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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릭아낙 Jun 25. 2016

지중해에 단 하나뿐인
자연호수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우다

셰프의 아버지는 하냐 지역의 카발로스(Kavvalos)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이 곳에는 지중해에서 단 하나뿐인 자연호수가 있다. 셰프가 나를 꼭 데려오고 싶었던 장소 1순위가 바로 이 호수. 필자의 능력으로는 아무리 예쁘게 상상해보아도 어떤 모습일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셰프가 왜 이 곳에 그렇게도 함께 오고 싶어 했는지 알지 못했다. 


드디어 카발로스의 자연호수를 만났다. 세상에나! 안 가본 곳이 아무리 많다지만, 이런 곳이 숨어 있을 줄이야! 산과 나무 그리고 꽃과 호수. 어쩜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을까. 놀라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탄성이 멈추지 않는다. 이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아빠와 셰프가 참 부럽다. 


이 자연호수는 약 28,000년 된 신생 호수이다. 어떻게 호수 수위가 유지될까? 비가 얼마나 많이 내리길래? 

신기하게도 호수 지하로부터 쏟아내는 물로 호수의 수위가 유지된다. 그래서 비가 내리지 않아도 물의 수위는 변함이 없다. 약 28,000년 동안 마르지 않는 물이라. 끊질긴 생명이 아닌가. 그래서일까? 시아빠의 아버지는 100세 장수를 하셨다. 이 호수 근처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안일 뿐만 아니라 100세 가까이 장수한다. 아무래도 이 호수에서 나오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호수 옆 한 식당에서 보이는 호수

입소문을 타고 외부인들이 여행을 시작하고, 호수가 점점 유명세를 타면서 제법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호수 전망을 배경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곳곳 생겨났다. 카발로스 주민이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타지 사람이 운영하는 곳도 곳곳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모든 레스토랑이 손님들로 가득 찬다. 호수의 청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입수가 금지되어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지구의 보물이 사라지는 건 끔찍이도 생각하기 싫으니까. 이 자연의 푸르름을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게 야속하다.


호수 옆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셰프의 막내아빠와 레온

셰프의 아버지는 8남매 중 둘째. 남매들 중 몇몇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날은 셰프의 막내 아빠를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막내 아빠의 직업은 농부이자 염소치기. 그래서 염소 몰이 담당이자 막내 아빠의 베스트 프렌드도 만날 수 있었다. 이 녀석의 이름은 레온. 얼마나 똑똑한지 "차에 가있어!" 하면 차에 가 있고, "이리와" 하면 오고.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리스 개들은 필자를 정말 좋아한다. 나만 보면 내 다리에 얼굴을 비비고 애교를 떤다. 그리스는 나의 천국인 것 같다. 그리스인들도 그들의 애완견도 예쁘게 봐주니까. 그런데 수영 후에는 좀 자제를 해주길!  

 

오늘의 메뉴는 포도잎으로 감싼 예미스타(속을 채웠다는 뜻)와 그릭요거트, 크레타 요리 다코스 샐러드, 그리고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튀김 중에 튀김, 오징어튀김 깔라마리. 안 그래도 맛있는 음식들이 더욱 맛있는 건 셰프와 함께 셰프의 어린 시절을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식사한 레스토랑에서는 호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작은 배를 마련해 뒀다. 셰프와 나도 점심식사 후 작은 배를 타고 데이트를 즐겼다. 


무슨 색 배를 탈까~ 곰곰히 고민중인 귀여운 나의 셰프



엄청 신난 셰프님


배위에서 찍은 호수
어둡게 보이는 곳이 바로 호수의 눈(eye)

호수 가장 깊은 '호수의 눈 (Eye)'은 육안으로 가늠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어두운 파란색을 띠고 있다. 이 곳을 지날 때면, 호수 괴물이 나타나 잡아먹힐 것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럴 때면 있는 힘을 다해 전력질주를 한다. 고요하기만 한 이 호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그 적막함이 몰고 오는 두려움은 자연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자연 앞에 그저 겸손해져야만 하는 이유일 것이다. 대신 자연은 겸손함에 감사하여 우리를 품어주는 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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