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initas Library
이 비싼 땅에 도서관이라니!
처음 엔시니타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부끄럽게도 속물 같은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바닷가 언덕에 세워진 이 도서관은 들어서자마자 한없이 푸르고 반짝이는 태평양을 펼쳐줘요.
들어설 때마다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게 되는 곳입니다.
아이는 그 풍경보다 도서관에서 매달 주제를 바꿔가며 진행하는 스케빈저 헌트에 더 관심이 많지만요.
아이가 도서관 구석구석을 헤매며 힌트를 찾을 동안
덕분에 저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 돌리는 시간을 가져요.
바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어떨 때는 뭐가 그리 바쁘다고 몇 주 동안 바다를 못 보고 지나갈 때도 있거든요.
이번 달의 주제는 공룡이에요.
각각의 그림에 해당되는 알파벳이나 숫자를 다 찾으면
도서관 접수대에 놓인, 해적들이 썼을 것 같은 커다란 보물상자에서 원하는 장난감 1개를 골라 가질 수 있어요.
작고 소소한 장난감들이지만 그중 하나를 고르는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몰라요.
원하는 게 하나 더 있던 날은 다음날도 도서관에 가자 조릅니다.
덕분에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으니 이런 보물 찾기는 세상 모든 도서관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엔시니타스 도서관은 풍경도, 풍부한 책과 DVD 소장도 좋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들을 기쁘게 해요.
작은 음악회, 각종 만들기 교실,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디바이스 활용 강좌, 만화 그려보기..
그중에서도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Doggytale(개와 동화책의 합성어)이라는,
강아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강아지들이 바닥에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아이는 곁에서 강아지를 위해 짧은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가만히 듣다가 귀를 종끗하기도하고 아이를 흘끗 바라보기도 하며
가만히 읽어주다가 살살 어루만져주며 세상 다정한 독서시간을 가져요.
아스라이 반짝이는 수평선과 간간이 들리는 해안기차의 경적소리,
햇살에 빛나는 골든 리트리버의 금빛 털과 아이가 조용조용히 책 읽어 내려가는 소리.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엔시니타스 도서관의 수요일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풍경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