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총칙, 초독 완료

by 속선

살면서 법학을 공부하게 될 줄 전혀 예상치 못 했다.

어찌어찌 살다 보니, 어떻게 법과 인연이 되었더라.


법 중의 가장 보편, 일반법이랄 수 있는 민법.

그 중에서도 공인중개사도 공부하는 총칙 편을 오늘 교재 초독 완료하였다.

교재 첫 장부터 마지막 기출 문제까지 다 풀고 책을 덮는 순간, 참 뿌듯함이 밀려 오더라.

몇 달 걸렸다.

기출 문제를 푼 점수는 본이 아니게 정답을 컨닝하게 된 것을 포함하여 약 80 점이 넘었다.

부득불 컨닝한 문제가 몇 개 틀릴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평균 70 점 정도 되는 듯 하다.

시험 합격의 안정권이다.


비록 초독이지만, 민법 총칙을 공부한 소감을 몇 자 적자면.

분명 일반인이 덤비기 쉬운 학문은 아니었다.

전문적인 법률 용어를 이해한다는 전제 하에 문제를 내는데, 그 용어가 무슨 권리인 지, 당사자가 어떤 계약 상황이나 권리 상황에 놓인 지를 이해하지 못 하기 때문에, 문제를 이해하지 못 한 상태에서 틀려 가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

그렇게 기습적으로 불쑥 튀어 나오는 어려운 법률 용어들이 애를 먹였다.


둘 째는, 비슷비슷한 용어나 관념들을 하나하나 구분해야 한다는 것.

어떤 경우에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 가능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제3자가 악의라도 대항하지 못 한다, 뭐 이런 것.

뚜렷하게 구별되는 관념에 대해 특징을 이해하기 쉬운 반면, 오히려 수풀 속 카멜레온처럼 비슷한 관념들끼리의 특징을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게 작용했다.


셋 째는, 판례는 어떤 경우에 보편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 예외적인 판례를 제시하기도 한다.


"어? 분명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맞는데? 확실한 건데?"


'단,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았을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하다.', '계약이 보편적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무효로 한다.'


표면적 암기로는 민법을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 한다.

민법 기저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민법의 정신, 가치 등을 이해해야 민법 공부를 성공할 수 있다.

어쨌건, 민법을 공부하면서 이런 난관들이 있었다.

그런데, 초독임에도 준수한 성적을 낸 것을 보면, 그렇게 벽을 느낄 정도의 학문은 아니었다고도 느꼈다.

글쎄, 다시 시험을 보라고 하면 이보다 더 좋지 않은 점수가 나올 수 있겠지만, 아직 나에게는 재독을 할 시간이 있음에 다행을 느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 쯤은 헌법의 기초와 민법 총칙의 통칙과 제3조까지는 보편적으로 배운다면, 교양 차원에서 참 유익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법 제1조: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에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


민법 제2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민법 제3조: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난 처음에 민법을 사법이라 하여 그다지 좋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민법이야 말로 보편성을 띈, 헌법에 가장 가까운 법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이 살아 가면서 영위하는 권리와 의무의 상관관계,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인정되는 권리의 한도 내에서의 자유, 그 권리를 득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의무 등.

아직 다른 법률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민법을 기초로 해서 형법, 행정법, 상법, 노동법, 여러 가지 법률이 성립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민법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위상이 그만큼 상당하다.

공부를 해 보니, 그 진가를 알겠더라.


민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조문을 딱 꼽자면, 역시 제2조와 제3조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1조도 민법의 첫 머리로써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이 것은 민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기술적 접근'이라 봐야 함이 상당하고, 제2조와 제3조는 민법 전체를 관통하고, 다른 공법, 사법까지도 관통한다는 점에서 매우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민법 교재 초독을 완료해서 좋은 점수가 나온 것에 의미를 둘 필요 없다.

앞으로 시험은 무수히 본다.

중요한 것은, 여러 법률 중의 가장 일반법인 민법의 핵심을, 그 첫 번째 봉우리를 넘어 섰다는 것, 그래서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수확으로 자축하는 것이다.

공부는 '사기'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진도를 쭉쭉 나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부가 그렇게 고역이고 괴로울 수가 없다.


어쨌든, 오늘 민법 총칙 교재를 책꽂이에 넣어 두고, 다음 교재를 펼쳤다.

매거진의 이전글윤석열 대통령 체포의 당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