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디즈니는 미키를 버리지 않았어

by 솔라

어릴 적 일요일 아침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학교 갈 때보다 더 일찍 눈을 떴던 게 저만은 아니지요?

일요일 아침에는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디즈니 만화동산을 볼 수 있었거든요.


별다른 대사도 없이 몸짓만으로도 얼마나 재밌었는지.

미키, 미니, 구피, 도널드, 데이지, 칩 앤 데일.. 다 소중한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었지요.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누리는 작은 특권이 하나 있어요.

거주민 할인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디즈니랜드에 갈 수 있다는 것.


어린 시절 늘 가슴 설레게 하던 디즈니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

아이보다 제가 더 흥분하며 디즈니랜드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려요.


놀랍게도 요즘 아이들에게 디즈니는 더 이상 미키가 아니더라고요.

모아나와 엘사처럼 화려하고 강력한 주인공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요.

인어공주나 라푼젤처럼 실사화가 되며 이슈가 되는 일도 없이,

내 오랜 친구들이 지나간 저편의 콘텐츠가 되는 것만 같아 안타까웠죠.


그런데, 디즈니는 미키를 버리지 않았더라고요!


디즈니랜드 저 끝의 어린이 놀이기구 중에는 Micky&Minnie's Runaway Railway라는 것이 있어요.

아직 안 타보셨을 분도 있겠지만 스포를 하자면,

처음에는 우리가 보던 그 익숙한 2D 애니메이션이 벽 가득히 나오다

화면이 와장창 부서지며 그 안으로 들어가요.


그리고 아까 그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던 기차에 올라타 미키와 미니가 뛰어노는,

2D를 입체물에 영사해 3D로 만든 멋진 세계를 종횡무진 돌아다니죠.

분수대의 물줄기는 입체인데, 그 안에서 흘러가는 물방울은 여전히 2D 그림입니다.

옛 그림을 버리지 않은 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살아 움직이고 있었어요.

Image from Disney.com


이리저리 어지럽게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 혼자 감상에 젖어요.

디즈니가… 미키를 버리지 않았어!

이렇게 재밌게 살아 있잖아.


아이는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기차에 웃고

저는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있는 것으로 울컥합니다.


이렇게 울고 웃으며 재미와 감동을 주는 나의 디즈니,

나의 유년시절은 여전히 여기 살아 있습니다.


70주년을 맞이한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미키&미니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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