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밤 : The Endless Night>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 첫 번째.

by 도한솔 I Solar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세요》


첫 페이지를 읽어내리자 마자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인칭 화자인 마이클의 서술에서 무언가를 감춘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

이상하리라만큼 자기중심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태도. 불필요하게 감정을 세련되게 말하는 묘사.

마치 암전 후 무대의 장면이 지나가듯 은폐되는 흐름.


사랑을 말하고 있지만 수많은 감정의 구멍이 엿보였다.
사랑을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을 말하는 방식도 기이했다. 감정의 리듬이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놀랍도록 익숙한 불편감을 느꼈다.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싶은 화자 마이클은, 부유하고 천진한 여자인 '엘리'에게 운명처럼 빠져든다. 하지만 사랑이라기엔, 그의 말에선 너무 자주 소유욕의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그의 말들과 구조를 뜯어보면 마이클은 처음부터 집시의 땅을 욕망하고 있다. 그리고 엘리는 그 땅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단이자 장애물이다.
그리고 깨달음. 결국 엘리를 사랑한 게 아니라, 엘리의 조건을 통해 자기 자신을 구원받고 싶었을 뿐.
하지만 엘리가 점점 진짜 감정을 주고, 결핍으로 가득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지만,
결국 그 모든 순간은 마이클에게 견딜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녀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믿어온 나 자신을 다시 봐야 해.
나는 그런 사람인가?
그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숱한 질문들은 결국 엘리를 향한 왜곡된 감정에 사로잡히게 만들었고, 스스로의 손으로 천국을 손에 넣기 위해, 천국을 파괴한다.

생에 처음으로 맞이한 태양의 시간을 영원히 잃은 마이클은 상실감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자신의 곁에 남은 빈 껍데기 같은 욕망과 투사와 열등감의 대상인 그레타는, 끝내 엘리를 가질 수 없는 자신이라는 어둠을 뼈저리게 느끼게 할 뿐.


어떤 이는 달콤한 기쁨을 위해 태어나고,
어떤 이는 끝없는 밤을 위해 태어난다.


영원히 다시 낮이 오지 않는 밤의 시간 속, 마이클은 환각에 시달리고, 점점 망상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며 결국 무너진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엘리의 이름을,

엘리의 형상을,

엘리의 상징을 좇으며.


결국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자가 사랑을 받을 때, 그것은 축복이 아닌 공포가 된다는 진실은 아주 조용하게, 그리고 섬뜩하게 가슴을 관통한다.




"I always knew there was something dark inside me. I just didn’t know it would win."


"내 안에 어둠이 있다는 걸 항상 알고 있었어.
다만 그게 이길 줄은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