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돌이 될 무렵, 좋다는 신축 아파트로 전세를 옮겨가며 든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아… 벽이다 벽. 벽뷰네.
그전 구축 아파트에 살 때는 건물 사이로 하늘이 보였는데
새로 이사 온 아파트는 온통 맞은편 아파트만 보여서 어떤 날은 흐린 지 맑은지도 모르고 지나갔어요.
높게 지은 아파트 아래쪽에 살다 보니 베란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야 간신히 하늘이 보이더라고요.
집에서뿐만이겠어요.
서울 시내 어디에서든 빽빽한 건물들로 뻥 뚫린 하늘을 보기가 어렵잖아요.
가끔 큰 공원에 나가 가슴이 탁 트이는 걸 느끼며 간신히 위안을 받았어요.
샌디에고에 살며 늘 감동하는 것은
내 집 거실에서 드넓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낮게 지어진 집들, 아파트들 덕분에 하늘이 파노라마로 펼쳐져요.
요가를 하다 잠시 고개를 들 때,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시선을 돌릴 때,
어김없이 파아란 하늘이 눈에 쏟아져 들어와요.
이 풍경만큼은 꽁꽁 싸매서 나중에 서울에 가져갈 이사 가방에 넣어가고 싶어요.
욱여넣느라 좀 구겨져도 몇 번 탁탁 털면 촤르륵 펼쳐질 것 같아요.
이걸 못싸가서 어쩌나! 벌써 안타까워요.
아이가 태어나자,
제 꿈도 어느새 학군 좋은 초품아 아파트가 되어 있었어요.
어느 날 지인의 초대로 꿈꾸던 초품아 아파트 단지에 갔는데, 심지어 40평대였는데…
벽뷰였어요.
그토록 바라던 내 꿈의 풍경이, 꽉 막힌 벽이라니.
남편과 남은 평생을 벌어도 이사를 갈 수 없을 비싸고 좋은 아파트였지만,
하늘이 한 뼘도 보이지 않는 집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을 하니
그 꿈이 사그라지더라고요.
샌디에고에 나와 하늘이 펼쳐진 집에 살아보니
내 꿈은 이런 하늘을 보고 사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이 보이는 집에 잠시나마 살고 있다는 것을 조용히 좋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