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에게

언제나 그렇듯 엄마는 나에게 주기만 한다.

by 보물 일호

엄마 :


인이에게


잘 있겠지? 그 곳은 장마가 끝난 것 같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여기는 하늘이 뚫어진 것처럼 물폭탄이 쏟아지더니 오늘은 태풍이 올라오고 있단다.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라는 긴 장마와 폭우, 이건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살아있는 초록별 지구가 인간에게 재난과 재앙의 시간을 돌려주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옹달샘처럼 쉼 없이 생겨나는 것 같았어. 부끄럼이 많아 언니나 동생처럼 동무들이 있는 아랫동네에 놀러 갈 자신이 없었지. 주로 혼자 뒷산에 가 무덤 앞 상석에 누워 하늘을 보거나, 책을 읽던 기억이 나. 얘기할 사람이 없어 짬만 나면 편지를 쓰고, 매일 일기를 썼던 것 같아. 가끔 비오는 날 엄마가 집에서 재봉틀을 내놓고 바느질을 하거나 하면 엄마한테 종알종알 얘기하던 장면도 기억이 나.



너랑도 한 번씩 만나면 이야기를 많이 했지. 고등학교 때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오면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하느라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었고, 그런데 요즘은 통화를 해도 별로 할말이 없는 것 같아. 전화라는 게 한계일 수도 있는건지. 그 많은 이야기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생각이 안나고 그냥 머리 속이 슬로비디오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아.





몇 년 전 매일 글쓰기 모임에 등록해 볼까 얘기했더니 “뭘 그걸 돈 내고 해. 그냥 하면 되지” 네가 그렇게 말했었지. 그러게 말이야. 그냥 쓰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봄에는 농사 일이 바빠 달리기를 하느라고, 좀 한가해지면 다른 일을 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쉬느라고. 맨날 미루는 게으름이 문제인지, 잘 못할거 같다는 두려움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 그래도 언제라도 시작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아픈 지구도, 흐릿해져 가는 나도.





그래서 오늘부터 30일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게 뭐든 매일 써보고 싶구나. 혼자서 자신이 없었지만 함께 하면 서로 격려해주는 힘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늘을 기록해놓고 싶기도 하고, 지난 시간을 떠올려 정리해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을 살면서 보이는 것들을 더 눈여겨보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게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나 자신과 세상을 가만이 보고 싶구나.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세상에 온 이유도 찾아보고 싶다. (6.2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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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

매일 뭔가 시작한다는건 어떤걸까? 엄마가 딸에게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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