실, 나는 완전히 정식 재판에 초점을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전면전을 하러 나온 각오였는데, 나는 김이 많이 빠졌다.
이 정도 금액 양보해 주고, 제대로 된 지연이자도 내가 생각을 못 해서 못 챙기고, 피고가 사과라고는 하나, 마지 못 해 재판받기 싫어서 억지로 절 받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사과문도, 지장도, 영 시원치 않았다.
조정위원은 완성된 조정조서를 챙기면서 일행을 법정으로 안내했다.
법정에는 이미 여법관 분이 자리해 계셨다.
"어떻게, 잘 해결되셨어요?"
"예,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판사는 조정조서를 검토하더니, 명령을 낭독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조정금액을 배상한다.", "피고, 언제까지 배상하실 건가요?"
내가 답한다.
"이미 다 받았습니다."
"아, 다 받으셨어요?"
판사는 더 할 말이 없는 지, 우릴 모두 내보냈다.
나는 판사에게 고개를 숙인 후 일행들과 함께 밖을 나왔고, 어쨌든 가장 핵심적인 피고의 사과를 형식적으로나마 받아 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법원 입구에서 헤어 지는 와중에 내가 피고에게 악수를 건넸고, 피고는 뜻 밖이었는 지, 잠깐 내 손을 잡자마자 떼는 식으로 악수에 응했다.
글쎄, 피고도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고, 그래서 내 악수가 영 내키지 않았던 것일까.
악수에서 그런 느낌도 느꼈다.
사실, 나에게는 이 재판에 피고보다는 국가기관인 사법부에 더 초점을 두었다.
피고가 사과할 기색은 전혀 없었고, 나는 준비서면에 국가기관이 나같이 인신공격을 받고도 형사 고소도 못 해서 억울한 사람을 민사소송을 통해서라도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까.
나에게 주된 피고는 실질적으로 '법원'이었지, 피고는 그 다음이었다.
그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피해자임을 인정받고, 그 판결서를 권원으로 해서 국회에 입법 청원을 하려던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
그래서 정식 재판에서 판사 앞에 치열하게 법리를 다투고, 상호 논박하는 것을 기대했었는데, 많이 아쉽다.
"저 하나만 구제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상대방으로부터 모욕적 발언을 들어도, 공연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가는 법을 통해서 이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잠정적, 실체적 피해자들을 형법을 통해 예방하고 구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법적 판결을 받아서 권원을 행사할 수 있는 정식 재판이 더 중요했지, 약식 절차인 조정은 달가워 하지 않았다.
해당 판결서를 근거로 해서 국회에 경범죄 처벌법으로 공연성이 없는 인신공격, 인격 훼손도 처벌해 달라고 청원을 하겠다고 이미 준비서면을 통해 밝혔고, 실제 실행할 것이다.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정말 아무 것도 안 된다.
물론,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이 입법을 청원한다고 해서, 내가 법조인이나 유명인이나, 어떤 단체라면 또 모를까, 국민 개인의 작은 목소리를 국회가 들어 줄 이유가 희박하니까.
어처구니 없겠지만, 정말 최악으로 국회가 내 목소리를 외면하면, 국회가 공권력 불행사의 이유를 들어, 헌법소원까지 각오하고 있다.
"나 억울해요. 법으로 저렇게 말 함부로 하는 사람들, 법을 만들어서 처벌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국회가 아무런 이유도 말하지 않고, 일도 안 하고 외면해요. 헌법에는 국가기관이 공권력의 행사, 불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받으면 헌법재판소가 구제해 준다고 나와 있어요. 그러니까, '공권력을 불행사'하는 국회를 일하라고 명령해 주세요."
글쎄, 그럴 일은 매우 희박할 것이다.
일단, 입법 청원 자체가 매우 쉽지 않고, 그래, 청원을 받아 들인다고 치자.
법률가들이 결격사유는 없는 지, 인권침해 요소는 없는 지, 위헌요소는 없는 지, 철저히 심사해야 하고, 우여곡절 끝에 통과가 돼도 대통령이 재가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공포하고 나서 일정 기간 후에 신법으로 효력이 발생된다.
지금 정치 국면이 극도로 혼돈스럽기 때문에, 이런 미약한 법안은 분명 폐기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국가에 청원을 하는 데 의의를 두고, 청원을 해 보련다.
아까만 해도 법관 출신 어느 국회의원 사무실에 직접 전화하였는데, 때가 때인 지라 전화를 아무도 안 받더라.
점심을 먹고, 빵집에 고구마 케이크와 롤 케이크 두 개를 사서 법원에 들고 갔다.
고구마 케이크는 내가 소송 때문에 자주 만났던 주사 님한테 드리려는 심산이었고, 롤 케이크 하나는 여법관 님께, 나머지는 옆에 일하는 등기 직원에게 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주사 님이 부담스러우신 지, 한사코 선물을 거절하시더라.
아무래도 사건 당사자에게 선물을 받는 것이, 추후에 어떤 당사자 편을 든 것일 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시각이 불편해서일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용 면에서 승소였고, 이를 공치사하기 위해 다시 법원에 찾아 갔던 것이다.
선물을 거절한 것은 서운한 감은 있지만, 다시 들고 나왔다.
이 번 년초에 발생했으니, 거의 사건 발생 만 1 년이 되어 간다.
나는 이렇게 법공부를 실전적으로 하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민법 제750조, 제751조를 아주 뼈저리게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허나, 다음부터는 이런 가혹한 식의 체득형 공부법은 겪고 싶지 않다.
나 역시도 실수한 부분이 있다.
나는 사과문도 받고, 돈도 받아 내면서 형식적으로 승소한 셈이 되었지만, 피고에게 내 작은 과실에 대한 사과를 하지 못 한 것은 못내 아쉬움이 크다.
내가 비록 인격 훼손을 당했지만, 그 것만 아니었으면 피고도 조금은 할 말은 있는 소송이었다.
그런 면에서 뒤가 깔끔한 결말도 아니다.
어쨌든, 오늘은 내 일생일대에 제대로 겪어 본 첫 민사소송이었다.
해당 사건번호는 절대 잊지 못 하게 각인될 것이며, 피고는 어떨런 지 모르겠지만, 피고에게도 인생의 뼈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또, 앞으로 법학도의 길을 걷는 나에게 '민법 제750조', '민법 제751조'는 절대 잊힐 수 없는 조문으로 뼈에 새기게 될 것이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 배상)
제1항,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