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는 사랑을 가진 어른에 대하여
Sirius "우리를 사랑한 사람은 절대 우리를 떠나지 않아."
"The ones that love us never really leave us."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3권)
시리우스 블랙, 비록 책과 영화 속의 인물이지만 너무나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맞이한 그의 죽음에 너무 많은 이들이 슬퍼했었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던, 어린 독자였었고.
그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굉장한 미남이며, 가문을 배신한 이단아, 12년간 억울하게 아즈카반 수감된 의리의 상징, 불안정하지만 해리를 진심으로 사랑한 보호자.
그리고 나는 시리우스와 정말 닮은 사람을 한 사람 안다. 나의 작은 아버지 그 자체거든.
슬리데린 출신의 순혈 마법사들로 구성된 극우 가문인 블랙 가문에서 태어났고 충분히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시리우스는 11살 때부터 이들과 거리를 두고, 그리핀도르를 스스로 선택한다. 가족을 떠나 올바른 선택을 한 인물. 말하자면, 부계의 어두운 혈통을 거부한 첫 번째 '용기'
어린 시절, 삼청동의 그 큰 집에서 살았고, 보수적인 대구의 가부장적인 집안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은 아빠 말로는 형인 우리 아버지에게 '뒤지게' 얻어맞았다고 함.) 시나리오 작가라는 길을 선택하고 대학까지 그렇게 진학하고, 툭하면 데모 나가곤 했던, 정의가 없으면 살 수 없으신 분이란 점이 참 많이도 닮았지.
시리우스는 친구 피터 페티그루의 배신으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 제임스와 릴리의 죽음에 누명을 쓰고 아즈카반에 투옥되었지만, 12년간 디멘터에 시달리며도 정신을 잃지 않는다.
작가 롤링은, 디멘터를 '우울증'의 감각을 통해 창조해 낸 캐릭터라고 했는데ㅡ, 시리우스는 진심으로 제임스를 위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인해 충동적일지언정, 하나뿐인 친구의 아들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자신에겐 있었기에, 그 우울감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며 살아갈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사랑을 자신 안에 각인한다. 그리고 대부로서, 해리에게 그 사랑을 가르친다.
세상이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지만, 시리우스는 언제 어디서든 해리를 생각하며, 친자식 같이 해리를 아끼며 챙긴다.
<불사조 기사단>에서 벨라트릭스의 저주에 맞아 해리를 구하다 죽었던 시리우스.
그는 해리를 정말 사랑했고, 그게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해리에게 남긴다.
그의 죽음은 해리에게 가장 큰 상실 중 하나로, '선택의 대가'를 각인시켰다.
"그는 내가 가진 마지막 가족이었어."
최근 작은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 모든 이야기를 꺼낸 나에게 진심으로 해주셨던 수많은 말들이 떠오른다.
"남자는 사랑을 하면 맹목적이야.
가진 걸 정말 다 버리고 그 사람한테 헌신할 수 있을 만큼. 근데 지금 네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까, 그놈은 너를 통해서 '성취'를 이루고 싶어 했던 거야.
작은 아빠도, 만약 작은 엄마 말고 다른 여자 만나고 싶었으면 진작 그렇게 했겠지.
근데 작은 아빠는 그렇게 안 해. 작은 엄마가 그렇게 가고 나서 8년 전에도 지금도 작은 아빠한텐 여자는 작은 엄마 하나뿐이니까."
절대 속지 말라고, 내가 여기서 기준선을 세워줄 테니까. 8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증명된 사랑으로, 마치 시리우스의 제임스에 대한 오랜 의리처럼.
자식도 없이 혼자 살아가시는 작은 아버지가, 집안 모두가 반대하는 길을 걸었던 조카인 나를 여러모로 지지하는 이유도, 해리를 사랑하는 대부 시리우스의 마음과 같다는 걸 그때 깨달았던 거 같다.
내가 살아가는 순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이 모든 힘을 어디서 배웠는지, 생각해 보면 다 나왔거든.
"변명하지 마,
변명을 하는 순간 너 자신이 초라해져."
맞아, 그래서 내가 남한테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지. 그런 게 이기고 지는 걸 정하지 않는다는 걸 19살 때부터 들었던 그 말로 이 사람에게 배웠지.
더즐리 집안이 대부 시리우스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로 해리에게 큰 존재였던 것처럼, 19살의 나 역시 어떤 연기 학원을 상담을 갔어도, 작은 아빠를 마주하고 눈빛과 기세에, 원장들 모두가 기가 팍 죽었던 것처럼.
나에겐 그냥 나라는 이유로 사랑을 주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 존재 자체의 'Sirius'가 있었지.
외로웠던 해리에게 시리우스가 그러했듯,
이번에도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나를 도와주시는 분.
'가장 사랑하는 어른'이자 '가장 정의로운 남자'
작은 아버지 역시 내게 무슨 일이 있다면, 나를 지켜줄 사람인 걸, 왜 다시금 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고 나서야 알았는지, 원.
Sirius "우리 안엔 모두 빛과 어둠이 있어.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쪽을 선택하느냐야. 그게 바로 진짜 우리지."
"We've all got both light and dark inside us. What matters is the part we choose to act on. That's who we really are."
-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5권)