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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릭아낙 Mar 17. 2024

세상에. 9개월 둥이를 키운다는 것은..

만년 잠꾸러기인 나를 아침형으로 바꾼 너희들

출산 후, '언제 운동하지? 언제 살 빼지?'를 마음속에 품고 지냈다. 눈을 뜨면 둥이들이 잘 때까지 육아시작이거나 출근준비를 바로 해야 했다.


아침잠이 많다는 핑계로 항상 밤늦게까지 할 일을 하고 피로는 계속 쌓여갔다. 할 일 속에는 '운동'이나 규칙적인 생활은 없었다. 당연히 살이 빠지기는커녕 점점 늘어나는 살만 원망했었다.


그러다 문득 10살 때부터 꿈꿔왔던 직업이 불현듯 내 머리를 스쳤다.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달려가 텔레비전을 켜고 여자 아나운서가 뉴스 원고를 읽는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 나의 즐거운 일과였다. 무의식 속에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언제나 한국 기준의 미보다 통통했던 나는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무작정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등록해 버렸다. 합격과 불합격의 시스템이 있는 곳인데 묵혀뒀던 나의 꿈을 향한 바람이 5분 만에 글로 쏟아져 나왔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과는 합격.


첫 세 달의 교육기간 동안은 발성 잡는 데에 시간을 쏟다 보니 시간이 후루룩 지나가 버렸다. 이제 나머지 세 달이 남았다. 다시 살 때문에 내가 원하던 일에서 멀어지는 건 지극히 지양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둥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이고 싶다. 엄마가 지난 25년 동안 바라던 일을 곧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무명'의 사회자지만 하루 500만 원의 가치를 갖는 그런 사회자가 될 거라고도 말했다.


그래서 난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서 실내자전거를 한 시간 탄다. 그리고 9시까지 해야 할 일들을 집중하여 마친다. 틈틈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루 중 짧게 짧게 시간을 내어 일을 마친다.


작심삼일이 아니고 오늘까지 작심육일차가 되었다. 작심백일이 되는 날 변화된 모습을 꼭 공유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가능케 한 것은 9개월 쌍둥이 하트바리 덕분이다.

빨대로 물도 마시고

한 손으로 잡고 롱과자도 먹고

엄마 흥 닮아서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보조기구 이용해서 걸음마도 하고

자기 전에 엄마얼굴 만져주고

밥도 망고도 잘 먹고

서로 눈 맞추고 웃고

웃음소리는 어찌나 힐링인지

우리 같이 잘 커보자♡


9개월 인생. 하트바리♡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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