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저에 있는 원칙을 따진다면, 어떤 정부기관이 됐든, 기탄 없이 임명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기관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 권한대행이 즉각 임명하는 것이 맞긴 맞다.
워낙 전례가 없는 정치적 사태까지 벌어지니, 법률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단순한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이에 관해, 법공부를 그래도 조금이나마 한 내 견해를 밝혀 본다면.
지금 국회와 행정부의 최 권한대행과 충돌하고 있는 쟁점은, 국회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한 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권한대행이 임명을 해야 하느냐, 거부할 권한이 있느냐에 있다.
글쎄, 난 거부할 수 있다고 본다.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으로써, 고유한 대통령의 권한을 전속적으로 수여받았다고 본다.
헌법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만일, 정식 대통령이 아닌 이유로 권한대행이 대통령 고유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면, 이로 인해 국정공백과 마비의 여파는 상당할 것이며, 정파적으로 악용될 여지 또한 다분하다.
그러므로, 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을 그대로 수여받았으며, 이에 대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재량권 또한 있다고 본다.
재량권이란 것은, 최 권한대행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권한 범위를 일컫는다.
그 이유는 이와 같다.
헌법 제111조 제2항,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 제111조 제3항, '제2항의 재판관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여기서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라는 표현이 있으며, "대통령이 '임명'한다."라는 표현이 적시돼 있다.
만일, 대통령과 권한대행이 무조건적으로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해야 한다라고 한다면, 그냥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국회에서 '임명'하면 되지, 왜 굳이 번거로운 절차로 대통령에게 임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까?
또, 국회에서 '선출'이라는 표현이 있다.
'임명'이 아니고, '선출'이다.
이는 뭘 의미하냐?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전속적으로 '임명'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선출'까지는 국회의 권한이지만, '임명'의 권한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의 권한인 것이다.
즉,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선출'할 수 있어도, 이에 대해 대통령과 권한대행에 대해 '임명'하라고 강요할 강제성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전개에 따라 최상목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궐위에 의해 권한을 전속적으로 수여받은 자이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재량권 또한 존재한다고 본다.
행정법을 공부하면, '기속행위'와 '재량행위'가 나온다.
기속행위란, 업무를 처리할 공직자가 반드시 민원이나 지시에 따라 작위, 부작위를 판단할 여지가 없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쉽게 표현하자면 '기계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라고 볼 수 있다.
민원인이 구청이나 면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 달라고 하는 민원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저희가 심도있게 판단해서 결정할 게요."라고 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판단의 여지가 없이, 그냥 바로 발급해 주는 것이, 이 '기속행위'인 것이다.
'재량행위'란 것은, 담당 공무원이 민원을 이행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시점까지 이행할 것인 지, 또 이에 대해 허가할 것인 지, 반려할 것인 지를 판단할 수 있는 여지, 작위, 부작위의 재량권의 범위가 인정되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서면이나 자격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자료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해 직권적으로 판단하여 민원인이 자격이 부족한 결격사유가 존재함을 확인하거나, 서류, 절차적 미비를 근거로 반려할 재량권이 존재함이 '재량행위'인 것이다.
지금의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관해서도 이러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이 무조건적으로 임명해야 하는 '기속행위'냐, 그렇지 않고 임의대로 판단해서 결정할 권한이 있는 '재량행위'냐.
나는 헌법의 문맥상 해석으로 미루어 보아, 이는 '재량행위'라 보고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헌법재판관이 궐위로 인하여 그 기능을 다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조속히 임명해야 함은 인정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상당한 중립성이 요구되는 헌법재판소 특성에 따라, 마은혁 후보자가 이러한 헌법재판관으로서 요구되는 중립성에 현저히 미달된다고 판단될 시에는, 임명 거부와 그 이유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다른 후보자를 선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한에 따라 거부하는 것은 좋은데, 마냥 미임명 상태로 시간을 끄는 것은 그 권한의 '부작위'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원활한 기능을 통해 헌법적 이익을 볼 청구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최 권한대행은 조속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 거부를 천명하고, 국회에 중립적 판결을 기대할 적임자를 선출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