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의 마지막 밤에, 나를 마주한 기록
마치 무게중심을 향해 돌아오는 오뚝이를 닮아 있어
결국엔 제 발로 꼿꼿이 서있을 수 있도록,
그렇게.
맡겨놓은 짐을 찾으러, 저는
이제야 제 나이를 먹게 되었습니다.
신분증을 들고서 첫 모임을 나가던 그때에,
5년 뒤 맡겨놨던 어른의 짐은 하나씩
잘 챙기면서 왔을까요.
성인의 문에 발을 딛고서도 알게 모르게
진짜 어른이 되는 시기는
법이 정해준 나이가 아닌
내면의 성숙이라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짐작했었나 봅니다.
그 막연함의 등에 업혀 도착한
2025년 12월 31일은
미래에 내가 꽃 필 시기라고
딱 잘라서 점 찍어둔,
스물다섯을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
나를 위한 선택들이 나를 고립시켰을 때
숨겨뒀던 마음을 조금은 꺼내고 싶었던 것이
스물셋, 작년의 시작이었던가요.
그렇다면 스물셋의 본심을 품고 맞이한 스물넷의 한 해는,
겨우내 알게 된 생존 경쟁의 치열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의 내 모습과 만들어진 내 모습 사이
아슬했던 줄타기’ 뒤엔
엎어지지 않고 내려온 다음 진행될
‘줄다리기’가 있었음을,
찢어진 손바닥이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정직한 현실 위 삐딱하게 서있는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위태로움이
마치 무게중심을 향해 돌아오는 오뚝이를 닮아 있어
결국엔 제 발로 꼿꼿이 서있을 수 있도록, 그렇게.
오늘 이 마지막 밤에는
또 다른 짐을 맡겨볼까 합니다.
이젠 20대를 넘어 서른의 나에게,
멋짐과 멋진 인생을 강요하면서 말이죠.
줄다리기의 한 해에 영구 평화조약을 맺은 저는
기대했던 예쁜 나이 스물다섯 살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사실, 아름다운 인생에 아름답지 않을 나이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여러분이 맡긴 짐은 어디에 있나요.
도착하러 가며 맡겨둔 것들을 조금씩, 스스로,
들고 갈 수 있게 되었나요.
혹 도착했거든, 정직한 현실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2026년 새해의 안녕을 빌어봅시다.
튼튼해질 마음의 근력을 위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