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 살인 : Murder on the Or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 두 번째.

by 도한솔 I Solar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세요》


"The case is closed."

"이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겉보기엔 추리소설처럼 보이지만, 결국 누구를 범인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만드는 윤리의 장. 그리고 관찰로 판단하고, 언어로 봉인하는 자.


탐정 푸아로.

그는 그 누구도 심문하지 않아도 스스로 고백하게 만든다. 그저 한 명씩 지켜보다가, 도미노처럼 적절한 침묵이 가미된 언어를 배열해서 무너뜨린다.
강요가 아니라, 형태감 있는 이해로 구조를 꿰뚫는다.
푸아로에게 있어서 진실은 판결이 아니라 해석의 산물이다.


"정의란 뭐지?
응징이 정말 가능한가?
용서는 부재한 건가?"


독자는 법과 도덕의 경계선에서 이 질문을 푸아로와 함께 받는다.

라쳇, 본명 카세티.
작고 여린 아이를 유괴해서 죽인 후, 한 평화로운 가정과 주변인들을 죽거나 파탄내버린 장본인. 법이 외면한 정의를, 당신이 사건의 당사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의 많은 독자들은 이 익숙한 질문을 모두가 익히 아는 명작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받은 적이 있다.

누군가의 고통은 너무 컸고, 그래서 모두가 침묵을 깨기로 했던 선택을 담은 장면이 떠오르던 텍스트의 향연. 한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고, 그 죄의 무게가 작은 사회 전체를 파괴했으며, 그 사회는 '의식'을 치룬다.

암스트롱 유괴 사건이라는,
잊히지 않는 상실과 상처 속에서 살아가던 사회는
죄책감을 나누고 정당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연대를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배신을 하면 이 집단은 무너지는 것을 알기에.

결국 법률적 복수가 아니라 존재론적 복수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죄는 다시 개인의 몫이 되니까.


각자의 삶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빛이었던 무고한 존재를 위해, 더이상, 무력한 어른으로 남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건 어쩌면 추리소설이 아니다.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짐을 짊어진 사람들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아는 사람이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가해자일까? 아니면, 마지막 양심의 문지기일까?






"It is the brain, the little grey cells on which one must rely. One must seek the truth within—not without."



"우리가 의지해야 할 것은 두뇌,
바로 작은 회색 세포들이지.
진실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