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나를 욕했고, 중국인들이 나를 감쌌다
처음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사실 나는 중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뉴스에서 접한 이미지 때문이었는지, 중국은 시끄럽고 무질서하며 매일 범죄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과는 달랐다.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발전된 나라였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편안했다. 심지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더 챙겨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학교에서도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오히려 여기서 유학을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물론 모든 게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짜증 나는 순간들이 많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중국인들을 마주하면 한국어 욕이 절로 나오곤 했다. 그런데 정말 나를 화나게 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중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발생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드와 코로나를 거치며, 한중 관계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환영해 주던 중국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싫어했다. 뿐만 아니라, 직장을 다니며 내가 올린 한국 문화 관련 콘텐츠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중국인들이 출석체크하듯 악플을 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조회수와 댓글 수가 높아져 성과 보고에는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짜증도 났다.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인’ 전체를 욕할 수는 없었다. 한복이나 김치에 대한 문화 영유권 다툼이 있었을 때에도, 한국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한국의 한복이 너무 예쁘다며 사진을 찍어서 올렸고, 김치전을 만들어 먹는 콘텐츠를 올리며 '한국 김치 활용법'이라 소개했다. 결국, 이들은 한국을 대신해 같은 중국인들과 싸워야 했다.
오늘도 내 계정에 찾아와 악플을 다는 중국인들을 보고, 또 대댓글로 나를 대신해 싸워주는 중국인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람을 하나의 기준으로 단정 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몇 년 전부터 MBTI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타인을 네 글자의 알파벳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씹프피”, “T발롬”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갔고, “F랑은 이래서 연애를 못 한다”, “T는 공감을 못한다” 같은 콘텐츠가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MBTI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는 있어도,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겨우 16가지 유형으로 모든 사람을 단정 짓기에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
실제로 내가 직장 생활을 했을 당시, 감정적으로 가장 큰 지지를 보내줬던 과장님은 T였다. 그분의 MBTI를 굳이 따진다면, ‘T발롬’보다는 '스윗T'라는 별명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나이도 마찬가지다. 어리면 어리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으면 많다는 이유로 사람을 단정 짓는다. 하지만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어쩌면 알게 모르게 특정한 정보 하나로 사람을 단정 지으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디에서 태어났든, 몇 살이든, 어떤 상황이든, 어디에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국적이나 나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편견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런 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나부터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 Anastacia D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