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02 그 잔가지 위에 업힌 나의 생

스물셋의 마지막 밤에, 나를 마주한 기록

by 솔래 Solae

2025년 10월, 꺼내보는

2024년 12월 31일의 기록


그 잔가지 위에 업힌 나의 생
- 김필선 [mama] 가사 中

그 잔가지 위에 업힌 나의 생

짧았던 저의 이십 대 초반이 끝났습니다.


새삼스러웠던 것들이 새삼스럽지 않아 지고

무뎌지는 감각들을 보며 어른의 무게를 배워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반복되는 실수 속에서

어느 순간 너무 커져버린 자아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17살 무렵부터 시작된 자기 확신을 위한 여정은

이제 정말 막을 내린 거 같습니다.


참 오래도 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열하고 냉정했던, 오만하고 괴로웠던 시간들 끝에 찾아온 고요함이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크고 선명하게 들립니다.


더 이상은 헤매지 않아도 된다고,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는 강한 내면의 확신 말입니다.


2024년, 스물셋의 저는 자신으로 가득 채운 사람보다

남이 들어와 앉을자리를 늘 비워두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를 위한 선택들이 나를 고립시켰을 때 숨겨뒀던 마음을 조금은 꺼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미워했던 조각의 일부를 마주 보고 비로소 인정하고 포용하게 된 순간,


6년 간 맴돌던 물음표들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마치 동면에서 깨어난 것처럼 냉소주의 속 숨어있던

열정들이 불씨에 불을 지피게 되었습니다.


경계선 위에 서있던 저는 이제 그 선을 넘어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서툴렀던 저의 이십 대 초반은 무뎌지고 수긍하는 것만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감각이라 여겼던 그 감정과 마음들은

실은, 담담함으로 치환된 내면의 강인함이었습니다.


원래의 내 모습과 만들어진 내 모습 사이 아슬했던 줄타기는

시간이 흐르고 그들이 얽히고 나서야 줄에서 내려와 모두를 받아들이며 마무리됐습니다.


새로운 한 해에는 저와 제 주변, 그리고 둘러싼 모든 것들에 안녕을 빌어주고 싶습니다.


회색빛으로 칠해진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어

시시비비를 다투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입니다.


안개 낀 날씨 같은 삶을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택만은 늘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관심과 몰지각의 늪에 빠져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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